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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구의 탐구생활] '응답하라 1994' 한국드라마 중력에 무릎꿇다

기사입력 2013.12.09 21:47 / 기사수정 2013.12.11 18:29

한인구 기자


▲ 응답하라 1994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응답하라 1994'는 여전히 재밌다. 그러나 이제는 평범한 한국드라마가 됐다.

지난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응답하라 1994'는 전작 '응답하라 1997' 못지않은 작품 완성도로 2013년 후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신촌하숙'을 배경으로 지방 학생들의 상경기와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찾기가 얽히고설킨 촘촘한 구성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전작보다 나은 후속작은 없다'라는 편견을 깼다.

그러나 지난주 14회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부터 이상 조짐이 감지됐다. '응답하라 1994'만이 보여주던 잘짜여진 구성은 보이지 않았다. 나정과 쓰레기(정우), 칠봉이(유연석)의 삼각관계가 본격화되면서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의 길을 걷고 있다.

이는 '한국드라마'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이 중심이 된 극 전개는 시청자에게 이미 익숙한 줄거리다. 어느새 '응답하라 1994'에서는 칠봉이의 애끓는 장면이 되풀이된다. 또한 한 장면당 길이는 늘어지고 속도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극 전개는 꼬인 실타래를 푸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주·조연이 뚜렷하게 나뉘지 않은 '응답하라 1994' 안에서 성나정의 남편찾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초반에 보여줬던 치밀함은 오간 데 없다.

그래서 배우 김슬기의 등장은 아쉽다. 김슬기는 극중 쓰레기의 사촌 동생으로 출연한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대사로 등장인물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의 등장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대신 단순히 신비한 등장인물 한 명으로 극적 장치를 더했다는 인상을 준다. 애써 김슬기가 등장했어야 하는 의구심이 든다.

김슬기의 등장은 드라마를 이끌어 가던 색다른 소재의 고갈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응답하라 1994'의 재미는 다양한 곳에 숨어있는 장치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미래의 나정이의 남편이 이름이 '김재준'이라든가, 조윤진의 어머니가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졌다는 것과 같은 장치들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줬다.

다양한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가 공개된 가운데 '응답하라 1994'에 남은 카드는 성나정의 삼각관계다. '응답하라 1994'가 성나정의 남편찾기가 중심 이야기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줬던 '응답하라 1994'의 시청자 뒤통수를 얼얼하게 하는 치밀함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익히 알려졌듯 '응답하라 1994'는 13회까지 사전제작됐다. 14회부터 드라마의 재미가 시청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높은 인기만큼이나 '응답하라 1994' 제작 스케줄이 빡빡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아쉬움은 남지만 '응답하라 1994'는 재밌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최근 '응답하라 1994' 제작진은 계획했던 방송분량보다 1회 많아진 21회로 종영한다고 밝혔다. 이제 마지막 방송까지 6회 남았다. '응답하라 1994'가 평범한 한국드라마가 될지, 새로운 드라마로 거듭날지도 단 6회를 앞두고 있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응답하라 1994 ⓒ CJ E&M]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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