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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③] '세계 최강' 브라질, 배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다

기사입력 2012.05.24 12:27 / 기사수정 2012.07.11 19: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남자배구에 있어 2012년 런던올림픽 진출은 매우 중요하다.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연속으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에 걸쳐 한국남자배구는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많은 원성들이 쏟아졌지만 세계 배구의 흐름에 뒤쳐진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월드리그와 월드컵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남자배구는 세계 강호들의 빠른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광석화 같은 빠른 토스로 그들이 한 템포 앞서갈 때 우리는 예전의 플레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세계 배구의 추세를 따라가자는 자성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 몸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낫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 예선전 및 월드리그 등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배구는 중요한 과제를 풀어야한다. 올림픽에 출전하거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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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회 금메달(1992년 바르셀로나, 2004년 아테네) 획득 세계선수권대회 3회(2002, 2006, 2010) 우승 월드리그 9회(1993, 2001, 2003, 2004, 2005, 2006, 2007, 2009, 2010) 우승.

위에서 표기한 화려한 이력은 브라질 남자배구대표팀이 이룩한 것이다. 높이와 파워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빠른 플레이를 펼치는 팀으로 유명한 브라질은 현재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부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다.

러시아와 미국 등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브라질은 여전히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군림했다. 각 포지션에 걸쳐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브라질은 배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현란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세계 최강' 브라질, 배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다

세계 배구의 흐름이 스피드 배구로 전환할 때 이러한 흐름을 가장 창의적으로 살린 팀이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낮고 빠른 토스를 활용해 중앙 시간차 백어텍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공격 패턴을 완성했다.

또한 브라질이 유럽의 강호들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탄탄한 기본기'와 '창의적인 플레이'에 있다. 세터를 제외한 주전 선수 전원이 토스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배구의 기본기 중 하나인 2단 연결이 가장 매끄러웠던 점이 브라질의 장점 중 하나였다.

'월드 리베로' 여오현(34, 삼성화재)은 월드리그를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브라질을 여러 차례 만났다. 여오현은 "브라질의 경기 중 인상적인 부분은 2단 연결이었다. 그렇게 키가 큰 선수들이 모두 세터처럼 토스를 하고 있는 점이 놀라웠다"고 회고했다.

한국 선수들의 단점 중 하나는 2단 토스다. 상대의 공격을 수비로 걷어 올린 뒤 공격수에게 올려주는 2단 연결은 매우 중요하다. 2단 토스에 따라 역습의 기회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이 토스에 능했던 브라질은 정교한 2단 토스로 유럽 선수들을 흔들었다. 여기에 선수 전원이 움직이는 협력 플레이를 펼쳤다. 다양한 유형의 공격을 패턴을 갖춘 브라질은 어떠한 유형의 공격을 구사해도 선수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러한 일사분란한 조직력에 상대 블로킹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브라질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가만히 서서 구경하는 선수는 없다. 높이와 파워를 기본적으로 갖춘 브라질은 스피드와 협력 플레이마저 조합해 '완성형 배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한 때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군림한 지바(35)는 브라질 배구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레프트 공격수였던 그는 신장(193cm)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빠른 발과 정교한 기술로 극복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여기에 중앙 시간차 백어텍의 '달인'인 단테 아마랄과 라이트 공격수인 안드레 나시멘토가 가세하면서 최강의 공격라인을 형성했다. 지바와 단테, 안드레의 특징은 볼을 때리는 위치가 고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위치에서도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 이들의 장점이다. 서로 자리를 적절히 바꿔가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들은 날개 공격수는 자기 위치에서만 볼을 때린다는 고정관념을 무너트렸다.

이들과 최고의 리베로였던 세르지오가 함께 뛴 브라질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장신 군단'들은 브라질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하지만 '토털 배구'를 펼치는 브라질 앞에서 늘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이 선보인 창의적인 배구는 세계 배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일본은 차세대 유망주들이나 대표급 선수들을 브라질로 유학을 보냈다. 오랫동안 일본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우사미 다이스케도 브라질 유학을 통해 한단계 성장한 선수다.

오랫동안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활약한 최태웅(36, 현대캐피탈)은 "일본대표팀의 주전 세터인 우사미는 뛰어난 세터다. 예전에는 기량이 그렇게 좋지 못했지만 브라질 유학을 다녀온 뒤 토스가 매우 빠르고 정교해졌다"고 밝혔다.

의무적으로 브라질 배구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존의 틀을 깨고 그 어느 국가보다 창의적인 배구를 펼친 점은 분명히 배울 부분이다.

현재 브라질은 물론 세계의 강호들은 자기 위치에 국한된 플레이를 펼치지 않는다. 어느 위치에서도 볼을 때릴 수 있고 자신의 포메이션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배구를 펼친다.

스피드 배구에 창의적인 플레이까지 조합한 브라질 배구는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뒤늦게 빠른 배구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브라질 배구가 보여준 창의적인 플레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 브라질남자배구대표팀, 단테 아마랄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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