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한때 절친이었다가 원수로 돌아서 결국 국적까지 갈리고 만 쇼트트랙 황대헌(강원도청)과 린샤오쥔(중국, 한국명 임효준). 올림픽에서 처음 만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황대헌은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2초30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네덜란드의 옌스 판트바우트(2분12초219)에 이어 2위로 들어은 황대헌은 은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해당 종목 금메달을 차지했던 그는 2연패에는 실패했으나,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는 성공했다.
레이스 초반 뒤에서 페이스를 찾아가던 황대헌은 앞에 있던 선수들이 중반부에 넘어지면서 순위가 올라갔다. 이후 3바퀴를 남겨두고 3위로 올라왔고, 다음 바퀴에서는 2위까지 진출했다. 내친 김에 판트바우트를 뒤집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그가 선두를 내주지 않으며 황대헌은 2위로 들어왔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에 이어 3번째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황대헌은 4번째 메달 수확에 성공했다. 평창에서 500m 은메달을 땄던 그는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1500m 금메달과 5000m 계주 은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황대헌이 은메달을 딴 이날, 그와 악연이 있던 린샤오쥔은 대비되는 결과를 받았다. 린샤오쥔은 남자 1500m 예선 4조에서 출전했으나, 7바퀴를 남겨두고 곡선 주로를 빠져나올 때 넘어지면서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판트바우트와 쑨룽(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레이스를 펼친 린샤오쥔은 초반 앞서나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조금씩 추격을 허용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7바퀴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다른 선수와 충돌 없이 혼자 넘어지면서 레이스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결국 린샤오쥔은 레이스를 포기했고, 준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 종목에서 이미 좋은 결과를 냈었던 린샤오쥔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2018년 평창 대회 때 '임효준'이라는 이름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기억이 있다. 8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예선 탈락은 물론이고 황대헌이 메달을 목에 거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한때 대표팀 동료였던 황대헌과 린샤오쥔은 어느 순간 철천지 원수로 돌아섰다. 평창 올림픽 다음 해였던 2019년, 린샤오쥔은 대표팀 훈련 중 황대헌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린샤오쥔에게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고, 대한체육회 재심도 기각당했다.
이로 인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설 수 없게 된 린샤오쥔은 2020년 6월 중국으로 귀화하고 말았다. 대법원이 해당 성추행 사건에 대해 린샤오쥔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이미 중국 국적으로 바뀐 후의 일이었다.
2022년 베이징 대회 때는 규정상 출전할 수 없었던 린샤오쥔은 2026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고,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박지원과 '팀킬 논란' 등으로 비난을 받았던 황대헌도 올림픽에 나섰다.
황대헌과 린샤오쥔은 월드투어에서는 레이스를 펼친 적이 있으나, 올림픽에서는 처음 맞붙을 기회를 만났다. 하지만 린샤오쥔이 허무하게 예선 탈락으로 물러나면서, 일단 1500m에서는 맞대결이 무산되고 말았다.
예선 탈락의 충격이 컸던 듯, 린샤오쥔은 입을 꾹 닫았다. 그는 경기 종료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왔으나, 중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어 한국 취재진에게도 "경기 끝나고 하겠다"며 지나쳤다.
사진=연합뉴스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