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잉글랜드 리그1(3부 리그)의 챔피언 버밍엄 시티가 승점 100 고지를 돌파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센추리언(승점 100 이상 달성팀)' 반열에 올랐다.
이 역사적인 순간에 두 명의 한국인 선수, 백승호와 이명재가 함께했다.
버밍엄 시티는 25일(한국시간) 영국 스티브니지의 라멕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리그1 4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알렉스 코크레인의 결승골에 힘입어 스티브니지를 1-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버밍엄은 시즌 승점 102점을 기록하며 리그1 우승 확정에 이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100점 돌파에 성공했다.
백승호와 이명재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명재는 지난 크롤리 타운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첫 선발 데뷔전에 나섰다. 데뷔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인 이명재에게 또 다시 출전 기회를 부여한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이다.
4-2-3-1 전형으로 나선 버밍엄에는 라이넌 올솝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테일러 가드너-히크먼, 그랜트 한리, 벤 데이비스, 이명재가 백4를 구성했다. 3선에는 마크 레너드와 백승호가 호흡을 맞췄고, 2선 공겨진에는 키어런 도웰, 루크 해리스, 케시 앤더슨이 최전방 원톱 알피 메이를 보좌했다.
홈팀 스티브니지는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대쉬안 애쉬비-해먼드가 골키퍼 장갑을 낀 채, 찰리 구드, 칼 스위니, 루크 프리스톤가 백3를 구성했다. 중원에는 케인 와일딘, 하비 화이트, 루이스 필립스, 댄 버틀러가 포진했고, 최전방 스리톱으로는 조던 로버츠, 칼럼 애페어, 제이미 리드가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버밍엄은 후방 빌드업과 점유 기반의 차분한 패스 축구를 펼친 반면, 홈팀 스티브니지는 전방 압박과 피지컬을 앞세운 고강도 축구로 응수했다.
초반 흐름은 팽팽했다.
전반 10분 버밍엄의 가드너-히크먼의 크로스를 받은 앤더슨이 알피 메이에게 연결했지만, 메이의 왼발 슛은 골대를 외면했다. 반면 스티브니지도 역습을 통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17분경에는 조던 로버츠가 아크 부근에서 감아 찬 슛이 간발의 차로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중반에는 레너드의 패스미스가 스티브니지에게 역습 기회를 내주는 등 아찔한 장면도 나왔으나, 본인이 곧바로 공을 회수하며 위기를 넘겼다. 전반 32분에는 해리스의 크로스를 받은 가드너-히크먼이 골문 앞 8야드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넘기며 절호의 기회가 무산됐다.
전반 종료 직전까지 양 팀 모두 득점에는 실패하며 0-0으로 전반이 끝났다. 버밍엄은 상대보다 더 많은 볼 점유율과 패스를 기록했지만, 최종 마무리에서의 세밀함이 부족했다.
후반전 들어 양 팀의 템포는 더욱 빨라졌지만 유효 슈팅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후반이 시작되자 백승호가 중원에서 두 차례 인터셉트에 성공하며 경기 흐름을 주도했고, 이명재 역시 좌측 풀백으로서 안정적인 수비 가담과 빌드업에 기여했다.
후반 26분 데이비스 감독은 이명재를 빼고 코크레인을 투입하며 경기 흐름에 변화를 주었다. 이 교체는 단 3분 만에 결정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후반 30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이 박스 외곽에 있던 코크레인에게 연결되었고, 그는 왼발로 낮고 빠르게 감아 차 올 시즌 자신의 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 직전 스티브니지는 화이트의 슈팅으로 동점 기회를 잡았지만, 골키퍼 라이언 올솝의 선방에 막히며 승부는 그대로 종료됐다.
버밍엄 전문 소식지 '버밍엄 라이브'에 따르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버밍엄 원정 응원석에서는 "100점, 100점, 버밍엄 시티, 데이비스 방식으로 축구한다"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버밍엄의 승점 100점 돌파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상징적 성과다.
구단은 창단 이래 한 시즌 리그 100점 이상을 달성한 적이 없었으며, 이는 2013-2014시즌 울버햄튼 원더러스가 세운 리그1 역대 최다 승점(103점)에도 단 1승 차로 근접한 기록이다. 남은 두 경기에서 전승할 경우 신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이날 경기는 한국 팬들에게도 의미가 깊었다.
1월 이적시장 통해 합류한 이명재와 기존 팀의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백승호가 모두 선발 출전하며 중요한 승리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재는 이날 자신의 선발 데뷔전을 치렀고, 수비와 빌드업 모두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보이며 팀의 무실점 승리에 일조했다. 백승호 역시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데이비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를 끝까지 유지한 결과다. 이제는 리그1 승점 신기록도 시야에 들어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버밍엄 시티는 올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유지하며 리그 우승을 조기 확정지었다. 버밍엄은 이제 다음 경기에서 승점 103점에 도전하며, 리그1 최다 승점 타이기록에 도달할 수 있다.
만약 두 경기 모두 승리할 경우, 리그1 역사상 최다 승점팀이라는 명예까지 거머쥐게 된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두 경기에 전례 없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버밍엄/PFA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