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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만 마셔요'…눈물겨운 세계 정상권의 선수들, 남녀하키팀

기사입력 2008.04.15 11:15 / 기사수정 2008.04.15 11:1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스포츠 중, 유달리 올림픽에서만 잠깐 관심을 받다가 대회가 끝나면 언제라도 잊히는 그런 종목들은 빈번히 많다. 대표적인 종족으로 '우생순'이란 영화를 통해 비인기 스포츠의 대표적인 종목으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핸드볼은 어느 구기 스포츠와는 달리 세계무대에 나가서도 결코 실망을 주지 않았던 종목이었다.

그러나 정말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과 지원 속에서 늘 정신력을 앞세워 고군분투해, 올림픽에서 선전하면 그때만 관심을 얻을 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사람들의 관심권은 축구와 야구, 혹은 이종격투기 등에 집중된다.

이러한 핸드볼보다 더 어렵고 무관심의 설움을 받았지만 늘 국제무대에 나가면 정상권에 근접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남녀하키대표팀이 그들이다.

특히 남녀하키는 모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남자하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하키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역시 은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모두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한국하키계의 현실을 살펴보면 핸드볼에 버금갈 정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하키를 하는 선수들을 남녀 모두를 통틀어서 성인과 중 고등학생을 모두 합쳐도 채 1000명이 되지 않는다.

하키의 강국인 네덜란드는 하키 클럽팀이 무려 300개가 넘고 이러한 선수들이 맘껏 뛸 수 있는 하키운동장 역시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런 좋은 환경은 독일과 호주, 그리고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인도와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대표적인 하키 강대국인 네덜란드를 맞아 한국남자 대표팀은 지난 2000년에 결승전에서 만나 거의 승리를 할 수 있었을 정도로 선전했었다.

그러나 그 선전의 땀은 2000년 올림픽에서만 뿌려졌을 뿐이다. 이러한 분투의 결과는 투자와 관심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기적같이 이룩한 올림픽 은메달의 값어치를 진정으로 알아주던 이들은 없었다.

여자팀도 마찬가지의 사정이어서 서울올림픽과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루어진 쾌거는 이제 추억 속의 사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현재 여자 하키인구는 18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하키를 하겠다는 이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하키 인구의 정도와 그들이 지원받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그저 대한민국 하키에 대한 수명만을 유지해 가는 듯이 보일 뿐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여전히 올림픽에 출전하는 구기 종목 중에 핸드볼과 함께 가장 메달 권에 근접한 종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올림픽에서 몇 차례나 은메달을 획득했으면서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어야 했던 남녀하키선수들은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었다.

특히 남자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다시 메달 권에 들어갈 확률이 가장 높은 상태이다.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그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같은 해에 하키 강국인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도 세계 4강 진입에 성공하였다.

또한, 2007 말레시시아에서 벌어진 제29회 챔피언스트로피 남자하키대회에서 또다시 세계 4강 진입에 성공해 하키 강국인 독일과 네덜란드, 그리고 호주에 이은 하키 강국으로 우뚝 성장했다.

특히 이 대회에서는 현 세계랭킹 1위 팀인 호주와 3위인 네덜란드를 꺾은 적도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가장 최상의 팀으로 평가받는 현 남자하키 대표팀은 올림픽 메달에 신경을 쓴다면 반드시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옛 영광의 전력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는 여자 대표팀은 다소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메달 권 진입을 위해 땀과 눈물을 쏟고 있다. 이제 26일에 캐나다에서 벌어지는 올림픽 예선전을 거쳐야만 베이징 행 티켓을 딸 수 있다.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비록 4위에 그쳤지만 현재의 상태를 보면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 대한 희망은 많은 편이다. 특유의 정신력으로 똘똘 뭉치고 있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기능성 음료를 마시지도 못하고 맹물로 갈증을 해소하는 모습은 너무나 안쓰럽기 그지없다.

하키는 경기 내내 스틱으로 볼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늘 허리를 구부리고 필드를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만큼 체력적인 소비가 만만치 않은 종목인데 기능성 음료마저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환경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권에서 하키에 대해 관심과 국가적인 지원을 하는 나라는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말레이시아 등이다. 이들 국가는 하키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알았기에 국가적인 지원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나라보다 스포츠 선진국이라 자부하고 있는 한국은 인기스포츠와 비인기 종목간의 지원과 관심의 격차가 너무도 크다. 세인들의 관심을 덜 받는 종목이라면 그만큼 관심과 투자가 덜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을 떠나서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되려면 모든 종목들의 발전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자국의 종목 가운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정상권에 근접한 종목이 있다면 그 종목에 대한 대대적인 관심과 투자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상술이 아닌 진정한 스포츠를 위한 투자이자 새로운 종목에 대한 개척과 도전의 정신도 깃들어져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이미 경기력의 발전보다는 한탕주의와 성적 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으며 김연아와 박태환 같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하면 이를 이용한 상술적인 행태도 멈추질 않는다.

올바른 스포츠 마케팅을 논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스포츠를 통한 진정한 관심사와 가능성이 많은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마인드이다. 만약 이러한 부분이 한국 스포츠에 제대로 녹아 있었다면 한국의 남녀 하키 팀은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충분히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을 것이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눈물을 머금고 흘린 땀은 올림픽이란 세계적인 대회를 통해서 그 결실을 찬란히 맺었지만 관심은 늘 그때뿐이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핸드볼과 함께 가장 메달획득이 유망한 하키가 또다시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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