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대구,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삼성 라이온즈 '끝판 대장'이 덤덤히 마지막을 준비 중이다.
마무리투수로서 팀의 수많은 승리를 지켜냈듯, 자신의 현역 생활도 아름답게 끝맺음하려 한다. 오승환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경기고, 단국대 출신인 오승환은 2005년 2차 1라운드 5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2013년까지 라이온즈의 수호신으로 맹활약했다. 2006~2008년, 2011~2012년 세이브왕 왕좌를 차지했다. 2014년부터는 일본프로야구(NPB),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서 이름을 떨쳤다.
2020년 삼성으로 돌아온 오승환은 2021년 한 번 더 세이브왕을 거머쥐었다. 개인 통산 6번째 세이브왕 수상이었다. 또한 그해 KBO리그 역대 통산 최초로 3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2023년엔 역대 최초로 400세이브를 달성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올해까지 오승환은 통산 737경기 803⅓이닝에 등판해 44승33패 19홀드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32를 자랑했다. 한국, 미국, 일본 통산 549세이브도 쌓았다.
오승환은 이달 초 유정근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은 지난 6일 오승환의 은퇴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약 일주일이 흘렀다. 대구서 만난 오승환은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 그런데 아직 모르겠다. 여전히 훈련하고 있다"며 "그래서 크게 실감 나진 않는다. 진짜 은퇴식을 하는 날엔 다르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대부분 연락이 비슷한 내용이었다. (이)대호는 막 울 거라고 하더라. 다들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하면서도, 은퇴를 축하한다고 해야 하냐고 묻더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발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후련해지는 것 같다. 점차 편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지난 7일 인천에서 은퇴 기념 행사를 통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지난 7일 인천에서 은퇴 기념 행사를 통해 삼성, SSG 랜더스 선수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진짜 은퇴를 결심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오승환은 "어떤 계기로 인해 '아, 이제 은퇴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항상 '은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있었다. 결정적인 일은 없었다"며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가 있어 은퇴하게 됐다면 스스로 충격이었을 텐데 그런 게 없으니 무덤덤한 것이다. 언제든 은퇴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밝혔다.
1군 엔트리 등록 없이 선수단과 동행 중이다. 오승환은 "경기를 편하게 보고 있다.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한데 팀을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며 "'내가 저 자리에 가서 던져야겠다', '빨리 몸 만들어서 등판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우리 팀 후배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많이 생긴다"고 전했다.
2005년 4월 3일 롯데 자이언츠전서 프로 첫 등판에 나섰다. 오승환은 "생생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오히려 첫 홀드가 기억에 남는다. 너무 오래된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오승환의 첫 홀드는 데뷔 후 3경기 만인 2005년 4월 13일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오승환은 "그땐 보직 등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하루하루 1군에 붙어있는 게 목표였다. 성적을 욕심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프로 입성과 함께 선동열 감독 밑에서 야구를 배웠다. 오승환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다. 내가 마무리라는 자리에 갈 수 있게끔 만들어 주신 분이다"며 "그땐 신인이 마무리를 맡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내 앞에 권오준이라는 좋은 선수가 분명 있었음에도 내게 보직을 맡겨주셨다. 선 감독님 외에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분이 있었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승환은 "선 감독님은 포스(force)가 너무나 대단했다. 프로에 처음 오자마자 TV로만 보던 대단한 분을 감독님으로 만나게 돼 좋았다"며 "그런 분에게 지도받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말 한마디만 하셔도 달랐다. 투수들은 다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역 시절 꾸준히 "구원투수, 마무리투수의 가치가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오승환은 "과거 신인 선수들의 포부를 들어보면 '팀의 마무리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생겼다"며 "선수들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불펜, 마무리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걸 체감한다"고 흡족해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지난 7일 인천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 임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지난 7일 인천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젊은 마무리투수들의 경우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오승환은 "나도 그 나이일 땐 비슷했다. 똑같이 그랬던 것 같다"며 "시행착오를 겪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험을 쌓아 나가다 보면 괜찮아질 것이다. 한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그걸 토대로 이겨내면 롱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서 '제2의 오승환'을 묻자 박영현(KT 위즈), 김택연(두산 베어스), 조병현(SSG 랜더스), 김서현(한화 이글스)의 이름을 언급했다. 오승환은 "정해영(KIA 타이거즈),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두 선수를 이야기하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렸다. 그 선수들과도 친하다"며 "나도 너무 정신이 없다 보니 그랬다. 꼭 한번 언급하고 싶었다"고 운을 띄웠다.
오승환은 "현재 각 팀 마무리 중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김원중은 현역 선수 중 가장 꾸준한 마무리투수라 생각한다. 정해영은 잘하다가 안 좋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겨내고 잘 해내고 있다. '좋은 선수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 한 경기에서 부진하면 다른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지 않고 빨리 다음 경기에 등판하고 싶어 했다. 그래야 불안감이 빨리 없어진다고 여겼다"며 "만약 오늘 블론세이브를 했다면 내일 바로 다시 경기에 나가 세이브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속 실패가 없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어린 투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물었다. 오승환은 "한 경기, 한 경기에 너무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야구 특성상 1년에 정말 많은 경기를 하지 않나"라며 "한 시즌을 마친 뒤 1년을 돌아보며 평가해도 늦지 않다. 요즘 선수들은 한두 경기 만에 평가를 내린다. 일주일 동안 조금만 잘해도 그게 자기 실력인 것처럼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더라"고 힘줘 말했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올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롯데자이언츠 마무리투수 김원중이 올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