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상징적인 선수였던 데이비드 베컴과 게리 네빌이 잉글랜드 리그 투(4부리그) 소속 구단 살포드 시티의 지분을 완전히 인수하며 구단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9일(한국시간) 보도를 통해 "베컴과 네빌이 '클래스 오브 92' 동료들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새로운 투자자 그룹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살포드의 기존 구단주는 일명 '클래스 오브 92'로, 1992년을 전후해 맨유 유소년팀에서 함께 성장한 선수들 가운데, 이후 1군에서 핵심으로 활약하며 클럽의 황금기를 이끈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베컴과 네빌을 포함해 니키 버트,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필 네빌까지 여섯 명이 해당 그룹에 속해 있다.
이 여섯 명이 원래 살포드의 공동 구단주였지만, 이번 인수 과정을 통해 베컴과 네빌이 나머지 지분을 모두 구매했고, 공동 구단주가 됐다.
구단 성명에 따르면 나머지 네 명은 여전히 기술, 축구, 상업, 영입, 재단 부문에서 일정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살포드는 2014년 '클래스 오브 92'의 초기 인수 이후 5시즌 만에 8부 리그에서 4부 리그까지 진출하며 영국 현지 내에서 '논리그의 신화'로 불리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당시에는 구단주 여섯 명과 함께 싱가포르 출신 억만장자 피터 림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구단의 인프라 확장 및 전력 강화를 주도했고, 그 결과 살포드는 8부에서 4부까지 단기간에 승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후 6시즌 동안 살포드는 2023년 단 한 차례 플레이오프 진출에 그쳤고, 지난 시즌에는 리그 투 20위까지 추락하며 침체기를 겪었다.
올 시즌에도 칼 로빈슨 감독 체제에서 반등을 이뤘지만, 리그 8위로 최종 순위가 마무리되며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최종전에서 7위와의 승점 차는 불과 1점이었다.
공동 구단주가 된 네빌과 베컴은 구단의 미래 계획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발표했다.
둘은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향후 4~5년 내에 구단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네빌은 "축구가 최우선이다. 구단의 모든 결정은 축구의 발전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라운드 위의 성공뿐만 아니라, 시설과 경기장, 훈련장 등 인프라의 대대적인 개선도 필수적이다. 동시에 팬을 위한 구단, 접근 가능한 구단을 만드는 것이 나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네빌은 최근 2부 리그로의 백투백투백(3연속) 승격을 이끌어 낸 렉섬을 언급하며 "최근 렉섬이 보여준 성장 방식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줬다. 지역사회와의 유대, 팬 중심의 운영, 그리고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지향하는 모델"이라며 "우리가 살포드에서도 그런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베컴은 "살포드는 내 성장 과정에서 큰 의미를 지닌 곳이다. 유소년 시절 맨체스터에서 훈련하던 장소이며, 첫 집을 샀고, 아내 빅토리아와 함께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게리와 함께 살포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 축구는 이 지역 공동체의 핵심이며, 이 구단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베컴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낭만이나 향수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지하다. 살포드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그는 "나는 항상 큰 꿈을 꾸는 사람이다. 궁극적으로는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원하지만, 그 전에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선적인 목표로 챔피언십(2부 리그) 승격을 제시했다.
현재 구단은 새 CEO를 물색 중이며, 다시금 변곡점에 서 있다.
이번 새로운 인수를 통해 최근 몇 년간 겪은 정체기를 넘어 앞으로의 비전과 방향성에 있어 클럽이 또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살포드는 영국 축구의 전설들이 다시 손잡은 이번 프로젝트가 과연 '제2의 렉섬 신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BBC/데일리 메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