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 3월 일본 국가대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오타니 쇼헤이.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세계적인 OTT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내 독점 중계 배급 결정에 일본 야구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26일 "미국의 주요 동영상 유통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내년 3월 개최 예정인 제6회 WBC를 일본에서 독점 생중계한다"며 "작년 제5회 대회의 경우 아사히 TV와 TBS 지상패 채널에서 생중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넷플릭스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스포츠 생중계 이벤트를 중계하게 됐다"며 "2026 WBC 모든 경기를 일본 내에서 독점 중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가 일본 내 2026 WBC 중계권을 위해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2023 WBC의 일본 내 중계권료는 30억엔(약 282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지난 2006년 창설한 대회다.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올림픽,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가운데 메이저리그 사무국 주도로 최고의 선수들이 조국을 대표해 기량을 겨루는 야구 월드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은 WBC 흥행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승을 차지한 2006년 초대 대회, 2009년 2회 대회, 2023년 5회 대회는 물론 2013년 3회 대회, 2017년 4회 대회에서도 대회 수익 창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2023 WBC의 경우 일본이 자랑하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참가, 대회 기간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본은 오타니를 앞세워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야구가 자국 내 1등 스포츠인 일본에서 WBC 흥행 열기는 엄청났다.
지상파 채널로 중계된 일본 대표팀 7경기 시청률은 모두 40% 이상을 기록했다.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매체의 시청률은 약 75%를 기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2026 WBC 일본 내 중계권 확보를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야구팬들이 2026 WBC를 실시간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구독이 필수적이게 됐다.
'더 다이제스트'는 "넷플릭스의 2026 WBC 전 경기 일본 내 독점 중계 배급 결정에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며 "'너무 안타깝다', '시대의 흐름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볼 수 없을까 걱정된다' 등 우려의 목소리를 비롯해 '나쁜 콘텐츠가 아닌 좋은 콘텐츠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2026 WBC의 한국 내 중계권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은 2006년 초대, 2009년 2회 대회의 경우 공중파 3사, 2013년 3회와 2017년 4회 대회의 경우 JTBC, 2023년 5회 대회는 SBS가 중계를 담당했다.
일본 매체 'IT 미디어 모바일'에 따르면 2025년 8월 현재 넷플릭스의 일본 내 구독 요금은 가장 저렴한 '광고형 스탠다드'가 월 890엔(약 8400원), '스탠다드'가 월 1590엔(약 1만 5000원), '프리미엄'이 월 2290엔(약 2만 1000원)이다.
'IT 미디어 모바일'은 "2026 WBC를 (일본 내에서) 시청하려면 월 890엔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일본 내 2026 WBC 독점 중계를 발표한 게시글에는 7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비판적인 내용이다"라고 전했다.
또 "890엔으로 2026 WBC 대회 기간만 결제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까지 무료로 시청한 콘텐츠를 유료로 결제하는 것은 영향이 크다"며 "WBC를 접하는 일본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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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