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5년 만에 아시아 최고의 팀들이 겨루는 무대로 돌아온 FC서울이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지난 시즌 대회 8강에 올랐던 동남아시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격파했다.
더불어 서울은 이날 외국인 선수들을 9명이나 선발에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벌인 부리람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두 골을 뽑아낸 뒤 주전 선수들을 교체하는 여유까지 보여주며 결과와 체력 안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하는 FC서울은 3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부지역 리그 페이즈 2차전 홈 경기에서 최준과 정승원, 루카스의 연속골을 앞세워 3-0 대승을 거뒀다.
5년 만에 돌아온 ACL 홈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6643명의 팬들 앞에서 승점 3점을 낚은 서울은 승점 4점(1승1무)을 기록, 동부지역 1위로 올라섰다. 마치다 젤비아(일본)와의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무패다.
서울은 4-4-2 전형을 꺼냈다. 최철원이 골문을 지켰고, 박수일, 박성훈, 정태욱, 최준이 백4를 구축했다. 미드필드에는 정승원, 이승모, 황도윤, 루카스가 이름을 올렸고, 투톱은 린가드와 천성훈이 구축했다.
부리람은 3-5-2 전형으로 맞섰다. 닐 레오나르드 에서리지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로베르트 바우어, 케네스 두걸, 커티스 굿이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샌디 월시와 사살락 하이프라콘이 윙백에 배치됐고, 고란 카우시치, 로베르트 줄, 피터 안토니오 줄이 중원을 책임졌다. 길레르메 비솔리 캄포스와 수파차이 차이다드가 최전방에서 서울 골문을 노렸다.
경기 초반 서울에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주심이 박수일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상대 공격을 막는 도중 핸드볼 파울을 범했다며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 선수들과 벤치의 항의로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온 필드 리뷰를 진행했고, 결국 코너킥을 선언했다. 박수일의 왼팔이 몸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다.
부리람은 중원 지역에서 서울을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후방에 배치한 세 명의 센터백을 중심으로 수비 시 백5 형태를 구축해 서울 선수들에게 공간을 주지 않았다. 서울은 천성훈이 최전방에서 상대 센터백들과 싸워주고 루카스, 정승원 등 측면 자원들이 세컨드볼을 따내는 데 집중하는 식으로 부리람 수비를 공략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부리람이 부상으로 먼저 교체카드를 썼다. 전반 20분 앞서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그라운드 위에 잠시 주저앉았던 월시가 빠지고 필립 스토이코비치가 들어왔다. 전반 23분경에는 미드필더 카우시치가 경합 후 통증을 호소해 한동안 경기가 중단되는 등 부리람에 부상 악재가 계속됐다.
40분 가깝도록 뚫리지 않던 부리람의 수비가 서울의 공격 한방에 무너졌다. 좌측면의 루카스와 반대편의 최준이 합작해낸 선제골이었다.
전반 38분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루카스가 상대 압박을 벗겨낸 뒤 페널티지역 반대편을 향해 긴 크로스를 올렸다. 이것을 공격에 가담한 최준이 깔끔하게 차 넣으며 부리람 골네트를 흔들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부리람은 전반 45분 부상 때문에 치료를 받았던 카우시치가 더 이상 뛰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수비수 셰인 파티나마와 교체하며 분위기가 흔들렸다.
같은 시간대 과거 K리그 성남FC와 수원 삼성에서 뛰었던 장신 공격수 뮬리치도 사살락과 교체되어 들어갔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교체였다.
전반전 추가시간은 5분이었다.
서울이 전반전이 끝나기 전 한 골을 더 추가하며 달아났다.
행운이 따른 골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린가드의 패스를 받은 정승원이 골문 반대쪽을 바라보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것이 선수들을 지나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며 골이 됐다. 한동안 득점이 없었던 정승원은 이 득점으로 그간의 골 갈증을 해소했다.
서울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카드를 꺼냈다. 리그 일정을 고려해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정승원과 천성훈이 빠지고 문선민, 둑스가 들어왔다.
서울이 추가골 기회를 놓쳤다. 후반 7분 높은 지역에서 공을 끊어낸 린가드가 수비 사이로 빠져들어가 페널티지역으로 침투하는 문선민을 향해 절묘한 패스를 보냈다. 그러나 문선민의 퍼스트 터치가 좋지 않았던 탓에 슈팅까지 이어갈 수 없었다.
서울의 공세가 계속됐다. 후반 13분 린가드가 올린 코너킥을 황도윤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후반 17분 프리킥 상황에서는 박성훈의 슈팅이 나왔으나, 수비 맞고 나갔다.
서울은 후반 20분 이승모를 류재문과 교체하며 추가로 변화를 줬다.
류재문은 교체 투입 직후 어시스트를 올리며 서울의 쐐기골을 도왔다.
서울이 3-0을 만들며 승기를 굳혔다.
후반 22분이었다. 부리람 문전에서 혼전 상황 끝에 공을 잡은 류재문이 루카스에게 밀어줬고, 루카스가 이를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서울의 세 번째 골을 기록했다.
부리람은 세 번째 실점을 내준 뒤 수파차이와 스토이코비치를 일한 판디, 후안 이비사로 바꾸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같은 시간 서울은 박수일을 김진수와 교체해 또다시 체력 안배에 집중했다.
부리람이 오랜만에 한 차례 서울을 위협했다. 후반 32분 피터 줄의 패스를 뮬리치가 감각적으로 돌려놓은 것을 일한이 잡아 직접 몰고 올라간 뒤 슛을 날렸지만, 일한의 슈팅은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서울은 후반 37분 상대 실수를 낚아채면서 시작된 공격 끝에 둑스가 일대일 찬스를 맞았으나, 슈팅 직전 골키퍼에게 걸리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부리람은 곧바로 펼친 역습을 뮬리치의 슈팅까지 이어갔지만 최철원을 넘지는 못했다. 이후 서울은 박성훈을 김지원과 교체하며 경기 마무리를 준비했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3분. 급한 쪽은 부리람이었다. 부리람은 라인을 높게 올려 계속해서 서울 수비를 흔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미 3-0 스코어를 굳히기로 마음 먹은 서울의 수비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국 서울은 남은 시간 동안 부리람의 공격을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3-0 승리를 지켰다. 5년 만에 ACL로 돌아온 서울이 홈에서 이번 시즌 첫 ACLE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