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는 부스케츠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퇴 결정을 공식 발표하며 20년에 걸친 축구 인생에 작별을 고했다.
부스케츠는 26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모두에게, 그리고 축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여러분은 항상 이 아름다운 이야기 속의 일부로 남을 것이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동영상을 함께 게시했다.
영상 메시지 속 부스케츠는 바르셀로나, 스페인 국가대표팀, 그리고 인터 마이애미에서의 긴 경력 동안 자신을 지지해 준 팬들과 동료들에게도 깊은 고마움을 표한 뒤 은퇴 결심이 오래 전부터 굳혀진 것임을 밝혔다.
그는 "지금이 프로 축구 선수로서 경력을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고 느낀다. 거의 20년간 꿈꾸던 이 놀라운 이야기를 즐겼다. 행복하고 자랑스럽고 충만한 마음으로 떠난다. 무엇보다 감사하다. 곧 다시 만나자"고 밝혔다.

부스케츠는 2005년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해 2008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 아래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바르사의 중원을 책임지며 총 722경기에 나섰다. 이는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출장 기록이다.
18년간 바르셀로나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그는 라리가 9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7회 등 총 32개의 주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국제무대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2009년 스페인 대표팀에 데뷔한 그는 143경기에 출전하며 역대 세 번째로 많은 A매치 출전 기록을 남겼다. 특히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르며 황금 세대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2023년 여름 바르셀로나를 떠난 부스케츠는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해 리오넬 메시, 조르디 알바, 루이스 수아레스 등과 다시 한 팀을 이루었다.
그는 미국 무대에서도 리그스컵(2023)과 서포터스 실드(2024)를 제패하며 구단 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재까지 MLS 69경기에 출전한 그는 올 시즌 종료 후 계약 만료와 함께 은퇴하게 된다. 인터 마이애미는 최근 뉴욕시티FC를 4-0으로 꺾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고, 부스케츠는 MLS컵 도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영국 일간지 '더 미러'는 "부스케츠의 은퇴는 메시와 함께 마지막 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라 마시아에서 성장한 그는 과르디올라 체제의 '티키타카' 전술 핵심으로 유럽 무대를 지배했으며,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역사적인 성공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터 마이애미에서도 팀의 비전과 리더십에 기여하며 리그 발전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프로사커와이어'는 부스케츠를 세대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평가하며, 그의 은퇴가 축구계에 큰 공백을 남길 것이라고 전했다.
동료 선수들과 축구계의 반응도 이어졌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의 과거 주장이자 부스케츠의 국가대표 동료 세르히오 라모스는 SNS를 통해 "부스케츠는 내가 함께한 가장 빛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이라며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이 됐다. 훌륭한 선수이자 동료, 친구였다"고 헌사를 보냈다.
또 다른 스페인 대표팀의 전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도 "오랜 세월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드필더 중 한 명이며, 그의 독창적인 플레이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기렸다.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코모를 이끌고 있는 과거 바르셀로나 시절 동료 세스크 파브레가스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그는 젊은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선수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지탱하는 유형의 선수였다"며 미래에 대한 응원을 건넸다.
또한 파브레가스는 "부스케츠는 은퇴 후 지도자로 나서고 싶어 한다. 그가 감독이 된다면 놀라운 성과를 낼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이면서 부스케츠가 은퇴 후 새로운 삶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스페인 매체 '코페'에 따르면, 부스케츠는 은퇴 후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지도자 혹은 프런트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
바르셀로나 구단도 공식 성명을 내고 "그는 우리의 전설이며, 클럽의 역사를 빛낸 상징적인 존재였다. 모든 순간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부스케츠는 은퇴를 앞둔 마지막 몇 경기에서 여전히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마이애미는 현재 동부 콘퍼런스 3위에 올라 있으며, 1위 필라델피아 유니언과는 승점 5점 차다.
두 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어서 순위 상승 가능성도 남아 있다. 오는 주말 토론토FC 원정 경기를 포함해 남은 일정 속에서 그는 자신의 마지막 정상 도전을 이어간다.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무려 20년을 활약한 부스케츠의 은퇴는 하나의 시대가 저무는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스페인 축구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MLS까지 거친 부스케츠의 커리어는 단순히 트로피 수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의 기준치를 높인 선수로서, 축구가 팀 스포츠임을 증명한 상징적 인물로 남게 됐다.
이제 그의 발걸음은 경기장 밖으로 향하지만, 세계 축구사 속에서 부스케츠의 이름은 오래도록 기억될 전망이다.
사진=바르셀로나/부스케츠 인스타그램 캡처/MLS/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