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음주운전 징계 뒤 헝가리로 귀화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메달리스트 김민석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적응 훈련을 위해 링크에 등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 선수들과 함께 얼음 위를 질주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현지 취재진 인터뷰 요청엔 자신의 모든 경기 일정이 끝난 뒤 답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4일(한국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민석은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 헝가리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훈련했다.
특히 그는 옛 동료였던 태극전사들과 함께 대오를 맞춰 트랙을 질주했다.
김민석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서 헝가리 국가대표로 나선다.
ISU는 지난달 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출전 쿼터를 발표했는데 헝가리는 남자 1000m와 1500m에서 쿼터를 확보했으며 출전 선수는 한 명이다.
한국에서 귀화한 김민석이 헝가리에서 유일하게 이 종목에 참가하는 선수가 됐다.
헝가리 매체 '프리스미디어'는 비슷한 시기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 참가하는 헝가리 대표팀이 부다페스트 산도르 궁전에서 선서식을 가졌다"면서 "총 15명의 선수들이 출전하는데 김민석도 나서게 됐다"고 알렸다.
김민석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을 때 아시아 최고의 남자 빙속 중거리 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태극마크를 달고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메달 3개(은메달 1개·동메달 2개)를 따냈기 때문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선 아시아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평창 올림픽에선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으며,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1500m에서 네덜란드 선수들과 경쟁하며 동메달을 다시 한 번 거머쥐었다.
하지만 김민석은 순간의 실수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180도 뒤바뀌는 운명을 맞았다.
김민석은 2022년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벌어진 음주운전 사고에 연루돼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1년 6개월 징계를 받았고, 2023년 5월 재판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아 대한체육회로부터 2년의 국가대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소속팀과의 계약까지 끝나며 2026년 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준비하지 못할 악조건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새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김민석은 헝가리 빙상 대표팀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지도자로부터 귀화 제의를 받았다.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 2024년 7월 태극마크를 포기하고 헝가리로 귀화를 결정했다.
최근 김민석이 헝가리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에 따라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가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김민석은 헝가리빙상경기연맹이 그의 올림픽 출전을 알리는 SNS 포스터에 한국이 낳은 축구스타 손흥민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여 더더욱 한국에서 화제가 됐다.
김민석은 일단 생애 세 번째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헝가리에서 이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 나서는 선수가 김민석 한 명이다보니 한국 선수들과 합동 훈련을 하는 게 불가피했다.
김민석은 이날 훈련을 마친 뒤 국내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며 "경기가 끝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김민석은 일단 이번 올림픽에선 1000m와 1500m에 나서며, 매스스타트에도 예비 선수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다만 최근 국제대회 성적은 부진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가을과 겨울에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선 4차례 출전했으나 두 차례 레이스에서 디비전A 꼴찌(20위)를 했다. 2024-2025시즌엔 이 정도로 나쁘지 않았으나 올림픽 시즌에 기량이 살아나질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김민석이 처음에 헝가리 국적을 따낼 때 그를 주목했던 헝가리 언론도 최근엔 "김민석이 메달을 따내려면 기적이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진=헝가리빙상경기연맹 SNS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