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재판 기간 도중 중국으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영국 버전이 임박했다.
설득은 소용 없었다. 조국 잉글랜드를 등지겠다는 의사가 강경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수장인 마크 불링엄 회장은 프랑스 명문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메이슨 그린우드가 잉글랜드 대표팀이 아닌 자메이카 대표팀에서 뛰기 위한 국적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7일(한국시간) 불링엄 회장의 발언을 전했다.
그는 "내가 알기로는 그린우드가 대표팀 변경을 요청했으며, 이는 공식적으로 진행된 사항이다. 한 번 국적을 변경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며 "이는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우드는 2020년 9월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적이 있지만, 당시 21세 미만이었던 그린우드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변경이 가능하다.
그의 아버지가 자메이카 국적이어서 자메이카 대표팀 합류가 곧장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자메이카 대표팀을 이끄는 잉글랜드 출신 백전노장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은 3월 예정된 친선 경기에서 그린우드를 기용하기 원한다.
다만 그린우드의 소속팀 마르세유가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은 어렵더라도 6월 예정된 2026 월드컵 예선에 자메이카 대표팀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그린우드는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스페인 라리가 헤타페로 임대됐으며 당시 36경기 10골을 기록,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후 지난해 여름 마르세유로 완전 이적하며 2660만 파운드(약 495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올 시즌 프랑스 리그에서 그린우드는 곧장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다. 꾸준한 득점력을 선보이며 리그1에서 14골, 모든 대회를 합쳐 15골을 기록 중이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마르세유 감독은 "그는 골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선수"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린우드는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마르세유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오른발, 왼발 모두 정교한 슈팅 능력을 갖춘 '양발잡이' 공격수로서 상대 수비진에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강점을 지녔다.
178cm의 비교적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수비수들을 상대하며,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유동적인 포지셔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어린 나이에 사생활 문제로 휴식기를 갖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는 이유다. 2022년 당시 그는 여자친구였던 해리엇 롭슨으로부터 가정폭력,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바 있다. 이 사건이 터진 뒤 당시 그의 소속팀이었던 맨유는 그린우드를 즉시 훈련 및 실전 제외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2023년 경찰은 증인의 철회와 수사를 통한 새로운 증거 등을 이유로 모든 혐의에 대해 기소를 취하했다. 그럼에도 맨유 여성팀 선수들이 구단에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등 그를 다시 맨유로 불러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후 헤타페로 임대를 떠났다.
그는 이 사건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제외됐으며, 이후 국가대표 경기를 치룬 적이 없다.
그린우드가 잉글랜드 대표팀을 떠나 자메이카를 선택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린우드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다시 뛸 가능성이 낮았다. 여자친구 폭력 혐의로 1년 넘게 쉬다보니 기량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그린우드가 이번 시즌 리그1에서 최정상급 플레이를 펼치면서 "잉글랜드 대표팀에 다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고조됐다.
하지만 그린우드의 자메이카행 의지는 확고하다.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그의 개인적인 의지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린우드는 과거 논란으로 인해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여전히 논쟁적인 인물이다. 이에 비해 자메이카 대표팀에서는 중요한 공격 옵션이 될 수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도 그의 기량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린우드 입장에선 여자친구 폭력 혐의 등을 받을 때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영국에 배신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린샤오쥔 역시 무죄 판결보다는 동성 성추행 혐의를 받을 때 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한국에 대한 서운함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우드는 이에 더해 자메이카 대표팀의 성장 가능성과 월드컵 출전 기회도 중요하게 봤다. 자메이카는 북중미 축구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그린우드의 합류가 팀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린우드는 잉글랜드에서의 불확실한 미래 대신, 자메이카에서 중심 선수로 활약할 기회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은 3월 알바니아 및 라트비아와의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55명의 예비 명단을 확정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이번 명단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선수들과 직접 통화하며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FA의 불링엄 회장은 "투헬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이 짧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수들과의 관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그는 55명의 선수를 장기 명단에 포함했고, 잉글랜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헬 감독은 최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해리 케인, 카일 워커, 주드 벨링엄 등 핵심 선수들과 직접 만남을 가졌으며, 벤 화이트 등 이전 대표팀에서 제외된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불링엄 회장은 "투헬 감독은 대표팀 운영에 있어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있으며, 이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잉글랜드는 오는 3월 21일과 24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알바니아 및 라트비아와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