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라이벌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싱거운 승부였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중국의 최강자이자 자신의 '천적'인 천위페이를 완벽하게 누르고 올해 국제대회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9일(한국시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열린 오를레앙 마스터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1위 천위페이를 게임스코어 2-0(21-14 21-15)으로 제압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천위페이는 파리 올림픽 뒤 국제대회 출전이 적어 지금은 세계랭킹 11위까지 떨어졌으나 안세영보다 앞서 함께 배드민턴 여자단식을 석권했던 세계적인 강호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배드민턴에서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비록 금메달은 딴 적이 없지만 4차례나 입상(은1 동3)하며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2연패를 노렸던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같은 중국 선수인 허빙자오에 패해 8강 탈락한 뒤 한동안 국제대회에 나서지 않았다가 최근 들어 모습을 드러냈으나 안세영과의 첫 승부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승리한 안세영은 올해 들어 자신이 출전한 3개 국제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지난해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 상승세를 이어갔다.
안세영은 장소를 영국 버밍엄으로 옮겨 11일부터 열리는 전영오픈까지 4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안세영은 이날 경기 앞두고 상대 전적에서 9승13패로 뒤진 천위페이를 맞아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잃지 않으며 쾌승했다. 안세영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가 강점인데 경기장 구석구석을 공략하면서 천위페이를 지치게 만들고 자신은 밀어붙이는 전략으로 예상 외 압승을 챙겼다.
1게임을 21-14로 이긴 안세영은 2게임에서도 초반부터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 8-2까지 훌쩍 달아났다. 이후 추격을 불허하며 21-15로 낙승했다.
오를레앙 마스터스는 대회 등급은 낮지만 전영오픈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리허설로 치르는 대회여서 천위페이가 출전한 이번 대회 안세영의 성적이 큰 관심을 끌었다. 32강전부터 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게임만 내주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전영오픈 우승 전망도 환하게 밝혔다.
안세영은 오를레앙 마스터스 32강전에서 세계 55위인 운나티 후다(인도)를 게임스코어 2-0으로 완파한 뒤 16강에서도 태국의 세계 39위 폰피차 쯔이끼웡을 2-0으로 눌렀다. 8강에선 세계 7위로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일본 대표 미야자키 도모카를 만나 2-0으로 잡았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무실 게임' 행진이 중단됐다.
세계 17위 가오팡제(중국)를 만나 첫 게임을 듀스 끝에 20-22로 내줬으나, 2세트를 21-7로 압승한 뒤 3세트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21-14로 승리해 게임스코어 2-1로 역전승했다.
가오팡제와의 대결에서 국제대회 13경기 '무실 게임'이 끝났지만 천위페이와의 결승에서 다시 무실 게임 승리를 시작했다.
파리 올림픽이 끝나고 휴식기를 가졌던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덴마크 오픈에서 준우승했다. 한 달 뒤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마스터스 우승으로 올림픽 뒤 첫 정상 등극에 성공했던 안세영은 2024년 마지막 대회로 치렀던 월드투어 파이널에선 준결승에서 왕즈이(중국)에 패해 4강 탈락했다.
새해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2025년 첫 국제대회였던 지난 1월 월드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올해 첫 우승을 차지한 것에 이어 일주일 뒤 열린 월드투어 슈퍼 750 인도오픈에서도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말레이시아오픈에서 경쟁 상대로 급부상한 왕즈이를 완파하는 등 두 대회 10경기를 모두 무실 게임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세를 몰아 두 달 뒤 열린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했다.
이제 안세영의 눈은 전영오픈으로 향한다.
전영오픈은 1899년에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배드민턴 대회다. 안세영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27년 만에 여자 단식 정상에 올라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섰음을 알렸다.
이후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고 세계 최고의 여자 단식 선수가 됐다.
안세영은 전영오픈에선 초반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
당장 32강전에서 오를레앙 마스터스 결승 격돌자인 가오팡제와 붙는다. 대진표를 보면 천위페이를 8강에서 만나며, 지난해 이 대회 준결승에서 자신을 이긴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4강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