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개리 네빌은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가 맨유를 떠나 애스턴 빌라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해 "선수에게 오히려 잘 된 일"이라며 반겼다.
래시포드는 올 시즌 종료까지 애스턴 빌라에서 임대 신분으로 뛴다.
애스턴 빌라는 3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래시포드 임대 영입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라고 발표했다.
이번 이적은 복잡한 시장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애스턴 빌라가 완전 영입 옵션을 포함하고 있어 래시포드가 맨유를 올 여름 완전히 떠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래시포드의 이적은 2년 전 강등권이던 애스턴 빌라를 지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올려놓은 스페인 명장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에메리 감독이 직접 구단에 래시포드 이적을 요청했다"며 "에메리 감독은 래시포드가 다시 예전 기량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애스턴 빌라는 래시포드의 급여 중 75%를 부담한다. 래시포드는 현재 받고 있는 주급인 32만 5000파운드(약 6억원)의 주급을 계속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5%를 맨유가 부담하는 셈이다. 래시포드의 활약에 따라 맨유의 부담 비율을 10%까지 내려갈 수 있다.
붉은색 맨유 유니폼 대신 자주색 애스턴 빌라 유니폼을 입은 래시포드는 인터뷰에서 "이 계약을 성사시켜 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애스턴 빌라 양 구단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애스턴 빌라로의 이적은 쉬운 결정이었다"라며 "난 애스턴 빌라의 플레이 스타일과 에메리 감독의 야망을 정말 존경한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난 그저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맨유도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맨유에게 작별인사를 건네 자신이 맨유에서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시사했다.
지난 시즌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래시포드는 지난해 11월 포르투갈 출신 젊은 감독 아모림 부임 이후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래시포드는 지난 12월 12일 이후로 단 한 경기만 출전했으며, 이후 13경기 중 12경기에서 명단 제외됐다. 사실상 팀에서의 입지를 완전히 잃은 셈이었다.
또한, 공식적인 갈등이 드러난 적은 없지만, 아모림 감독의 직설적인 발언들이 래시포드를 향한 신뢰가 없음을 암시했다.
래시포드는 아모림 감독이 온 직후에도 그를 속이고 여러 불편한 행동들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래시포드가 지난해 12월2일 에버턴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아모림 감독의 프리미어리그 첫 승 주역이 됐음에도 둘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유다.
맨유 전 주장인 개리 네빌은 래시포드의 이적을 놓고 스카이스포츠 내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래시포드는 반드시 맨유를 떠나야만 했다"며 이번 이적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아모림 감독이 부임하면서 래시포드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며 "감독이 래시포드에 대해 한 발언들은 매우 가혹했다고 생각한다. 아모림 감독과 래시포드가 함께한 기간이 불과 5~6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선수의 평판에 오점을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네빌은 "아모림 감독이 래시포드의 이적을 가속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전 감독들도 래시포드와 문제를 겪었으나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를 감싸왔다. 아모림이 이전 감독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은 어느 한 쪽도 만족할 수 없는 관계를 마침내 정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래시포드는 맨유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해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최근 몇 년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맨유에서 30골을 넣으며 최고의 모습을 보였던 그가 이렇게 떠나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네빌은 이어 에메리 감독이 래시포드의 커리어를 정상 궤도로 되돌릴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애스턴 빌라로의 이적은 최고의 선택"이라며 "빌라는 현재 맨유보다 나은 팀이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경쟁하고 있는 강팀이다"라고 말했다.
네빌은 "래시포드는 현재 명확한 전술적 지도가 필요한 상태다. 단순히 '즐기며 뛰어라'는 조언이 아니라, 체계적인 방향성과 명확한 지시가 필요하다"며 "에메리는 전술적으로 정교한 감독이며, 래시포드가 4~5개월 동안 그의 지도를 받는 것은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바르셀로나 이적설도 있었지만, 이번 애스턴 빌라행은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이었다"며 "빌라는 현재 더 좋은 선수단과 더 나은 감독을 보유하고 있다. 이 환경에서 래시포드가 다시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래시포드의 빌라 이적을 환영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맨유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래시포드가 빌라에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그리고 에메리 감독이 그의 재기를 도울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약이 주목된다.
애스턴 빌라는 콜롬비아 공격수 혼 두란을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보내면서 1160억원을 챙긴 적이 있다. 래시포드가 부활한다면 두란의 이적료를 상당히 남기면서 좋은 공격수를 얻는 셈이 된다.
사진=연합뉴스/애스턴 빌라 X/스카이스포츠 캡처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