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14:33
연예

위기의 한류 ③…감정적 대응의 '악순환'을 끊자

기사입력 2012.09.20 14:54 / 기사수정 2012.09.22 17:55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K-POP 한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일본 정부도 KPOP에 대항해 JPOP으로 '일류'를 형성해 해외에 수출하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일본 언론들은 한일 양국 관계가 급랭한 시점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지난 8월 10일로 보고 있다. 이후 일부 극우 팬들과 극우 언론들에 의해 반한, 혐한 분위기가 증폭되면서 KPOP 한류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현지에서 KPOP 음반 시장은 얼마나 위축되었을까. 의외로 KPOP 음반의 판매량은 최근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리콘 차트 집계를 보면, 올해 8월의 kPOP 싱글 음반 판매량은 약 31만6천장으로, 이는 지난해 8월의 약 19만장보다 12만장 가량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 통계는 오리콘 차트 기준인 50위권에 든 K-POP 가수의 음반판매량을 합친 숫자이다. 월간 차트에 이름을 올린 가수도 지난해에는 다섯 팀이었으나 올해는 한 팀이 늘어 여섯 팀이었다. 이들 여섯 팀은 석간 후지가 '히트 기준'으로 제시한 앨범 판매량인 2만장을 모두 넘어섰다.

9월 들어서도 아직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첫째 주에서 셋째 주까지 초신성, B1A4, 오렌지 캬라멜이 각각 10위 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오렌지 캬라멜은 데뷔 앨범으로 10위권에 진입하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오리콘도 'KPOP이 일본 음반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전체의 음반 시장 규모가 감소하는 와중에서도 K-POP그룹이 기폭제가 돼 싱글 앨범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가요계 관계자들도 최근의 한일관계 변화가 한국 가수들의 일본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K-POP 가수 관계자들에게 취재한 결과 "현장에서 느끼는 팬들의 반응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었다. 한류팬들은 여전히 K-POP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때 행여 불미스러운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사실은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언론에 이를 알리기가 조심스러운 실정"이라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현지에서의 활동이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개인 SNS를 통해 정치적으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발언이 걸러지지 않은 채 퍼지게 되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밝혔다.  



 K-POP 가수들의 선전은 일본 현지에 탄탄하게 자리 잡힌 한류 마니아층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한류 마니아층만으로는 일본의 주류 가수가 될 수 없다.

과거 보아와 동방신기는 현지 예능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해 인지도를 쌓았으며, 이후 일본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K-POP 가수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좌충우돌식의 '망가지는' 모습으로 일본 예능 프로에 출연하고 있는 카라가 좋은 예이다. 특히 카라 멤버 구하라는 최근 '달걀 인형'으로 분장하고 출연해 화제를 얻은 바 있다.

인기 한류 그룹인 초신성도 "일본 TV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현지 방송 출연이 팬 층을 확대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다.

최근 일본 언론은 한국 가수나 연예인들을 일본 방송에서 배제한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런 보도들이 일본에서 한류가 널리 퍼져나가는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독도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송일국이 출연한 드라마의 방영 계획을 취소했다는 기사 등은 '팩트(사실)'에 기반한 보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발 한류 관련 기사들 중 많은 것들이 팩트 보다는 추측성 보도이거나, 일부 극우 팬이 올린 댓글을 부풀리거나 확대 해석해 부정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기사는 한국 언론에 의해 '반일' 적으로 보도되고 이는 다시 일본에서 '반한' 적으로 보도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최근 '석간 후지'가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KPOP 가수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배제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아직 NHK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어 '추측성' 기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최근 일련의 반한류 기사들은 주로 일본의 우익 언론이 주도하고 있어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문화 산업을 정치 문제와 직결시키는 것은 문화 산업 자체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정치를 떠나서, 정치를 배제하면서 문화가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그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상대가 감정적으로 나올수록 냉정해지는 것이 길게 보면 우리에게 유리하다.

정치가 서로 극한적으로 대치할수록, 음악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갈등을 넘어 화해로 가는 길을 끌어낼 수 있다. 최근 일본에 부는 '반한류' 분위기가 위험스러운 것은 일본 극우언론들이 이를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꾸면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언론이나 팬들이 좀 더 길게 보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한류 현장에서 일하는 가수나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신오쿠보 한류거리, 한류 매장 ⓒ 엑스포츠뉴스DB]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