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노 메달'의 아쉬움은 잊은 지 오래다.
손흥민이 24일(한국시간) 진행된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퍼레이드에서 포효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버스 위에 나타난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동료들의 호응 속에 등장해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며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또한 손흥민은 우승 이후 이틀간 신나게 시간을 보낸 듯 목이 쉰 채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어떤 기분인지 묻는 질문에 "환상적인 기분이다. 난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지난 이틀 동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다섯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벌써 금요일이다. 기쁨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웃었다.
또 "이 순간을 기다리고, 꿈꿨고, 마침내 이뤄졌다. 약간의 압박감이 있었지만 이제 사라졌다. 내가 이곳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꿈을 이뤘다는 게 기쁘다"면서 "17년 동안 아무도 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팀으로서 해냈다. 난 이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다시 한번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토트넘은 지난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4-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같은 프리미어리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전반전 막바지에 나온 브레넌 존슨의 선제 결승골이 토트넘에 승리를 안겼다.
전 국가대표 풀백 이영표가 활약하던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간 우승이 없었던 토트넘은 이날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무관의 터널에서 탈출했다. 토트넘이 유럽대항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83-84시즌 이후 무려 41년 만이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의 몇몇 선수들 중에서는 커리어 처음으로 우승을 경험한 선수도 있었다. 특히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그동안 겪은 두 번의 좌절 이후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다. 손흥민은 지난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2020-21시즌 리그컵 결승전에서 각각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에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었다.
아쉬움을 삼켰던 두 번의 결승전이 떠오른 듯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경기장 위에 쓰러져 한참을 울었던 손흥민은 우승 세리머니에서 태극기를 허리에 두른 채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즐겼다.
하지만 이날 UEFA의 안일한 행정 때문에 토트넘 선수단의 유로파리그 우승 세리머니는 완벽하지 못했다.
UEFA에서 우승 메달을 여유롭게 준비하지 않은 탓에 일부 선수들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UEFA로부터 우승 메달을 받지 못한 선수들 중에는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과 부주장인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도 포함되어 있었다.
토트넘 선수단은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에 이어 시상대에 올라가 알렉산다르 체페린 UEFA 회장으로부터 메달을 받았다. 그런데 UEFA에서 메달을 30개만 준비한 탓에 뒤쪽에 있던 선수들은 우승 메달을 건네받지 못해 어리둥절한 채로 서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시상식을 앞두고 UEFA가 준비한 메달은 30개였다. 기존 UEFA는 대회 결승전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50개의 메달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토트넘은 경기에 뛴 선수들과 스쿼드에 합류한 선수들 외에도 데얀 쿨루세브스키, 제임스 매디슨, 루카스 베리발 등 시즌 막바지에 부상을 당해 경기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들도 모두 결승전을 지켜보기 위해 스페인 빌바오에 온 상태였기 때문에 메달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손흥민과 로메로는 물론 로드리고 벤탄쿠르 등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에 많은 기여를 한 일부 선수들은 메달을 받지 못한 채 우승 세리머니를 시작해야 했다.
UEFA는 황급히 메달을 준비, 우승 세리머니가 끝난 뒤 토트넘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갔을 때 직접 라커룸으로 가서 메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UEFA는 현지 언론을 통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숫자의 선수들이 시상식에 참여했고, 선수들의 숫자를 세지 못해 메달을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라면서 "메달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위해 메달을 곧장 드레싱룸으로 전달했다. 우리의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전한다"며 곧장 토트넘과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UEFA의 행정 실수가 비판받은 이유 중 하나는 정작 주인공인 선수들이 메달을 받지 못한 와중에 심판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국 매체 '토크 스포츠'는 이를 두고 "아마추어 수준의 실수"라며 "UEFA는 트로피 시상식에서 한심한 수준의 일처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다행히 선수들은 메달 없이 진행한 우승 세리머니에 대한 아쉬움을 잊은 듯하다.
토트넘 선수들은 우승 당일 빌바오에서 새벽까지 파티를 즐긴 뒤 다음날 피곤한지도 모르는 얼굴로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왔고, 구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기뻐했다. 손흥민은 구단 버스 조수석에 앉아 경적을 울리며 기뻐하는 아이 같은 모습도 보였다.
결승전에 앞서 우승할 경우 버스 퍼레이드를 하겠다고 예고한 토트넘은 곧바로 퍼레이드를 준비, 한국시간으로 24일 0시경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토트넘의 우승 퍼레이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토트넘 팬들의 환호 속에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