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포르투갈이 숙명의 라이벌 스페인을 상대로 다시 한번 유럽 정상에 올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40세의 나이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전설에 굵은 획을 그었고, 포르투갈은 극적인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두 번째 UEFA 네이션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포르투갈은 9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결승전에서 스페인과 120분 혈투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 승리를 거두며 대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결승전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우승을 노리는 두 팀 간의 격돌이었다.
전 대회(2023년) 챔피언인 스페인과 초대 챔피언(2019년)이었던 포르투갈 모두 두 번째 정상에 도전했고, 끝내 웃은 쪽은 포르투갈이었고, 사상 첫 네이션스리그 2회 우승 국가가 됐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이 날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우나이 시몬이 골키퍼 장갑을 낀채, 마르크 쿠쿠렐라, 딘 하위선, 로빈 르 노르망, 오스카르 밍게사가 백4를 구성했다. 중원은 파비안 루이스, 마르틴 수비멘디, 페드리가 책임졌으며, 최전방 스리톱에는 니코 윌리엄스, 미켈 오야르사발, 라민 야말이 포진했다.
로베르토 마르니테즈 감독의 포르투갈도 4-3-3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디오구 코스타가 골문을 지켰고, 누누 멘데스, 곤살루 이나시우, 루벤 디아스, 주앙 네베스가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미드필드진에는 베르나르두 실바, 비티냐,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선발 출전했으며, 공격진에는 호날두, 페드루 네투, 치코 콘세이상이 나섰다.
경기의 시작은 스페인의 흐름이었다. 스페인은 초반부터 빠른 템포의 압박과 좌우 측면 전개를 통해 포르투갈의 수비를 흔들었다.
결국 전반 21분 빠른 시간에 기회를 살리며 선제골 득점에 선공했다. 야말이 우측면에서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포르투갈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틈을 파고든 수비멘디가 재빨리 쇄도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1-0 리드를 챙겼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곧장 반격에 나섰다. 불과 5분 뒤인 전반 26분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멘데스가 하프스페이스에서 속도를 이용해 박스 안까지 진입했고, 이어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시몬 골키퍼의 손을 뚫고 골망을 흔들었다. 양 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스페인은 전반이 끝나기 직전 다시금 리드를 가져왔다. 전반 45분 빠른 역습 상황에서 페드리가 상대 진영 중앙에서 드리블을 전개하며 박스 근처까지 전진했고, 측면으로 침투하던 오야르사발에게 정확한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오야르사발은 침착하게 디아스를 제치고 오른발 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로써 스페인은 전반을 2-1로 앞서며 마쳤다.
후반전은 포르투갈의 집중력이 빛난 시간이었고, 그 중심엔 역시 호날두가 있었다.
후반 16분 멘데스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수비에 맞고 굴절되어 높게 떠올랐고, 이를 호날두가 골문 앞에서 완벽히 처리했다. 쿠쿠렐라와의 몸싸움을 이겨낸 뒤, 정확한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스코어를 2-2로 만들었다. 이는 호날두의 A매치 통산 138호골이었다.
이후 포르투갈은 추가 골을 위해 공세를 강화했지만, 후반 중반 교체 투입된 이스코를 중심으로 스페인도 반격에 나섰다. 특히 후반 37분 이스코의 감아차기 슛은 디오구 코스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후반 종료까지, 스페인의 기세가 앞섰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페드로 포로의 슈팅과 쿠쿠렐라의 문전 앞 슈팅 등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코스타 골키퍼에게 막히며 스페인은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후반 막판 부상을 당한 호날두는 연장 시작 전 곤살루 하무스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떠났다. 벤치에서 동료들의 투지를 지켜보던 호날두는 연장전 동안 간간이 얼굴을 감싸며 극도의 긴장감을 보였다.
결국 두 팀은 2-2 균형을 깨지 못한 채 정규 시간 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나섰다.
포르투갈은 비티냐, 하무스, 브루누 페르난데스, 멘데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벤 네베스까지 모든 키커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반면 스페인은 3번째 키커였던 알바로 모라타가 결정적인 실축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모라타의 오른발 슛은 디오구 코스타에게 완벽히 읽히며 막혔다.
결국 포르투갈이 5-3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대회 두 번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 순간, 카메라는 벤치에 앉아있던 호날두를 비췄다.
승부차기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동료의 등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는, 승리를 확신한 순간 그대로 땅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이후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채 주장 완장을 다시 착용한 그는 트로피 시상식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은 호날두의 세 번째 A매치 국제대회 우승이자, 포르투갈이 네이션스리그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정상에 오른 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편, 이번 결승전은 호날두와 야말 간의 세대 교체 구도가 큰 관심을 모았지만, 승자는 경험과 본능의 호날두였다. 야말은 경기 내내 큰 위협을 만들지 못했고, 결국 연장 후반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