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우완투수 메릴 켈리가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5승째를 올렸다.
켈리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피안타 3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켈리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71에서 3.26으로 하락했다.
켈리는 경기 초반부터 콜로라도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1회초 조던 벡, 카일 파머, 헌터 굿맨을 삼자범퇴 처리한 데 이어 2회초 라이언 맥마혼의 볼넷 이후 브렌튼 도일, 마이클 토길리아, 미키 모니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초에는 선두타자 닉 마티니의 삼진 이후 아다엘 아마도르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벡의 우익수 뜬공과 파머의 3루수 땅볼로 이닝 종료.
켈리는 경기 중반에도 순항을 이어갔다. 4회초 굿맨과 맥마혼의 삼진, 도일의 볼넷 이후 2사 1루에서 토길리아의 1루수 땅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5회초에는 모니악과 마티니의 삼진, 아마도르의 중견수 뜬공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6회초 선두타자 벡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후속타자 파머의 땅볼 때 3루에서 벡을 잡아냈다. 1사 1루에서는 굿맨에게 병살타를 끌어냈다.
켈리는 7회초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맥마혼의 삼진, 도일의 유격수 땅볼, 토길리아의 삼진으로 이닝을 마감했다. 이날 켈리의 마지막 이닝이었다. 남은 2이닝을 책임진 케빈 긴켈, 셸비 밀러가 각각 1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경기는 애리조나의 1-0 승리로 종료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토리 러벨로 애리조나 감독은 "켈리는 강한 멘털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투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늘처럼 7이닝을 1피안타로 막든, 혹은 4~5실점을 하든 더그아웃에 들어오는 모습은 항상 같다"며 "항상 준비돼 있고, 매번 다음 과제를 잘 이어가는 선수다. 그게 바로 성숙함"이라고 켈리를 치켜세웠다.
워렌 셰퍼 콜로라도 임시 감독은 "우린 (켈리를 상대로)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결정적인 기회에서 공을 제대로 때리지 못했다. 켈리는 완급 조절이 탁월하고, 스트라이크 존 경계에서 정교한 제구를 구사한다. 정말 좋은 투구였고, 오늘은 그를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켈리는 "솔직히 말해서 초반에 카운트를 잘 잡지 못했고, 볼넷을 내준 것도 아쉬웠다. 그래도 오늘처럼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도 이런 결과를 냈다면, 스스로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리즈에 들어서면서 콜로라도의 성적이 어떤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시즌 중 몇몇 시리즈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번 시리즈가 바로 그랬다"고 얘기했다.
2010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의 8라운드 지명을 받은 켈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렀다. 그러던 중 한국행을 택했고, 2015~2018년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통산 119경기 729⅔이닝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올렸다.
2018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켈리는 이듬해 애리조나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32경기 183⅓이닝 13승 14패 평균자책점 4.42로 활약하면서 'KBO 역수출 사례'를 만들었다. 그 후에도 꾸준히 기회를 받았으며, 2022~2023년에는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13경기 73⅔이닝 5승 1패 평균자책점 4.03으로 시즌을 마친 켈리는 올 시즌 초반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19일 경기까지 10경기 58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2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정조준하고 있다.
MLB.com은 "애리조나 선발진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가장 많이 주목받는 선수는 코빈 번스와 잭 갤런이다. 그래서 켈리를 종종 간과하곤 한다"며 "애리조나가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이유는 '버팀목' 켈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켈리가 애리조나의 버팀목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항상 경기를 길게 책임지며, 중요한 순간마다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여준다. 그런 켈리가 또 한 번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고 덧붙였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