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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P] '25억원 포기, 4천만원 선택'…일본은 왜 헐값에 빅리그 진출하나

기사입력 2013.03.26 17:59 / 기사수정 2013.05.01 17:14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한미일 3개국의 프로야구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과 일본 팬들은 프로야구 개막은 물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자국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올시즌 한국은 추신수 뿐만 아니라 류현진이 빅리그에 합류해 메이저리그와 진한 스킨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스즈키 이치로, 다르빗슈 유를 중심으로 빅리거에 대한 관심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 추신수, 류현진을 제외하면 딱히 떠오르는 빅리거가 부족한 반면 일본은 꿈을 위해 헐값에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많다. 

정복하지 못한 동양인 내야수의 꿈

그동안 메이저리그에는 마쓰이 카즈오, 이구치 타다히토, 이와무라 아키노리 등 많은 동양인 선수들이 진출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학주가 마이너리그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크하고 있다.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서 동양인은 투수와 몇몇 외야수만 성공을 거뒀다. 투수로는 노모 히데오, 박찬호, 왕첸밍, 구로다 히로키가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중간 계투로는 사이토 타카시, 우에하라 고지, 오카지마 히데키 등이 현지서 인정을 받았다. 외야수 포지션에는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추신수 정도가 이름값을 했다.

메이저리그서 성공하기 가장 어려운 포지션은 내야수와 포수가 꼽힌다. 포수로는 지난 해 은퇴한 조지마 겐지가 시애틀에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언어 문제를 겪으며 자리잡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아시아 선수가 도전할 만한 포지션으로는 내야수가 꼽힌다. 일본의 스포츠 잡지 '스포르티바'는 내야수의 빅리그 진출에 대해 “타격은 차치하고 빠른 발과 수비력이 있으면 해볼 만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빅리그에 도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거 이구치와 마쓰이, 이와무라 등이 반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수비 불안을 겪으며 애매한 상태로 도전을 마쳤다. 이 가운데 마쓰이는 “일본야구와 비교해 타구가 다르다. 주자들도 빠르다"라며 메이저리그 수비가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수비가 좋은 가와사키 무네노리, 니시오카 츠요시 등도 빅리그에 진출했지만 가와사키는 현재 마이너리그에 있고 니시오카는 한신 타이거즈로 복귀했다. 도전은 끝이 없다. 다나카 켄스케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에서 아시아 최초로 붙박이 내야수를 꿈꾸고 있다.

헐값이라도 꿈을 위한 순수한 도전

장타, 수비, 주루 능력을 두루 갖춘 나카지마는 좋은 조건으로 빅리그행을 이뤘지만 ‘똑딱이’라는 별명의 다나카는 헐값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는 지난해 니혼햄 파이터즈의 '리드오프'로 활약하며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로 선정됐고 정상급 내야 수비로 정평이 난 선수다. 다나카는 지난 해 자유계약(FA) 신분을 획득했다. 니혼햄은 연간 25억, 주전 보장의 파격적 대우를 약속했지만 다나카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다나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받는 금액은 한화 약 4천여 만원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진입할 때에는 7억원 수준으로 조정되는 계약이다. 

일본에서는 스타였으나 메이저리그 신인급 대우로는 굴욕적인 계약이다. 그러나 다나카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다나카는 빅리그 진출이 확정되자 “솔직히 후배들에게 길을 터준다는 것은 옛말이고 형식적이다. 나에게도 꿈이 있다.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당돌하게 인터뷰를 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뛰는 일본선수들과 대결을 한다면 뭉클하기도 하고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것 같다"며 넓은 관점의 목표도 언급했다. 노모, 이치로가 빅리그에 진출할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노모와 이치로는 ‘일본 선수가 미국의 거인들과 맞선다’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개인적이고 야구 영역을 벗어난 목표는 내세우지 않고 있다.

'묻지마 도전'에 日야구계는 반신반의

일본 야구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일본에서 야구평론가로 활동 중인 장훈은 “아무나 메이저리그에 가려고 한다. 수비에서 한계가 있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라며 해마다 발생하는 일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꼬집었다. 일본 선수들이 헐값에 빅리그에 진출하는 현상이 빚어지자 일본 야구가 메이저리그의 선수 공급처로 전락했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반대 의견도 있다. 일본의 '니칸스포츠'는 “상위 수준의 선수들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도 그 다음 세대인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 순환구조가 된다”며 자연스런 세대 교체 흐름이 나쁠 것 없다는 논조를 드러냈다. 빅리그 경험이 있는 마쓰이 카즈오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좋다. 특히 내야수가 우물 안 개구리 형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또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겠다는 강인한 의지로 빅리그를 택하는 선수들을 향한 응원도 적지않은 셈이다. 최근의 바뀐 트렌드가 일본의 야구소년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요미우리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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