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파리 생제르맹(PSG)을 향한 이강인의 폭탄선언이 효과를 보는 듯하다.
이강인의 진심을 알게된 PSG가 극약 처방을 내린 가운데, 이강인도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PSG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랭피크 리옹과의 2025-2026시즌 리그1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2 극장승을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2-2로 팽팽했던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은 건 이강인의 날카로운 왼발이었다. 코너킥 키커로 나선 이강인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주앙 네베스의 극장 결승골로 이어지면서 PSG가 원정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은 최근 2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도움 모두 극장골을 어시스트한 것이라는 점에서 PSG도 이강인의 활약에 미소 짓고 있다.
이강인 개인적으로도 이번 경기는 특별했다. 2023년 여름, 어린 시절부터 성장했던 스페인 무대를 떠나 PSG에 정착한 이강인은 리옹전을 통해 PSG 입단 후 100번째 경기를 뛰었다. 그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작성하며 자신의 기록을 자축했다.
이강인의 활약으로 PSG는 2위 올랭피크 마르세유를 제치고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8승3무1패, 승점 27이 된 PSG는 마르세유에 불과 2점 앞서 있긴 하지만 최근 7경기 연속 무패(4승3무)를 달리며 상승세를 탔다.
이날 리옹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도미니크 그리프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니콜라스 탈리아피코, 무사 니아카테, 클린턴 마타, 루벤 클라위버르트가 수비를 구성했다. 내터 네스만, 타일러 모턴이 허리를 받쳤고, 알폰소 모레이라, 칼리스 메라흐, 애인슬리 메이틀런드 나일스가 2선에 위치했다. 최전방에는 라시드 게잘이 출전해 득점을 노렸다.
PSG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뤼카 슈발리에가 골문을 지켰고, 뤼카 에르난데스, 윌리안 파초, 일리아 자바르니, 워렌 자이르 에메리가 백4를 이뤘다.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주앙 네베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세니 마율루, 이강인이 최전방 스리톱을 구성해 공격을 이끌었다.
PSG가 먼저 앞서나갔다. 전반 26분 비티냐의 패스를 받은 자이르 에메리가 박스 안까지 돌파한 후 골키퍼 머리 위를 노린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리옹이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자바르니의 핸드볼 파울이 나오는 듯했으나 주심이 이를 그냥 넘겼다. 리옹은 1분 뒤 니아카테의 공간 패스를 받은 모레이라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해 1-1을 만들었다.
하지만 PSG가 다시 앞서나갔다. 전반 33분 비티냐가 상대 공격을 차단한 후 역습을 가져갔고, 크바라츠헬리아에게 연결됐다. 크바라츠헬리아는 오른발로 가볍게 마무리해 2-1이 됐다.
전반 42분 리옹이 땅을 쳤다. 오버래핑한 탈리아피코가 이강인의 압박을 벗겨내고 직접 슈팅을 때렸으나 이게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말았다.
2-1로 리드를 잡은 채 후반전을 맞은 PSG는 후반 15분 일격을 당했다. 모튼의 침투 패스를 받은 메이틀런드 나일스가 PSG 수비라인을 무너뜨린 뒤 득점 기회를 잡았다. 슈발리에가 골문을 비우고 뛰쳐나오자 키를 넘기는 로빙 슈팅으로 2-2를 만들었다.
이강인은 후반 17분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때려봤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2분 이강인이 탈리아피코의 경고 누적 퇴장을 이끌어내며 PSG에 수적 우위를 안겼다.
곧이어 이강인의 극장 어시스트가 나왔다. 추가시간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올린 크로스를 네베스가 헤더로 마무리해 골망을 갈랐다. 경기 막판 극장골이 터지며 PSG가 짜릿한 승리를 가져갔다.
PSG 입단 후 100번째 경기서 결승골을 도운 이강인은 경기 후 루이스 캄포스 단장으로부터 100경기 기념 메달을 선물 받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의 PSG 100번째 출전을 축하하고 싶다. 그는 코너킥을 매우 잘 찬다. 매우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며 "난 이강인을 아주 잘 안다. 특별한 선수다. 다른 선수들처럼 계속 발전하려고 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지난 여름 PSG를 떠나려고 했던 이강인의 폭탄 선언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이강인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중요 경기에서 출전 시간이 급감하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여름 이적시장 때 이적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의 폭탄 선언을 들은 엔리케 감독과 캄포스 단장은 이강인이 가진 잠재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높은 이적료를 책정해 이강인을 잔류시키기로 했다.
동시에 구단에서도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강인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자극하는 방법을 택했다. 중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해주면서 이강인이 목표를 가지고 열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강인은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시즌 첫 경기였던 UEFA 슈퍼컵서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골을 기록했고, 반전의 신호탄이 됐다.
이후 이강인은 지난날의 감정을 내려놨다. 마음을 다잡고, 지난 시즌보다 훨씬 성숙해진 정신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되면서 이강인의 경기력도 상승했다. 이번 시즌에는 바르셀로나(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유럽 강팀들을 상대로도 기죽지 않고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강인의 폭탄선언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