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한 손흥민의 60m 드리블 골보다 더 뛰어난 득점이 나왔다.
토트넘 홋스퍼 센터백 미키 판 더 펜이 무려 80m 거리를 질주해 득점을 터뜨리며 축구계 인사들을 놀라게 했다.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펜하겐과의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4차전서 4-0 대승을 거뒀다.
전반 19분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 후반 6분 윌송 오도베르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은 토트넘은 후반 12분 존슨이 퇴장당하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판 더 펜, 주앙 팔리냐의 쐐기골을 더해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판 더 펜의 환상적인 솔로골이었다.
후반 19분 토트넘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은 판 더 펜은 동료들에게 패스하지 않고 그대로 치고 달렸다. 코펜하겐 선수들이 판 더 펜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판 더 펜은 강력한 피지컬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떨쳐냈다.
상대 박스 앞까지 돌파한 판 더 펜은 왼발로 강력한 슈팅을 때렸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80m 거리를 단독 질주하는 동안 상대 선수 네다섯 명을 무력화한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2019년 번리와의 경기에서 60m를 질주해 그 해 최고의 골을 뽑는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던 손흥민의 득점보다 무려 20m 더 먼 거리였다. 판 더 펜의 득점은 올해의 골 뿐만 아니라 푸스카스상 수상도 예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 더 펜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득점 당시 상황에 대해 "앞에 작은 틈이 보이길래 '좋아, 이제 드리블을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따라잡을 수 있을지 보고 있는데 공간이 점점 더 넓어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득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득점 주인공 판 더 펜은 덤덤하게 말했으나 축구계 인사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프랑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리오넬 메시가 판 더 펜으로 변신한 것 같았다. 자기 골대에서부터 반대편 끝까지 달려가 환상적인 골을 넣었다"며 판 더 펜이 엄청난 득점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잉글랜드 레전드 미드필더 오언 하그리브스는 "지금까지 본 득점 중 가장 멋진 골 중 하나였다. 판 더 펜은 마치 그곳에 수비가 없는 것처럼 뛰었다. 힘을 유지한 채 끝까지 득점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시즌 최고의 골. 게임 끝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었던 네덤 오누오하 또한 "정말 최고다. 지난 시즌 올드 트래퍼드에서 어시스트를 했을 때와 비슷하다. 그때도 경기장 절반 이상을 내달린 후 존슨에게 어시스트했다. 수비수가 그렇게 뛰면 누가 막아야 할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몸집과 스피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경기장에 있던 상대 선수는 판 더 펜과 아무런 접촉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도 "데스티니 우도기의 반응은 모든 걸 말해줬다. 축구 선수가 멋진 골을 넣었을 때 팀 동료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드는 것은 보통 골이 터진 후에 하는 일이다"라며 "우도기는 동료 수비수 판 더 펜이 골을 넣었을 때 그러한 동작을 취했다. 판 더 펜은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을 해냈다. 어쩌면 전례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판 더 펜의 득점을 조명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의 업적도 다시 언급했다.
매체는 "이런 식으로 솔로골이 터진 장면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토트넘에서 뛰었던 한국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 또한 몇 년 전 번리를 상대로 비슷한 골을 넣었다. 그 골은 FIFA로부터 한 해 최고의 골로 인정 받는 푸스카스상을 수상헀다"고 설명했다.
또한 손흥민보다 센터백 판 더 펜의 득점 과정과 난이도가 더 특별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센터백이 멋진 골을 넣은 적은 많다. 하지만 솔로골은 다르다. 속도, 힘, 컨트롤, 압도적 피지컬, 우아함, 그에 걸맞은 마무리까지. 4명의 선수를 제치고 단 10초 만에 페널티 구역을 넘나들며 잊을 수 없는 활약을 펼쳤다면? 믿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매체 더선도 "판 더 펜의 골은 2019년 12월 번리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훌륭한 골을 연상케 한다. 당시 손흥민은 그 골로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면서 "판 더 펜은 놀라운 스피드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 기준으로 봐도 이번 득점은 예외적이었다"고 판 더 펜의 득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도 자신의 득점을 뛰어넘는 후배의 득점에 그저 감탄사만 연발했다.
토트넘 구단 SNS에 해당 득점 장면이 올라오자 손흥민은 댓글로 "와우…그저 와우"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