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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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살인의뢰' 왜 그들은 법 아닌 사적 복수를 택했나

기사입력 2015.03.13 18:14 / 기사수정 2015.03.13 18:29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영화 '살인의뢰'는 영화를 보고난 뒤 말할 거리가 많아지는 영화다.

'살인의뢰'는 범인을 쫓아가는 스릴러가 아니다. 100여분간 가슴을 졸이며 추악한 범인을 쫓는 형태를 버리고 대신 범죄가 일어난 뒤 피해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

촉귀신이라고 불리우는 형사 태수(김상경 분)는 여성들이 실종되는 사건을 맡아 여유롭게 조사에 임하던 중, 남다른 촉으로 심상치않은 뺑소니범 강천(박성웅)을 체포한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따뜻한 금융맨 승현(김성균)과 결혼한 자신의 여동생 수경(윤승아)이 강천의 마지막 희생자임을 알게된다. 태수는 그녀의 시신이 묻힌 곳을 알려달라 애원하지만 강천은 싸늘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이후 3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한 편이다. 사형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진다. 공권력이 범죄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되묻는다.

결국 법에 기대는 대신에 사적 복수를 그리게 하는 현실에 대한 물음표다. 온라인에서 흔히 달리는 댓글 중 하나인 "저런 범죄자들에게 내 세금이 쓰이다니"라는 말은 영화 속 형사의 대사로 그대로 살아났다. 그 말을 꺼내는 주체는 일반 시민이 아닌 공권력의 중심인 경찰이다.

모든 패를 내놓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자칫 김이 빠질 수도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스릴러 영화의 틀을 조금 다르게 가져간 영화다. 이 영화는 모든 범인이 누구인지를 금방 드러낸다. 숨막히고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대신 범죄 피해자들이 법 대신 사적 복수를 택해야했던 현실을 그린다. 속 시원할 것 같던 엔딩 장면도 끝내 답답함이 밀려오게 하며 많은 생각거리를 안긴다. 촘촘하게 이뤄진 연출은 아니나 아쉬움은 배우들이 잘 메꿔냈다.



김상경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가족끼리 왜 이래'의 철없는 노총각의 모습을 금방 잊게 만들었다. '살인의 추억', '몽타주'에 이어 또 형사로 변신했지만 기존과는 달리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피폐해진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특히 10일간 10kg를 감량한 그의 피나는 노력은 영화 속에 그대로 묻어난다. 몰라보게 샤프해진 그의 모습은 피폐하지만 멋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성균은 초반에는 응답하라 1994의 따뜻한 삼천포처럼 알콩달콩 윤승아와 부부 호흡을 맞췄지만 삽시간에 범죄 피해자 가족이 되고, 얼마나 사람이 바뀔 수 있을 것인지를 보여냈다. 평범한 금융맨이 아내를 잃고 어떤 절망을 느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하는 모습은 가슴이 저려온다.

박성웅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속 하이라이트인 목욕탕 액션신에서도, 아무런 연민도 느낄 수 없는 그저 쾌락형 살인마로 변신한 모습에서도 그는 무서우리만치 제 몫을 다해냈다. 대사가 많지는 않지만 그저 그가 입꼬리를 올리고 희미하게 웃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름이 돋는다. 박성웅의 지독한 무게감이 잘 느껴지는 영화다. 손용호 감독이 구제의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아 일말의 연민도 느낄 수 없는 절대 악으로 설정한 강천을 박성웅보다 더 잘 표현해낼 연기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12일 개봉.

추천별점: ★★★(5점 만점)
추천대상: '신세계'를 보고 박성웅에게 입덕한 사람, 무거운 스릴러가 고픈 이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살인의뢰ⓒ씨네그루(주)다우기술]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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