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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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의 악녀 정선우를 위한 변명

기사입력 2013.01.21 08:1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인기 드라마에서 '독이 든 잔'을 든 배역은 단연 '악녀'들이다. 여주인공의 부각을 위해, 또한 드라마의 긴장감에 방점을 찍기 위해 그들은 서슴없이 악행을 저지른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다.

시청률 40%를 넘으며 '국민드라마'의 대열에 선 '내 딸 서영이'의 정선우(장희진 분)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6년 동안 짝사랑해온 강우재(이상윤 분)는 부모도 없는 고아로 알려진 이서영(이보영 분)과 결혼했다.

그런데 사랑의 '연적'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기가 막힌 그녀(이서영)의 과거가 은폐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고아로 알았던 이서영의 아버지(천호진 분)는 버젓이 살아있었다. 평소 안 좋은 감정을 가졌던 이가 이런 식으로 과거를 속였다면 정선우가 아닌 다른 이들은 어떤 방식을 취했을까?

정선우는 기존 몇몇 드라마에 존재했던 악녀들과는 다르다. 악녀의 역할은 바른 길을 걸어가는 여주인공의 앞길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이유는 경제적 신분(주로 악녀는 부유층에서 성장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이는 여주인공인 경우가 많다)에서 오는 우월감과 남자주인공을 놓고 펼치는 '사랑 다툼' 때문이다.

정희진과 이서영 관계는 이러한 구도에 충실하다. 하지만 여주인공 이서영은 예전에 존재해온 여주인공들과는 달리 떳떳하지 못하다. 자신의 가족들을 부정한 뒤 상류층 자제와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서영의 수상한 과거에 대해 눈치를 챈 정선우는 연적의 과거를 캐낸다. 그리고 이서영의 숨겨진 과거를 마침내 폭로한다. 강우재와 이서영의 갈등은 깊어지면서 정희진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악녀는 드라마의 사건을 확대시키고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최고조로 올려놓는다. '내 딸 서영이'에 등장하는 정선우도 이러한 역할에 매우 충실한 캐릭터다. 지난 19일 방송된 37회 분에서 강우재의 여동생인 강미경(박정아 분)은 이러한 정선우를 비난한다.

강미경은 "너 제 정신이냐,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고 야단친다. 이서영에 대한 질투심에 눈이 멀었던 정선우는 '하지 말아야할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인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선우는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는다. "내 입장에서 봤을 때 이서영씨는 아주 이상하고 파렴치한 여자다. 결혼하려고 거짓말했기 때문이다. 또한 천륜을 져버렸고 거짓말로 6년 동안 사랑한 남자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라고 대응한다.

정선우는 눈물을 흘렸지만 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내 딸 서영이'의 시청자 게시판은 대부분 정선우를 비난하는 글이 많았다. 자신이 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변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선우의 변명은 기존의 악녀들과 비교해 조금은 새롭게 느껴진다. 우선 이서영의 '거짓말'을 누군가는 공개해야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강우재가 좀 더 다정다감하게 처리했다면 정선우의 폭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강우재는 장시간 혼란을 느꼈고 아내에게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던 이서영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라마는 자칫 지루하게 늘어질 수 있는 위기에 근접했다. 드라마의 극적인 흐름을 위해 누군가는 희생되어야했고 그 역할은 다름 아닌 '악녀 정선우'였다. 이서영의 과거가 정선우로 인해 폭로되면서 드라마의 전개는 한층 탄력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악녀'들은 현실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선우라는 캐릭터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악녀들은 그릇된 행위로 비난을 받지만 때로는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미움을 산다.

20일 방송된 38회에서 정선우는 이서영에게 "미안하다. 내가 먼저 말해서 미안하다. 내가 먼저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라며 변명이 섞인 사과를 건넸다. 이러한 정선우를 이서영은 외면하고 두 여성 캐릭터 사이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정선우란 캐릭터가 앞으로 걸어갈 행보도 '내 딸 서영이'의 볼거리 중 하나다. 지속적으로 ‘악녀’의 역할에 충실할지.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며 '용서받을 수 있는 캐릭터'로 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 장희진, 이보영 (C) KBS 방송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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