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이 2026년 헌액자로 카를로스 벨트란을 선택한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는 이 결정이 다시 한 번 '명예의 전당 선정 기준의 모순'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지난 21일(한국시간) 발표한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벨트란은 4번째 도전 끝에 올해 총투표수 425표 중 358표를 얻어 득표율 84.2%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중심으로 메이저리그 이슈를 다루는 미국 매체 '맥코비 크로니클스'는 23일 칼럼을 통해 "벨트란의 헌액 자체는 축하받아 마땅하지만, 명예의 전당의 기준은 더 이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매체는 이번 선정을 두고 "명예의 전당이 오랜 기간 보여온 위선이 또 한 번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논란의 핵심은 과거 스캔들에 대한 선택적 판단이다. 벨트란은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불법 사인 훔치기 사건 당시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반면 '스테로이드 시대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배리 본즈는 여전히 헌액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맥코비 크로니클스'는 "같은 명예의 전당이 본즈를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들에게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티즈는 금지 약물 검사 양성 반응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 2022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벨트란 역시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사인 훔치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표를 얻었다.
이 매체는 MLB MVP 7회, 통산 홈런 1위(762개), 단일 시즌 최다 홈런 1위(73개, 2001년) 등 역사에 남을 화려한 기록을 보유한 샌프란시스코의 레전드 본즈에게는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들은 "일부는 벨트란의 통산 성적과 포스트시즌 기여도가 논란을 상쇄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렇다면 왜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본즈에게는 동일한 논리가 허용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기록과 업적을 이유로 논란을 넘어설 수 있다면, 그 기준은 모든 선수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문제는 특정 선수의 자격 여부를 넘어선다. '맥코비 크로니클스'는 "이 논쟁의 본질은 선수 개인이 아니라 명예의 전당이라는 제도의 신뢰성"이라며 "스캔들이 헌액을 막는 절대적 기준이라면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배제의 명분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태도를 동시에 취하는 한, 명예의 전당은 존중받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올해 명예의 전당 투표에는 추신수 SSG 랜더스 구단주 보좌역이 한국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회 후보 선정에 이어 득표(3표, 0.7%)까지 이뤄내며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벨트란의 헌액 발표는 축하와 함께 또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과연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기록의 전당'인지, 아니면 '선별된 도덕의 전당'인지, 그리고 그 기준은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MLB / 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