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된 천안북일고 투수 박준현의 학교폭력 처분 결과가 뒤집힌 가운데 피해자 측 변호인이 행정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법무법인 태광의 이경석 대표 변호사는 11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학폭 아님이 학폭 인정으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충남 교육청만 놓고 본다면 행정심판에서 바뀐 결과가 인용된 사례는 10% 내외라고 들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증거 확보 자체가 어려웠다. 사실 나도 이번 행정심판에서 결과가 뒤집힐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심판 결과의 의미는 '학폭 행위 자체가 있었다'라는 걸 확인받았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천안교육지원청은 지난 9일 박준현에게 내렸던 '학폭 아님' 처분을 취소했다. 박준현의 학폭 행위를 인정, 징계 수위 중 가장 낮은 1호 처분과 서면사과를 명령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위원들은 박준현이 피해자인 같은 학교 야구부 선수 A군에게 한 욕설 등이 정신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학폭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A군은 앞서 지난 5월 박준현으로부터 오랜 기간 괴롭힘과 따돌림 등을 당했다고 주장, 학교 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당시 천안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박준현에 대해 '학폭 아님' 처분을 내렸다.
박준현은 '학폭 아님' 처분이 나오면서 지난 9월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 참가에도 문제가 없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도 입단 제안을 받을 만큼 특급 유망주였던 가운데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지명됐다. 키움은 박준현에게 KBO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 공동 3위에 해당하는 7억원을 계약금으로 안겨줬다.
하지만 3개월 뒤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박준현의 '학폭 아님'을 '학폭 행위 인정'으로 뒤집으면서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논란이 다시 불타올랐다.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가해 학생이 2023년경 피해 학생에게 여미새라고 말하고 'ㅂㅅ'이라는 DM을 보낸 점, 가해 학생의 부친이 피해 학생의 모친에게 '상처받은 00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점, 피해 학생이 학교 야구부의 집단따돌림을 당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증상을 겪는다는 취지의 진단을 받은 사실’을 종합하여 '조치 없음'의 원처분을 취소하고 가해 학생에게 '서면 사과' 처분을 내리는 재결을 확정했다.
학교 폭력 1호 처분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 서면 사과를 제외하면 별도의 처벌은 없다. 졸업 후 생활기록부에도 남지 않아 가장 약한 단계의 징계다. 다만 박준현의 경우 줄곧 학교 폭력 가해 의혹에 대해 "떳떳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경석 변호사는 "강제 퇴학 처분이 무겁다고 가해자가 행정심판을 진행했을 때 강제 전학 처분으로 인용되는 경우는 있기는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반대로 '학폭 아님'이 행정심판을 통해 '학폭 행위'로 인정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해자 쪽에서 이번 판결에 불복, 행정소송은 진행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가해자 측이 우리 쪽에 통보할 이유가 없긴 하다"며 "행정 소송을 통해 1호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는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 처분 자체가 취하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행정심판 결과가 나온 뒤 박준현 측은 아직 피해 학생 측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행정심판 결과에 불복,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경우 6개월 이상의 길고 긴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 키움 구단은 박준현의 입장 정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석 변호사는 '만약 가해자 측이 사과할 경우 피해자들이 받아줄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 "이 부분은 (피해자) 아버님과 얘기를 해봐야 한다. 일단 피해자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는 건 (박준현) 선수가 드래프트 지명 후 인터뷰에서 학폭에 대해 '떳떳하다'라고 얘기하는 걸 방송으로 보신 뒤 격분하셨다고 했다. 원래는 '사과만 하면 된다' 정도의 수준이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또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계실지는 구체적으로 대화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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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