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이 안방에서 '기적'을 연출했다. 흥국생명을 상대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따내고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정관장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승제·흥국생명 2승)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2(21-25 34-36 25-22 25-19 15-11)로 이겼다.
정관장은 앞서 지난달 31일 1차전, 지난 2일 2차전 패배를 설욕하고 반격에 성공했다. 1, 2세트를 흥국생명에 먼저 내주면서 셧아웃 패배로 무릎을 꿇는 듯했지만 무시무시한 뒷심을 발휘했다.
정관장은 메가가 양 팀 최다 40득점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부키리치도 31득점을 보태면서 위기에 빠졌던 팀을 구해냈다.
반면 흥국생명은 한걸음이 모자라 2018-2019 시즌 이후 6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확정하지 못했다. 김연경 29득점, 투트쿠 21득점, 정윤주 16득점, 피치 14득점 등 주축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해줬지만 3세트 이후 범실 속출에 발목을 잡혔다.
▲'3차전서 끝낸다!' 흥국생명, 김연경 앞세워 'V5' 도전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은 지난달 30일 1차전, 지난 2일 2차전을 연이어 삼키고 시리즈 전적 2승인 상태에서 대전으로 넘어왔다.
흥국생명은 특히 지난 2일 2차전에서 정관장에 1, 2세트를 먼저 뺏기고도 3, 4, 5세트를 내리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승부처 때마다 게임을 지배하는 활약을 펼친 게 결정적이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을 지휘하는 모습. 사진 고아라 기자
흥국생명은 기세를 몰아 스윕과 함께 2018-2019 시즌 이후 6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노렸다. 김연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V5'로 라스트 댄스에 마침표를 찍고자 했다.
흥국생명은 다만 지난 2022-2023 시즌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2차전을 이기고도 3~5차전을 모두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픔을 겪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이 때문에 3차전에 앞서 "당연히 오늘 이기고 싶다. 사실 특별한 (전략적인) 계획이나 그런 건 없다"며 "2년 전 일(챔피언 결정전 리버스 스윕 준우승)도 있고 배구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경기 하나만 생각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기적 꿈꾸는 정관장, 안방서 유쾌한 반란 노린다
정관장은 2024-2025 시즌 정규리그에서 23승 13패, 승점 64점으로 3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봄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현대건설을 무찌르고 2011-2012 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정관장은 플레이오프 혈투 과정에서 핵심 선수들의 부상 악재를 맞았다. 지난달 30일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셧아웃 완패를 당하면서 좋지 못한 스타트를 끊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이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반전을 노렸다. 사진 고아라 기자
정관장은 지난 2일 2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다. 1, 2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3~5세트를 흥국생명에 뺏기면서 시리즈 2연패로 고개를 숙였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일단 안방에서 최대한 저력을 발휘, 4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연경의 은퇴를 최소 한 경기는 늦춰보겠다는 입담도 곁들였다.
고희진 감독은 "김연경을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 김연경도 힘들겠지만 팬들을 위해서 한 경기 정도 더해주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김연경에게 어떻게든 공이 안 가게끔 해야 한다. 흥국생명과 좋은 경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이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반전을 노렸다. 사진 고아라 기자
▲기선 제압 흥국생명, 1세트부터 '김연경 타임'
1세트는 흥국생명의 몫이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1세트에만 홀로 7득점, 공격 점유율 35.14%, 공격 성공률 46.15%로 좋은 컨디션을 뽐내며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줬다. 미들블로커 피치가 블로커 1개 포함 4득점, 정윤주도 3득점으로 힘을 보태면서 승부처 때마다 점수를 쌓았다.
흥국생명은 15-14로 근소하게 앞선 1세트 중반 피치의 속공 성공, 정윤주의 오픈 성공, 피치의 이동 성공, 정관장의 범실 등을 묶어 19-15의 리드를 잡았다. 20-16에서는 김연경이 오픈 성공에 이어 메가의 백어택을 완벽한 블로킹으로 저지, 22-16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김연경이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2세트 승리 후 기뻐하는 모습. 사진 고아라 기자
흥국생명은 정관장의 거센 반격 속에서도 꾸준히 3~4점 차를 유지했다. 24-21에서 김연경의 퀵오픈 성공으로 세트 스코어 1-0으로 앞서갔다.
정관장은 부키리치가 7득점, 공격 점유율 45.24%, 공격 성공률 36.84%로 분전했지만 화력 싸움에서 흥국생명에 밀렸다.
▲역대급 혼전 펼쳐진 2세트, 결국은 또 김연경이었다
2세트는 V리그 여자부 역대 챔피언 결정전 역사상 가장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혼전이었다. 정관장은 16-18에서 메가의 백어택 성공과 부키리치의 블로킹으로 2점을 만회, 18-18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 정관장과 흥국생명은 한점씩 주고받는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듀스 승부에서 정관장이 26점을 먼저 선점했지만 흥국생명도 정윤주의 오픈 성공으로 맞섰다.
흥국생명은 정관장이 달아나려 할 때마다 김연경이 해결사로 나섰다. 김연경이 고비 때마다 듀스 승부를 이어가게 만드는 알토란 같은 득점을 따내면서 정관장이 2세트를 가져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2세트 승부는 결국 김연경의 손끝에서 갈렸다. 김연경은 34-34에서 오픈 성공에 이어 재치 있는 퀵오픈 공격까지 성공시켰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앞세워 2세트까지 삼키고 우승 트로피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반격 성공 정관장, 뒷심 발휘 시작...승부는 4세트로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 2024-2025 V리그 여자부의 막을 내리려고 했다. 12-15의 열세를 김수지의 이동 성공을 시작으로 정관장의 범실, 정윤주의 오픈 성공 등을 묶어 16-16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흥국생명은 기세를 몰아 투트쿠가 표승주의 오픈 공격을 완벽한 공격으로 저지, 17-16으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경기 흐름이 점점 흥국생명 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관장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17-19에서 메가의 백어택 성공, 흥국생명의 범실로 동점, 박은진의 오픈 성공으로 역전했다. 이어 부키리치가 연속 오픈 성공에 이어 결정적인 블로킹을 해내면서 24-21로 세트 포인트를 선점했다. 24-22에서는 메가의 퀵오픈 성공 속에 3세트를 챙겨갔다.
▲4세트까지 삼킨 정관장, 포기는 없다
벼랑 끝에서 벗어난 정관장은 4세트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15-15 접전 상황에서 메가가 정윤주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낸 뒤 흥국생명의 범실, 표승주의 블로킹 등으로 순식간에 19-15로 도망가면서 흥국생명을 몰아붙였다.
정관장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부리키치의 백어택 성공, 표승주가 피치의 이동 공격을 완벽한 블로킹으로 저지하면서 스코어는 21-15로 크게 벌어졌다. 정관장이 4세트를 25-19로 챙기면서 3차전 승부의 향방은 5세트까지 이어졌다.
정관장은 4세트 메가와 부키리치가 나란히 6득점을 합작, 팀 공격을 이끌었다. 표승주도 블로킹 2개 포함 3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팀 범실도 2개 밖에 나오지 않으면서 끈끈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흥국생명은 4세트 범실 8개에 발목을 잡혔다. 무난한 셧아웃 승리가 예상됐던 게임이 풀세트 접전으로 흘러갔다.
▲'기적' 완성한 정관장, 짜릿한 역전승과 함께 4차전으로
정관장은 5세트 기적을 완성했다. 5세트 시작과 동시에 부키리치의 퀵오픈 성공, 흥국생명의 범실, 정호영의 블로킹으로 3-0으로 앞서갔다.
정관장은 3-2로 쫓긴 상황에서 메가의 오픈 성공에 이어 정호영의 김연경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면서 다시 5-2로 점수 차를 벌렸다. 조금씩 조금씩 역전승에 가까워졌다.
정관장은 10-8에서 부키리치의 연속 오픈 성공으로 12-8까지 도망갔다. 흥국생명도 김연경을 앞세워 12-10까지 추격하면서 승부를 혼돈으로 몰아갔다.
3차전 마지막 순간 웃은 건 정관장이었다. 12-10에서 메가가 결정적인 한 점을 따낸 뒤 부키리치의 서브 에이스로 매치 포인트를 선점했다. 14-11에서
사진=엑스포츠뉴스 대전, 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