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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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 불편할까 봐" 걱정했던 '포수' 강백호…"부족한 포수, 믿어줘 감사합니다" [현장 인터뷰]

기사입력 2024.04.06 08:39

KT 위즈 강백호가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선발 출장해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KT 위즈 강백호가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선발 출장해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누구에게든, '처음'은 다 어렵다.

KT 위즈 강백호는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4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주전 포수 장성우가 휴식을 취해야 했다. 장성우는 지난 4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서 경기 도중 파울 타구에 오른팔을 맞았다. 팔이 많이 부어 출전이 불가능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강백호에게 포수 자리를 맡겼다. 강백호는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했다. 2018년 프로 데뷔 후엔 외야수, 1루수, 지명타자 등으로 나섰다. 포수 출전은 이날이 6번째였고, 포수로 선발 출장하는 것은 데뷔 이래 처음이었다.

강백호는 제법 능숙하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캐칭, 블로킹 등에서 합격점을 받을만했다. 몇몇 눈에 띄는 장면도 있었다. 3회말 선발투수 원상현의 높게 제구된 공을 일어나며 잘 잡아냈다. 그런데 공을 빠트린 줄 알고 허겁지겁 뒤로 몇 걸음 달려갔다. 제 손에 있는 공을 확인한 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소를 유발하는 장면이었다. 

또한 3회말 박동원의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에서 옆으로 굴러간 공을 빠르게 잡아 1루로 송구,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수비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7-7로 맞선 7회말 1사 2루의 위기에서는 이상동의 포크볼을 잘 블로킹해낸 뒤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인 오지환을 태그아웃시켰다. 9회말에는 선두타자 김현수의 파울플라이를 잡아내며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공만은 놓치지 않았다.

물론 7-3으로 앞선 5회말 1사 3루서 포일로 1실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전반적으로 씩씩하게 경기를 소화했다. 9회말까지 포수 포지션을 책임진 뒤 10회말 김준태에게 포수 마스크를 넘겼다. 타석에선 5타수 1안타 1타점을 만들었다. KT는 연장 10회초 김민혁의 결승타로 8-7 승리를 수확했다. 2연패에서 탈출했다.

KT 위즈 강백호가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선발 출장해 투수에게 공을 던져주려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 위즈 강백호가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선발 출장해 투수에게 공을 던져주려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경기 후 강백호는 진이 빠진 얼굴이었다. 그는 "(포수로 선발 출장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 실수가 많이 나올까 봐 걱정했다. 투수진이 너무 좋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냥 편하게 열심히 해보자고, 배우면서 해보자고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 승리해서 정말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발 원상현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강백호는 "젊은 신인투수고 공을 받아보니 구위가 무척 좋더라. 공격적으로, 빠르게 승부하러 들어가자고 말했다"며 "그게 효과를 본 것 같다. 디펜딩챔피언 팀 타자들을 상대로 (원)상현이가 잘 던졌다"고 설명했다.

사인은 포수인 강백호가 냈다. 그는 "벼락치기로 한 번 쫙 외웠다. 생각보다 사인이 많더라. 내가 내야 하는 것, 수비코치님 것, 배터리코치님 것 등이 있다"며 "타격 사인 외우기도 벅찬데"라고 농담을 섞었다. 이어 "숙지할 수 있도록 팀에서 정말 잘 알려 주셨다. 열심히 하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공을 잡고도 몰랐던 것과 포일 상황에 관해 물었다. 강백호는 "전광판의 하얀 부분과 겹쳐 공이 안 보였다. 들어보니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며 "공이 없어져 '어디 있지?' 했는데 내 손에 있어 너무 놀랐다"고 돌아봤다.

블로킹은 든든했다. 강백호는 "1루를 볼 때도 공 막는 거 하나는 잘했다"며 웃은 뒤 "갑자기 포수를 한 것 치고 잘해 보이는 것이지, 전문 포수로서는 많이 부족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김현수의 파울플라이를 묻자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겠다"며 "전날(4일) 한 번 연습해 봤다. 그런데 연습과 실전은 완전히 다르다. 타구가 훈련할 때처럼만 오면 나도 외야에서 LG (박)해민이 형만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은 연습일 뿐이다. 실전에서 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T 위즈 강백호가 정규시즌 경기에서 타격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T 위즈 강백호가 정규시즌 경기에서 타격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실 마음이 무거웠다. 강백호는 "불편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투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다. 투수 입장에선 화날 수도 있다. 좋은 포수도 많은데 나처럼 처음 해보는 선수와 손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며 운을 띄웠다.

강백호는 "1루수, 외야수 때와는 달리, 포수는 투수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내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투수에게도 마이너스가 될 것 같아 그저 열심히 공을 받으려 했다"며 "무슨 공이 좋은지, 어떤 마음을 갖고 던지는지 등 이야기도 최대한 나눠보려 했다. 믿고 잘 던져준 투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실투가 들어오거나, 내가 어떤 구종을 선택해 투수가 믿고 던졌는데 안타가 될 때 많이 속상하더라. 실점도 계속 나와 마음이 안 좋았다"며 "좋은 투수들인데 포수가 불안해 그런 건가 싶기도 했다.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느꼈다. 그래도 투수들이 배려해 주고 잘해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강조했다.

강백호는 지난 4일 개인 포수 장비를 받았다. 하지만 5일 경기에도 장성우의 장비를 착용하고 출전했다. 강백호는 "(장)성우 형과 (김)준태 형이 정말 잘 챙겨주시고, 많이 알려주신다. 감사하다"며 "성우 형이 '내 것이 더 편하면 이거 써라'라고 해주셔서 형 장비를 썼다. 아직 포수 미트가 없는데, 형이 하나 해주셨다. 언제 나올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장성우는 강백호에게 "고생했다. 힘들제? 서서 수비하다 앉아서 하려니 힘들제?"라고 말하며 격려를 전했다. 강백호는 "그래도 형이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강백호는 이강철 감독의 장난스러운 포수 제안에 "좋은데 생태계를 파괴할 것 같다"고 답한 적 있다. 약 한 달 만에 '포수 강백호'가 진짜 이뤄졌다. 그는 "역시 말을 조심해야 한다. 말이 씨가 될 줄은 몰랐다. 현실이 되니 재밌고 신기하다"며 "그런데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어떤 사인을 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미소 지었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처음으로 선발 포수로 나가 힘들었을 텐데,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KT 위즈 강백호가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선발 출장해 공을 받아내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 위즈 강백호가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선발 출장해 공을 받아내고 있다. KT 위즈 제공



사진=잠실,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KT 위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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