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을 인종차별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재계약 협상에 돌입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24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는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새 계약 협상을 시작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벤탄쿠르의 현재 계약은 다음 시즌이 끝나면 만료되지만,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계약을 연장하는 데 열려 있다"라며 "우리는 벤탄쿠르의 장기적인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계약에 대한 예비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걸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초기 단계이며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이다. 향후 몇 주 안에 회의가 계획되어 있다"라며 "하지만 토트넘은 벤탄쿠르가 1군의 필수 선수라는 점을 감안해 그의 현재 계약을 연장할 의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를 자신의 팀의 중요한 멤버로 보고 있으며, 그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루과이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아르헨티나 명문 클럽 보카 주니어스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해 2017년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 합류하면서 유럽에 진출했다. 이후 지난 2022년 1월 겨울 이적시장 때 유벤투스를 떠나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지 약 3년이 지난 가운드 벤탄쿠르는 토트넘 통산 97경기에 나와 9골 8도움을 기록 중이다.
출전 횟수가 적은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벤탄쿠르는 지난 2023년 2월 경기 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으면서 약 8개월간 경기를 뛰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벤탄쿠르는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클럽 주장이자 팀 동료 손흥민을 인종차별해 7경기 출장 징계를 받으면서 잠시 전력에서 이탈했다.
매체도 "우루과이 국가대표 벤탄쿠르는 안지 포스테코글루가 이끄는 팀의 핵심 선수로, 이번 시즌 클럽에서 28경기에 출전했다"라며 "그는 지난해 자국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동료인 손흥민에 대한 발언으로 7경기 국내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벤탄쿠르는 지난해 6월 손흥민과 한국인을 인종차별하는 발언을 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의 발언은 우루과이 TV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당시 진행자로부터 토트넘 선수의 유니폼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벤탄쿠르는 "손흥민 유니폼?"이라고 되물었고, "손흥민 사촌 거는 어떤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한국인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는 발언이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했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쏘니,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널 사랑하는 걸 알 거다. 널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 사랑해"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로 "난 벤탄쿠르를 사랑한다. 그가 합류하고 함께 뒤기 시작한 이후로 좋은 추억이 많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고, 바로 사과했다. 난 휴가 중이라 집에 있었다. 벤탄쿠르가 메시지를 보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그 사과는 마음에서 나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의 애칭)와 대화를 했다. 그가 실수했고, 그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안다. 그는 내게 사과를 전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하나로 뭉쳐서 싸울 것"이라면서 벤탄쿠르를 감쌌다.
하지만 영국축구협회(FA)의 기소를 피하지 못했다. FA는 지난해 9월 "벤탄쿠르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있다"라며 "이는 FA 규정 E3.2에 정의된 '가중 위반(AGGRAVATED BREACHES)'을 위반한다"라며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FA 규정에 따르면 E3.1엔 "관계자는 항상 경기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라며 "부적절하거나 경기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 폭력적인 행동, 심각한 반칙, 위협, 욕설, 외설, 모욕적인 언행 또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E3.2 규정엔 "E3.1 규정 위반은 가중 위반이다"라며 "여기엔 인종, 피부색, 국적, 종교, 신념,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 이 중 하나 이상을 명시적 또는 암시적으로 언급한 것이 포함된다"라고 나와있다.
벤탄쿠르의 경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기에 명백히 E3 규정을 위반했다. 해당 규정을 위반한 이들에게 내리는 징계 수위에 대해 FA 규정엔 "모든 차별 행위에 대해 6~12경기가 기반된 제재가 규제 위원히에 권고된다"라고 명시됐다.
이번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FA는 지난해 11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독립 규제 위원회는 미디어 인터뷰에서 FA규정 E3을 위반한 로드리고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6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라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징계가 너무 과하다고 항소했지만, 항소가 기각되면서 벤탄쿠르의 징계 기간은 7경기로 유지됐다.
당시 토트넘은 클럽 주장이자 레전드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했음에도 어떠한 내부 징계를 내리지 않고, 항소까지 하면서 국내 축구 팬들을 화나게 했다.
이번 재계약 소식이 나오면서 토트넘 매체인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벤탄쿠르가 라커룸에서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차기 주장감으로 꼽힌다"는 충격적인 보도까지 내놨다.
최근 계약 만료를 1년 남겨둔 손흥민과의 재계약 협상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토트넘은 손흥민보다 벤탄쿠르와의 새 계약을 우선시 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매체 'TBR 풋볼'은 지난 19일 "토트넘은 작년 여름 손흥민과의 재계약 협상을 철회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