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음주운전 이력이 논란이 돼 SSG 랜더스 2군 감독에서 사퇴했던 박정태 전 감독이 최근 SSG 구단 고문에 선임된 게 확인됐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SSG 랜더스가 음주운전 이력으로 선임과 동시에 물러났던 박정태 전 퓨처스팀(2군) 감독을 퓨처스팀 고문에 선임했다. 구단 소속이 아닌 외부 위촉 계약인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인사 조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SSG 구단 측은 13일 "박정태 고문과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우리 소속인 임원이나 코치 신분이 아닌 우리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며 "박정태 고문이 상근직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다. 이 분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역량을 도움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태 고문은 강화도에 있는 SSG퓨처스파크에서 선수단 육성, 교육, 신인 드래프트, 외부 선수 영입 등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소속이 아닌 만큼 매일 출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2군 육성 시스템을 리뉴얼 중인 SSG의 업무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SSG의 결정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구단 내 주요 직책을 맡기려다 '인사 검증' 실패와 여론 악화 속에 낙마한 인사를 다시 데려온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음주운전 이력이 논란이 돼 SSG 랜더스 2군 감독에서 사퇴했던 박정태 전 감독이 최근 SSG 구단 고문에 선임된 게 확인됐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SSG는 박정태 전 부산 MBC 해설위원을 퓨처스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선진 육성 시스템 경험을 겸비한 코치를 발굴하고 전문성과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역량에 중점을 두고 퓨처스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박정태 고문은 KBO리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현역 시절 롯데 자이언츠에서 1991년부터 2004년까지 1군 통산 116경기 3857타수 1141안타 타율 0.296 85홈런 639타점 53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06을 기록한 한국 야구 역대 최고의 2루수 중 한 명이다.
1991~1992년, 1996년, 1998년, 1999년까지 5차례나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 2011년 KBO리그 출범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10인, 지난해에는 40주년 올스타 40인에 선정됐다.

지난 1월 음주운전 이력이 논란이 돼 SSG 랜더스 2군 감독에서 사퇴했던 박정태 전 감독이 최근 SSG 구단 고문에 선임된 게 확인됐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박정태 고문은 현역 은퇴 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 2군 타격코치와 감독, 1군 타격코치 등을 역임했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타격코치로 지도자로 태극마크도 달았다.
하지만 박정태 고문은 2013 WBC 이후 현장 지도자 활동 이력이 없었다. 중요 보직인 2군 사령탑을 맡기에는 최근 육성 트렌드와 거리가 먼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정태 고문은 무엇보다 지난 2019년 1월 음주운전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시내버스 기사 운전 방해 및 운전자 폭행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철퇴를 맞았다. 이 사건을 포함, 총 세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팬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1월 음주운전 이력이 논란이 돼 SSG 랜더스 2군 감독에서 사퇴했던 박정태 전 감독이 최근 SSG 구단 고문에 선임된 게 확인됐다. 사진 연합뉴스
여기에 박정태 감독과 추신수 SSG 구단주 보좌역이 가족관계에 있어 '인맥' 선임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박정태 감독이 추신수의 외삼촌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정태 전 감독은 결국 지난 1월 24일 악화되는 여론을 버티지 못하고 사퇴했다. 자연스럽게 SSG와의 짧은 인연에도 마침표가 찍혔을 것으로 보였지만 4개월 뒤 다시 SSG와 일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SSG는 지난 1월 박정태 감독 사퇴 직후 "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앞으로 KBO리그와 팬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 선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박정태 고문 선임이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