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DC 유니버스(DCU), '스타워즈' 등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 작품들과 할리우드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덕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머글들을 위해 한 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침체기를 맞았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블민국'이라는 수식어가 있었던 국내에서의 반응은 여전히 잠잠하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썬더볼츠*'는 MCU 페이즈 5의 마지막 영화로, 어벤져스가 사라진 후, 세계 최대의 위협과 마주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전직 스파이, 암살자, 살인 청부 업자 등 마블의 별난 놈들이 펼치는 예측불허 팀플레이를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물.
▲ 불안했던 개봉 전 상황, 작품 평가로 뒤집기 성공
페이즈1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부터 출연했던 버키 반즈/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분)부터 '블랙 위도우'의 옐레나 벨로바/블랙 위도우(플로렌스 퓨),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 '앤트맨과 와스프'의 에이바 스타/고스트(해나 존-케이먼), 그리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과 윈터 솔져'의 존 워커/U.S. 에이전트(와이엇 러셀)까지 출연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시리즈 이후 개봉하는 오랜만의 팀업 무비로 관심을 모았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성난 사람들'의 쇼러너 이성진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으리고 했다. 이후 스티븐 연이 하차하면서 관심이 다소 식었다. 게다가 2023년 벌어진 미국작가조합(WGA), 미국배우조합(SAG-AFTRA)의 총파업으로 제작이 잠시 중단되어서 개봉일이 기존보다 연기되었고, 작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갔다.
하지만 개봉 전 북미에서 열린 시사회 당시부터 호평이 이어졌고,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가 95%로 출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 수치는 MCU 영화 중 '블랙 팬서' 이후 최고의 데뷔 점수.
이 영향인지 국내에서도 개봉일 자정 기준 22.6%의 예매율로 예매율 전체 1위를 차지했는데, 마동석 주연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 밀려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기존 개봉작인 '야당', '마인크래프트 무비' 등에 밀려서 2~3위를 오갔고, 결국 개봉주에 주간, 주말 박스오피스를 기록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안겼다. MCU 영화가 개봉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지 못한 건 2014년 개봉한 '가오갤' 1편 이후 무려 11년 만의 일. 당시 '가오갤'은 '명량', '군도: 민란의 시대', '드래곤 길들이기 2' 등에 밀려 박스오피스 4위를 가록, 최종 관객수도 134만명에 그쳤다.
반면 북미에서는 개봉 주말 3일간 743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이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이후로 진행되는 중인 '멀티버스 사가' 영화 중 '더 마블스'(4160만 달러), '이터널스'(7129만 달러)에 이은 세 번째로 낮은 흥행 성적.
하지만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 당장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개봉 전까지 눈에 띄는 경쟁작도 없는 상태라 흥행 성적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국내에서는 9일 기준 7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미션 임파서블' 개봉 전까지 100만 관객은 충분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평가 갈수록 좋아지는데…여전히 발목 잡는 '진입 장벽'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마무리된 후 개봉한 MCU 작품들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면서 '마블민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흥행 성적이 크게 낮아졌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던 2021년~2022년에 개봉한 영화들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제외하면 5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한 편도 없었고, 3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까지 범위를 넓혀야 '이터널스'가 추가될 정도.
특히 지난 2023년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155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굴욕을 맛봤고, 박서준이 출연하는 것으로 주목받은 '더 마블스'는 아예 69만 관객에 그치면서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이후 MCU 최악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가 직접 모든 작품들의 개봉일 연기를 선언하면서 작품들의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결국 지난해 개봉한 '가오갤3', '데드풀과 울버린'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어느 정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로 인해 올해 개봉할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썬더볼츠*', 그리고 '판타스틱 4'의 흥행 성적이 매우 중요했던 상황. 이 중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평가는 준수했으나 약간은 미묘한 흥행 성적을 거둔 상황이고, '썬더볼츠*'의 경우 이제 개봉 2주차를 맞이한 만큼 더 지켜볼 여지는 있다. 또한 '썬더볼츠*'가 '캡틴 아메리카 4'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장기 흥행 여지도 남아있는 편.
북미에서는 '더 마블스'를 제외하면 '가오갤3' 이후 작품들의 흥행 성적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히어로물에 대한 관심이 식은 듯한 모습. 그나마 420만 관객을 모았던 '가오갤3'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2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던 '데드풀과 울버린'이 있으나, 디즈니+로 공개되는 드라마들로 인한 '진입장벽'을 호소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진입장벽이 다소 낮은 편인 '캡틴 아메리카 4'에 이어 '썬더볼츠*'까지 미묘한 성적을 거두면서 '마블민국'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200만 관객을 마지막으로 넘긴 작품이 '가오갤3'라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중.
특히나 개봉을 앞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이전에 두 차례나 실사화가 진행된 '판타스틱 4' 시리즈의 리부트판이지만, 이전 시리즈는 모두 흥행에서는 재미를 못 본 아픔이 있다. 다만 '썬더볼츠*'에서 바로 이어지는 작품인 만큼 진입장벽이 굉장히 낮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
과연 '썬더볼츠*'가 초반의 주춤한 페이스를 이겨내고 장기 흥행에 성공할지, 그리고 '판타스틱 4'가 바톤을 이어받아 제대로 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블 스튜디오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