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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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섬, 사라진 사람들', 끔찍한 사건 그리고 '무관심'

기사입력 2016.02.19 08:19 / 기사수정 2016.02.19 08:19

허윤영 기자


[엑스포츠뉴스=허윤영 기자]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감독 이지승)'은 ‘염전노예사건’의 기억을 다시금 불러낸다.

오는 3월 3일 개봉 예정인 ‘섬, 사라진 사람들’은 지난 2014년 세간을 뒤흔들었던 ‘염전노예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희미해져 가는 인권유린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이지승 감독은 끔찍한 사건을 다시금 불러내 무관심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린다. 배우 박효주, 배성우, 이현욱 역시 감독의 생각에 공감하며 작품에 참여했다.

영화는 치열한 토론 장면으로 시작된다. ‘염전노예사건’을 주제로 ‘강하게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과 ‘추측은 위험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시작부터 이지승 감독은 관객들에게 충격적인 실화를 두고 벌어지는 분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섬에서 생활한 한 환자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의사가 공정뉴스 TV 기자 혜리(박효주 분)에게 제보를 하며 시작된다. 정의감에 불타는 혜리는 카메라기자 석훈(이현욱)과 함께 섬으로 향한다. 도착한 섬의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 면을 보이고, 기자 혜리는 이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염전노예사건’을 재구성하려는 이지승 감독이 선택한 촬영 기법이다. ‘페이크 다큐’, ‘메이킹 영상’ 등으로 불리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기법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혜리의 시점을 극대화 시켜 관객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영화의 장르 역시 ‘사건 목격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라고 소개한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주연 박효주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현욱의 열연이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면 ’NG’지만,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는 카메라를 봐야 ‘OK’다. 롱테이크가 많은 기법인 만큼 몰입도가 다소 떨어질수도 있지만 박효주와 이현욱은 부족한 부분을 애드리브로 채우며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간다. 생소할법한 연기 환경임에도 박효주와 이현욱은 직접 카메라 촬영을 배우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극중 신원불명의 지적장애를 가진 염전 노예 역을 맡은 배성우 역시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부터 진실을 숨겨야만 하는 어려운 연기를 소화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지적장애라는 어려운 역할임에도 ‘대세 배우’답게 훌륭하게 소화하며 사건의 중심에서 활약한다. 

최근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특종:량첸 살인기’, ‘내부자들’ 등 기자를 주제로 한 영화가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섬, 사라진 사람들’ 역시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제보자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식상할지도 모르는 주제를 새로운 촬영 기법으로 풀어내며 새로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사회 문제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온 이지승 감독은 조지 버나드 쇼의 언급을 인용해 ‘무관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묵직한 메시지에 신선한 촬영기법, ‘섬, 사라진 사람들’은 분명 새로운 영화다. 88분. 15세 이상 관람가.

yyoung@xportsnews.com / 사진=(주)시네마팩토리



허윤영 기자 yyo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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