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올시즌을 끝으로 파리 생제르맹(PSG)를 떠날 가능성이 높은 이강인이 동료의 작별 선물을 받았다.
이강인이 무려 7개월만에 PSG 소속으로 이강인이 마침내 골 침묵을 깨뜨렸다. 그것도 FIFA 클럽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터진 값진 골이었다.
그 배경에는 '현폼 최고' 미드필더이자 이강인의 동료 비티냐의 통 큰 양보가 있었다.
PSG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4-0으로 완파하며 대회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뽐냈다.
이강인은 후반 25분 교체 투입되어 짧은 시간에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팀의 4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는 그가 PSG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2025년 첫 골이었다. 그의 마지막 골은 지난해 11월 10일 리그앙 앙제전으로, 당시 멀티골 기록 이후 약 7개월, 정확히 218일 만에 터진 득점이다.
추가시간 4분 상대 수비수 로뱅 르노르망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핸드볼 반칙을 범했고,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당초 PSG의 전담 키커였던 우스만 뎀벨레는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이었기에, 자연스레 키커는 미드필더 비티냐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을 집어 든 이는 뜻밖에도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었다.
경기 후 클럽 월드컵을 독점으로 제공하는 스포츠 전문 채널 'DAZN'과의 인터뷰에서 비티냐는 이 장면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페널티킥 키커에 대해선 이미 감독, 동료들과 함께 논의한 적이 있다. 보통 뎀벨레가 찬다"면서 "오늘은 내가 차는 차례였지만, 나는 공격수가 아니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골이 필요한 공격수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게 우리의 방침"이라며 이강인에게 기회를 넘긴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강인은 득점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양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동료의 배려를 득점으로 완벽히 보답했다. 그는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자신감 있게 오른발로 강하게 찬 볼을 골문 좌측 하단으로 정확히 밀어 넣었다.
아틀레티코의 골키퍼 얀 오블락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고, 이강인의 슛은 골망을 흔들며 경기의 마지막 골로 기록됐다.
골 직후 이강인은 자신에게 페널티킥 기회를 넘긴 비티냐에 감사를 표하며 가리키는 듯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후 비티냐는 물론 네베스, 하키미 등 동료들이 이강인 곁으로 달려와 축하 인사를 건네며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이번 득점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깊다.
이강인은 개편된 형식으로 처음 치러지는 이번 FIFA 클럽 월드컵에서 득점한 첫 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다.
이미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프랑스 리그, 프랑스컵에서 모두 우승하며 '유럽 트레블'을 달성한 그는 다시 한번 한국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한편, 이날 PSG는 조직적인 전술과 막강한 전력을 바탕으로 아틀레티코를 철저히 압도했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4-3-3 전형을 가동했다. 골문은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지킨 채, 누누 멘데스, 윌리안 파초,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최종 수비 라인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주앙 네베스가 나섰으며, 최전방에 곤살루 하무스를 세우고 좌우 윙에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데지레 두에를 배치했다. 부상 중인 우스만 뎀벨레를 제외하면 사실상 베스트 라인업이었다.
전반 19분 PSG는 크바라츠헬리아의 침투 패스를 받은 루이스가 박스 바깥에서 때린 왼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에는 비티냐가 크바라츠헬리아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2-0으로 격차를 벌렸다.
아틀레티코는 후반 12분 훌리안 알바레스가 추격골을 넣는 듯했지만, VAR 판독 결과 앞선 장면에서의 파울이 확인돼 득점은 취소됐다. 후반 33분 클레망 랑글레가 두 번째 경고로 퇴장 당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후반 41분 세니 마율루가 아틀레티코 수비가 처리하지 못한 볼을 가로채 슈팅으로 연결하며 세 번째 골을 기록했고, 이어 후반 추가시간 이강인의 페널티킥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PSG는 이번 승리로 조 1위로 올라섰으며, 오는 20일 브라질의 보타포구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날 경기 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특히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해줬다"라고 평했다.
시즌 중반 이후 출전 기회를 다소 제한받아왔던 이강인은 이번 골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향후 자신의 커리어 도약에 발판이 되는 계기가 될 지도 주목된다.
팬들의 기대 속에서, 이강인이 향후 클럽 월드컵은 물론 다가오는 2025-2026시즌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