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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필 쏘 굿"…정든 유니폼 벗는 브렛 필의 기억

기사입력 2017.04.04 14:31 / 기사수정 2017.04.04 14:31

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정지영 인턴기자] 前 KIA 타이거즈 브렛 필이 선수 유니폼을 벗게 됐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KIA 타이거즈의 주전 1루수로 나선 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에 실패,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렸지만 시범경기 부진에 이어 은퇴를 선택했다.

필은 해태와 KIA를 통틀어 구단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타자다. 그만큼 성적과 인성을 고루 갖추며 KIA에 녹아들었다. 

첫해인 2014시즌은 손목 부상으로 인해 9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3할9리의 타율과 함께 19홈런 66타점 출루율 3할5푼2리 장타율 5할4푼1리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첫 풀타임을 소화한 2015시즌엔 팀 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3할대 타율을 달성하고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필은 타율 3할2푼5리 22홈런 101타점 출루율 3할7푼2리 장타율 5할1푼7리를 기록, 말 그대로 KIA 타선을 혼자 이끌었다. 팬들은 그런 필에게 '효자'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특히나 필은 팬들에게 짜릿한 승리를 안겨 주는 선수였다. 2015시즌에만 드라마틱한 '역전 끝내기' 승리를 두 차례나 선사했다. 팬들은 아직 2015년 3월 29일 LG전 필의 활약을 잊지 못한다. 필은 이날 3회말 역전 3점 홈런에 이어 재역전 끝내기 투런까지 맹활약했다. 이어 2015년 7월 29일 SK전의 필의 역전 끝내기 승도 짜릿했다.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황대인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승부 속, 필은 좌중간 2타점 끝내기 안타를 쳐내며 드라마틱한 승리를 안겼다. 

그러나 3년째인 2016시즌, 팬들의 시선이 점차 회의적으로 변했다. 필은 타율 3할1푼3리 20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예년에 비해 떨어진 성적을 보였다. 또 장타율은 3년간 5할4푼1리에서 5할1푼7리, 5할1푼1리까지 떨어졌고, 출루율 역시 2015시즌 3할7푼2리에서 3할5푼7리로 하강했다. 2016시즌 OPS(장타율+출루율)은 8할6푼8리로, 지난 3년간의 최저 수치를 보였다. 

팬들이 체감상 느끼는 성적 하락은 더욱 뼈아팠다. 필의 강점이었던 득점권 타율 역시 예년의 3할3푼6리에서 2할8푼으로 하락했다. 병살타 역시 해가 갈수록 늘어갔다. 필은 2014시즌 10개, 2015시즌 12개에 이어 2016시즌엔 16개의 병살을 기록했다. 또 1루 수비에서도 13개의 실책을 범하며, KBO리그 1루수 최다 실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에 더해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2.12로 규정 타석을 채운 리그 외국인 타자 중 꼴찌를 기록했다. 시즌 중반인 6월에는 2일부터 8일까지 5경기에 나서 16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극도의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돋보적 활약을 보였던 예년에 비해서 하락한 수치일 뿐, 필은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하며 외인으로서 평균은 했다. 예년에 비하는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종종 '효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2016시즌 가장 활약한 경기는 7월 8일 두산전이었다. 필은 이날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5타점을 기록, 팀의 12-6 완승을 이끌며 효자의 부활을 알렸다.

필은 성적 외에도 KBO리그와 완전히 융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남다른 한국 사랑을 드러내며 한국어, 한국 음식을 고루 좋아했던 필은 종종 한국어로 팬들에게 인삿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두 아이를 모두 한국에서 낳았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젠틀맨'으로 불리며 선수들과 화합했다. 

하지만 KIA는 2017시즌을 앞두고 부족한 장타력, 거포 본능의 부재, 적지 않은 나이, 기량 하락 등을 이유로 필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당시 필은 "구단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팬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이다"고 감사의 인사를 건넨 뒤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렸다. KIA 팬들은 필의 시범경기에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을 사랑했던 필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4일 필의 은퇴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그의 별명이었던 "필 쏘 굿(feel so good)"을 외치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아쉬운 작별이었지만 필의 지난 3년은 말 그대로 필 쏘 굿이었다.

jjy@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정지영 기자 jj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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