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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만 당하지 말자"…이준익, '욘더'로 과감한 시도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2.10.25 17:50

하지원 기자


(엑스포츠뉴스 하지원 기자) 이준익 감독이 '욘더'를 통해 첫 시리즈물에 도전하며 글로벌 팬들과 마주하는 것에 있어 "적어도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마인드를 내비쳤다. '왕의 남자', '황산벌', '동주' 등으로 대중성, 작품성, 흥행을 모두 잡았던 '거장' 영화감독의 '새내기'같은 첫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대한민국의 영화 감독.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황산벌, 동주 등 대중성, 작품성, 흥행 등을 모두 잡은 작품들을 대거 내며 영화 팬들과 평론가들에게도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감독 중 한 명이다.

25일 오후 티빙 오리지널 '욘더' 이준익 감독의 온라인 인터뷰가 진행됐다.

14일 첫 공개된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욘더'는 이준익 감독의 첫 번째 시리즈 연출작으로 시작부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나아가 신하균, 한지민 등 명품 배우들의 내공 있는 연기와 기억 속 세계 ‘욘더’를 통해 휴먼멜로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준익 감독은 15번째 작품인 '욘더'로 OTT에 첫 도전했다. 이 감독은 "스태프들이 다 나랑 영화를 찍었던 스태프더라. 현장에서의 경계선은 전혀 없었다. 인풋은 같고 아웃풋이 다르다. 찍는 것에 있어 연출이 다르다거나 하는 점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욘더'로 글로벌 팬들을 만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살짝 걱정이 컸었다"라며 "우리나라 관객들한테 응원받지 못한 작품이 해외에서 잘 될까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전세계에 공개됐을 때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거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영화라는 그릇은 서양 것이지만, 그릇 안에 들어있는 것은 우리 것이다. SF라는 근미래에 대한 설정은 그들이 개발해놓은 세계관이다. 그들 것을 흉내 내고 따라 하면 분명 조롱당할 것 같고, 그들의 근거성을 너무 배제하고 가면 너무 황당할 것 같고. 애매한 경계선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개인차도 많고 취향도 다양해서 스태프들과 면밀히 경계선을 잘 잡았다고 판단한다. CG라든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보이는 다양한 디바이스들이 크게 욕먹지는 않은 것 같고, 해외에서도 욕먹진 않을 것 같은 기대가 있다. 그 이상의 기대는 과욕이다. 부족한 게 있어서 배웠다면 그다음에 채우면 된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7년 전 '욘더' 시나리오 집필에 도전했던 바 있다. 그는 "원작 초판이 2011년이다. 당시 다른 영화를 찍고 있었다. 7년 전쯤에 작가와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때는 생각이 미숙해서 SF판타지를 쓰고 '망했다' 생각했다. 그 수고와 노력을 덮어버렸다"라고 말했다.

'욘더'를 접은 뒤 계속해서 영화를 찍었다는 이 감독은 '자산어보'를 마친 후 사극과 멀어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욘더'를 다시 꺼냈다. 7년 전에 썼던 시나리오와 전혀 다르다. 욕심을 덜고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현실화시키는데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큰 거 안에서 깊은 걸 보면 더 좋겠지만 가장 작은 이야기도 가장 깊게 얘기할 수 있겠다는 선택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매회 러닝타임이 크레딧을 제외하면 25분, 30분 내외로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다양한 플랫폼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같이 작업하는 분들이 짧아지는 게 추세라고 하더라. 기존에 영화나 드라마의 포맷을 시리즈로 전환하는 것에 있어 좀 더 과감하게 시도하자 했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러닝타임과 회차에 구애받지 말자고 생각했다. 영화는 압축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런데 시리즈는 압축하지 않고 가도 되더라"라며 "OTT나 시리즈물로 길이에 구애받지 않고 침착한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지루해진다. 지루함과 침착함은 같은 얘기다. 같은 걸 보여줬는데 누구는 지루하다, 누구는 너무 침착하다고 얘기한다. 침착함이 주는 밑바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욘더'의 경우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다룬다. 그래서 차분히 밀고 간다고 생각했다. 미드폼 형식이지만 그 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달한 것"이라며 "이러한 시도가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내가 평가할 것이 아니고 나는 그런 시도를 과감하게 했고,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영화나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와 달리 OTT 시리즈는 반응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영화의 피드백하고 OTT의 피드백이 너무 달라서 잘 모르겠다. 영화는 화끈하다. 안 좋으면 바로 화살이 날아와서 자면서도 욱신욱신하다. OTT는 좋은 얘기도 있고, 안 좋은 얘기도 당연히 있다. 안 좋은 얘기는 보약이 되고 좋은 얘기는 위안이 된다. 아직 성과는 안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영화는 시사를 하고 개봉을 한다. 뭔가 다 탈진한 듯 쏟아부은 느낌이다. 개봉 전까지 감독은 탈진하다. OTT는 영화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무대인사도 안 했고, 부산영화제 시사도 반토막을 해서 끝을 봐야 하는데, 이제 시작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욘더'에서 어떤 캐릭터의 섭외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을까. 이 감독은 신하균을 언급하며 "첫 번째 주인공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다. 그게 바로 감독으로서 정직한 태도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단 한 신도 재현이 나오지 않는 신이 없어야 한다. 단 한 신도 신하균이 안 나오는 신이 없다. 때로는 관찰자로 나오고 떄로는 주체도 나오고 역할의 변화는 있지만 계속 따라간다. 그래서 당연히 공을 들일 수밖에 없고 배우와 깊이 있게 얘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한지민이라고. 이 감독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이 주체라면 그 주체에는 대상이 존재한다. 스테이지를 건너갈수록 주체와 대상이 바뀐다. 처음에는 신하균의 관점의 주체로 가다가 어느 순간 한지민의 관점으로 신하균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한지민이 왜 여기에 왔는지 설명이 된다. 설명을 제대로 하려면 주체화해야 했다. 정성을 엄청 들였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이 감독은 신하균, 한지민과의 호흡에 대해 "부부역할이지 않나. 남매 같다. 둘이 맨날 장난친다. 부부 역할이 사실은 같은 운명적인 케미에서 나오는 연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둘이 촬영장 밖에서의 모습은 오빠와 동생이다. 그게 극 안으로 들어가면 각자 독립된 존재로서 빛난다. 신하균과 한지민 자기들이 그렇게 했다. 내가 연출한 것이 아니다. 너무 좋지 않나"라며 감탄했다.

한편, '욘더'는 티빙에서 1~6화 전편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티빙

하지원 기자 zon122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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