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예정된 수순이었을까.
토트넘 홋스퍼가 공식 성명을 통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불과 2주 전, 그는 유럽 무대에서 팀에 17년 만의 트로피를 안기며 영웅으로 떠올랐으나, 프리미어리그 성적 부진을 이유로 돌연 팀을 떠나게 되었다.
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구단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되었다"며, "그는 우리에게 유럽대항전 우승이라는 찬란한 순간을 안겨주었고,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유럽 트로피를 들어올린 감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구단은 "유로파리그 우승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이지만, 우리는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평가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78점(66경기)이라는 성적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여러 전선에서 경쟁력을 갖춘 팀이 되어야 하며, 변화를 통한 새로운 접근법이 다음 시즌과 그 이후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2023년 여름 이후 팀의 공격 축구 철학을 되살리는 데 기여했으며, 젊은 선수단을 중심으로 팀의 토대를 다졌다는 점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언제든 우리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인물"이라며 작별을 고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2023년 여름 셀틱을 떠나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으며, 부임 직후부터 공격적인 전술 철학을 팀에 이식했다. 그는 전임 감독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전방 압박과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한 공격 축구를 통해 토트넘의 축구 색깔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비록 부임 내내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지만 이번 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성과로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했다. 리그를 뒤로 하고 유로파리그에 실리적인 계획을 통해 클럽의 17년만의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 본인에게는 독이었을까. 토트넘의 이번 시즌 리그 성적은 유로파리그 우승조차 가리지 못했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무려 22패를 당하며 1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토트넘의 최악의 성적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본인도 퇴임 소감을 통해 자부심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에이전시 CAA 베이스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 클럽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평생 간직할 기회였다. 빌바오의 밤은 지난 2년 간의 노력과 헌신, 꿈에 대한 믿음의 결정체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더 이상 17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기반을 만들었다”며 자신이 이끌어온 팀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영국 유력 일간지 '더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경질은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직접 결정한 사항이다.
매체는 7일자 보도에서 "유로파리그 우승조차도 포스테코글루의 자리를 지켜주지 못했다"며, 구단과 레비 회장이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더 가디언'은 "포스테코글루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1일 빌바오 결승에서 꺾으며 2008년 리그컵 이후 첫 우승컵을 들었다. 이 승리는 팬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선사했고, 그에게 한 시즌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다니엘 레비 회장과 이사진은 시즌 최종전인 브라이턴전 이후 내부 평가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성과'를 이유로 경질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감동적인 빌바오의 밤에도 불구하고, 포스테코글루는 레비가 원하는 다면적 성공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구단이 이미 후보자를 물색 중이며,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에게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재 프랭크는 약 1000만 파운드(약 184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이 있으며, 풀럼의 마르코 실바와 본머스의 안도니 이라올라도 후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단독 보도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경질이 선수단 내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 내부 관계자는 "선수들이 이 결정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일부는 클럽을 떠나기를 원하고 있으며, 새로운 감독은 이미 무너진 라커룸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매체의 저명한 기자 맷 로는 "포스테코글루는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이후 약 2주 동안 거취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6월 6일(한국시간) 당일에서야 경질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구단은 다가올 시즌의 경쟁력을 위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매체는 주장 손흥민은 물론이고,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과 핵심 수비수 페드로 포로 역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지지했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경질 소식이 선수단 내부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결정이 스콧 먼 CFO 해임과도 맞물려 있으며, 향후 토트넘 내부의 조직 개편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에게 계약 종료 보상금으로 400만 유로(약 73억원), 유로파리그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진출 보너스로 200만 유로(약 37억원)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은 조만간 새로운 감독 선임과 관련한 후속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