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득점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미소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걸출한 동료들의 도움과 함께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김혜성(LA 다저스)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교체 출전해 1타수 1안타 1도루 2득점으로 활약했다.
3-1로 앞선 5회말, 김혜성은 선두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대주자로 교체 투입됐다. 후속 타자 맥스 먼시의 타석서 곧바로 2루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1사 후 윌 스미스의 좌익수 뜬공이 나오자 과감한 주루로 3루에 안착했다. 좌익수와 3루 간 거리는 비교적 짧아 태그업해 3루까지 도달하기 쉽지 않지만, 특유의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활용해 한 베이스 더 나아갔다.
이후 폭투가 나와 김혜성이 홈을 밟았다. 발로 만든 한 점이었다. 팀에 4-1을 안겼다. 6회초부턴 유격수로 수비에 나섰다. 7회초엔 중견수로 자리를 옮겼다. 외야 수비 능력도 점검했다.
7회말엔 선두타자로 경기 첫 타석을 맞이했다. 상대 우완투수 로만 안젤로와 맞붙었다. 볼카운트 2-1서 4구째, 약 154km/h의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전 안타를 생산했다. 이어 폭투에 2루로 진루했고, 헌터 페두시아의 적시 2루타에 홈으로 들어왔다. 다저스는 이날 6-2로 승리했다.
김혜성의 시범경기 성적은 14경기 타율 0.222(27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이 됐다. 0.192였던 타율을 끌어올려 처음으로 2할대에 진입했다. 출루율도 0.300에서 0.323로 상승했다.

LA 다저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주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혜성은 일본 도쿄돔 입성을 노리고 있다. '도쿄행'은 곧 개막 엔트리 진입을 뜻한다. 다저스는 3월 18~19일 도쿄돔에서 시카고 컵스와 정규리그 개막 2연전을 치른다. 12일 시범경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을 마친 뒤 개막 로스터 26명과 대기 인원인 '택시 스쿼드' 5명 등 도쿄로 향할 선수 31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명단에 들어야 1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다행히 팀 동료들이 조력자로 나섰다.
먼저 오타니 쇼헤이가 김혜성을 도왔다. 오타니는 설명이 필요 없는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다. 성품도 훌륭하다. 앞서 김혜성이 미국에서 빅리그 팀과의 계약을 기다리며 훈련할 때 마주치자 "안녕하세요 혜성 씨"라고 말했다. 이후 김혜성이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을 때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한국어로 "환영합니다 친구야"라고 적기도 했다.
11일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김혜성의 반등 뒤에는 오타니의 조언이 있었다. 며칠 전 경기 중 김혜성은 더그아웃에서 오타니에게 질문을 던졌고, 긴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김혜성은 "오타니가 막 타석에 들어서려 했는데 내 질문에 답해줬다. 경기 중 시간을 내줘 정말 고마웠다"며 "오타니는 내 물음에 아주 구체적으로 대답해 줬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친절하다.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현재 적응 중이고, 더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LA 다저스 블레이크 스넬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투구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왼쪽부터 키움 히어로즈 시절 김혜성과 김하성. 엑스포츠뉴스 DB
투수 블레이크 스넬도 빠지지 않았다. 그 뒤엔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1일 "빅리그에 처음 입성한 한국 선수라면, 스넬에게 전화해야 한다"는 기사를 게시했다.
MLB닷컴은 김하성의 사례를 먼저 소개했다. 스넬과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매체는 "김하성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언어 장벽이었다. 김하성은 '난 직접 말하고 내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내겐 한계가 있었다. 통역을 거쳐야 해 대화가 지연됐다'고 했다"며 "결국 스넬이 김하성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김하성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한 어휘를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며 두 선수는 절친한 친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하성은 스넬에게 과거 한국에서 동료였던 김혜성,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삶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스넬은 김혜성에게 처음 접근할 때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 한국 선수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신이 어떤 마음일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며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넬은 "김혜성이 겪고 있는 일들을 이해한다. 김하성은 내가 김혜성을 돕고 멘토링 해주기를 진심으로 원했다"며 "난 자부심을 갖고 선수들을 돕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인 덕분에 김혜성은 시범경기 막바지 힘을 냈다. 도쿄행 바늘구멍을 뚫는 일만 남았다.

왼쪽부터 한국 야구대표팀에서 세리머니 중인 김혜성과 김하성.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P/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