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2:33

[김관명칼럼]고막을 녹여버린 김동률이라는 장르

기사입력 2015.08.06 13:22 / 기사수정 2015.08.06 13:34

김관명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관명 기자] 지난해 10월 김동률이 내놓은 정규 6집은 대단했다. 1번트랙 '고백'을 듣는 순간부터 이미 정신줄은 끊어졌다. 김동률의 중저음은 여전히 매력적이었고, 바이올린 피아노 소리는 그야말로 아늑했다. 마지막 트랙 '동행'이 끝난 순간 6집은 한 권의 시집이 됐다.

김동률의 라이브 앨범이 6일 나왔다. 'KIMDONGRYUL LIVE 2012 감사 / 2014 동행'이다. 제목 그대로 2012년과 2014년에 있었던 동명의 전국투어 공연실황을 CD 2장, 총 25곡에 담았다. 지난 2004년 '초대', 2008년 'Monologue' 이후 3번째 라이브 앨범이다.

언제나 단도직입이 옳다. 변죽만 울려봐야 쓸데없다.

1번트랙 '그림자', 라이브 앨범답게 환호와 박수소리로 열었다. '먼옛날, 그대 눈물이..', 그냥 김동률이다.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열창 혹은 개인기로 흉내냈어도 김동률은 일종의 넘사벽이다. 중저역과 고역을 너무나 간단히 오르내리는 음역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확한 딕션, 도저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 해서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이 센 울림. 이게 바로 김동률인 것이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대개 라이브 앨범은 현장감을 내세운 탓에 사운드 완성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번 라이브 앨범은 거의 스튜디오 녹음 수준처럼 들린다. '그림자' 후반 브라스 사운드마저 똑부러지게 포획해낸 것을 보면, 김동률과 믹싱 엔지니어가 작정하고 '고퀄'에 도전한 것 같다. 어쨌든 1998년 김동률 솔로 1집 수록곡으로 라이브 앨범 포문을 연 착점은 좋아보인다.

2번트랙 '귀향', 2001년 솔로 3집 수록곡이다. 이쯤에서 앨범 전체 구성을 보니, 첫번째 CD가 대체적으로 2008년 이전 곡, 두번째 CD가 6집 '동행'을 중심으로 한 2008년 이후 곡들로 짜여졌다. CD1에는 그래서 김동률이 서동욱과 함께 했던 전람회, 이적과 함께 했던 카니발 곡들이 수록됐다. 96년 전람회 미니앨범 수록곡인 '꿈속에서', 96년 전람회 2집 수록곡인 '새'와 '이방인', 97년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 등.

과연 93년 전람회에게 MBC대학가요제 대상을 안긴 '꿈속에서'와 97년 전람회 해체 이후 라이브로는 들을 수 없었던 '이방인'은 2012년에는 어떻게 불려졌을까. '꿈속에서'는 듣는 이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절창이다. 김동률의 피아노와 세션의 브라스가 귓속을 후벼판다. 목소리의 퇴화? 오히려 20년이 지난 후의 이 톤과 창법이 더 좋다. 맞다. 이 촉감, 굳이 말하자면 김동률이라는 이 촉감이 그리웠던 게다.

하지만 촉감을 넘어 유일무이한 김동률이라는 장르에 모골이 송연해진 곡은 다름아닌 '이방인'이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이다. 96년 탄생한 노래이자 2012년에 불려진 노래인데도 묘하게 지난해 '동행'과 오버랩된다. 그건 바로 삶의 흐트러진 편린들을 모아 순식간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송라이터로서 김동률의 능력과 감성 때문이다. 언제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런. 

'쉴 곳을 찾아서 결국 또 난 여기까지 왔지/ 내 몸 하나 가눌 수도 없는/ 벌거벗은 마음과 가난한 모습으로/ 네 삶의 의미는 나이기에 보내는 거라며/ 그 언젠가 내 꿈을 찾을 때/ 그때 다시 돌아올 날 믿겠다 했지..'(이방인)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꼭 잡은 두 손이 나의 어깨가/ 네 안의 아픔을 다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이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할 수 있다면..'(동행)

CD2로 넘어가면서 퍼뜩 든 궁금증 하나. 김동률은 왜 이리 라이브 앨범을 고집하는 것일까. 그리고 돈벌이용 울궈먹기가 아니라면 라이브 앨범의 존재가치는 뭘까.
  
그 답은 CD2에 실린 베란다 프로젝트의 2곡에 숨어있다. 돌이켜보면 이상순과 함께 했던 베란다 프로젝트는 김동률 2기의 출발을 만천하에 알린 사건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빠졌지만 2010년 내놓은 그들의 앨범 첫 곡을 상쾌한 봄날, 더 상쾌한 바이커의 심정을 담은 'Bike Riding'으로 내세운 것부터가 그 증좌였다. 어쨌든 이번 앨범에 실린 'Train'과 '괜찮아'에서 모든 의문점이 실타래처럼 풀린다. 특히 노래가 거의 끝나갈 때쯤 느닷없이 터져나온 관객의 환호.

맞다. 이 두 곡의 스튜디오 녹음 버금가는 놀라운 정숙도(S/N비)는 단순히 믹싱 엔지니어링이 빚어낸 매직이 아니었던 게다. 김동률이라는 단 한 명의 뮤지션이, 김동률이라는 유일무이한 장르가 펼쳐내는 포스에 모든 관객이 그야말로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 아시지 않는가. 상급의 라이브 공연이 선사하는, 그 침조차 삼킬 수 없는 짓눌림과 억압의 쾌락. 그러다 숨넘어가기 직전에 가까스로 터뜨려대는 그 열렬하고 격한 환호와 심호흡! 그리고 김동률이라는 이 자신만한 뮤지션은 이렇게 적막하지만 달뜬 현장을 '교감'과 '현재'라는 이름으로 즐겨온 게 아닐까.   
 
오디오파일들 사이에서는 흔히 그런다. 스피커 혹은 앰프를 바꿨더니 선녀가 고막에 입김을 불어넣은 것 같았다고. 그러면 김동률의 이번 라이브 앨범은? 싸구려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고막은 녹아버렸다.

끝으로, CD에 담긴 노래들의 원전을 트랙순서대로 살펴봤다.

CD1 = 2012 '감사'   
01. 그림자 = 솔로 1집(1998)
02. 귀향 = 솔로 3집(2001)
03. 꿈속에서 = 전람회 EP(1996). cf. 1993년 MBC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by 전람회)
04. 오래된 노래 = 솔로 5집(2008)
05. 출발(Feat. 하림) = 솔로 5집(2008)
06. 사랑하지 않으니까요(Feat. 하림) = 솔로 4집(2004)
07. 그땐 그랬지 + 내 오랜 친구들 = 카니발 1집(1997) + 솔로 1집(1998)
08. 새 = 전람회 2집(1996)
09. 이방인 = 전람회 2집(1996)
10. 동반자 = 솔로 1집(1998)
11. 감사 Finale =  베스트앨범(2007)

CD2 = 2014 '동행'   
01. 고백 = 솔로 6집(2014)
02. Train = 베란다프로젝트 1집(2010)
03. 청춘 = 솔로 6집(2014)
04. 괜찮아 = 베란다프로젝트 1집(2010)
05. 내 사람 = 솔로 6집(2014)
06. 오늘 = 솔로 6집(2014)
07. 내 마음은 = 솔로 6집(2014)
08. Advice(Feat. John Park) = 솔로 6집(2014)
09. 아이처럼 = 솔로 5집(2008)
10. 그 노래 = 솔로 6집(2014)
11. REPLAY = 스페셜앨범(2011)
12. 동행 = 솔로 6집(2014)
13. 동행 Finale = 솔로 6집(2014)

참고로, 김동률의 디스코그래피도 다시 짚어봤다.

전람회
1집 Exhibition(1994) = 기억의 습작, 여행
2집 Exhibition2(1996) = 고해소에서, 이방인, 새, 취중진담
EP 졸업(1996) = 졸업, 첫사랑, 꿈속에서, 우리

카니발
1집 Carnival(1997) = 롤러코스터, 그땐 그랬지, 비누인형, 그녀를 잡아요, 거위의 꿈

베란다 프로젝트
1집 Day Off(2010) = Bike Riding, 벌써 해가 지네, 어쩐지, Train, 꽃파는 처녀, 괜찮아

솔로
1집 Shadow Of Forgetfulness(1998) = 시작, 배려, 내 오랜 친구들, 그림자, 기적, 잠시, 동반자
2집 희망(2000) = 프로포즈, 벽, 한여름밤의 꿈, 희망
3집 귀향(2001) =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망각, 귀향
4집 토로(2004) =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욕심쟁이, 양보, 신기루, 고별
베스트 Thanks(2007) = 감사
5집 Monologue(2008) = 출발, 오래된 노래, 아이처럼, 뒷모습
스페셜 kimdongrYULE(2011) = 크리스마스잖아요, 겨울잠, 새로운 시작, Replay
6집 동행(2014) = 고백, 청춘, 내 사람, Advice, 그게 나야, 내 마음은, 오늘, 그 노래, 동행

el34@xportsnews.com



김관명 기자 el3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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