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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에 더 집중하고 과감하게 지명한다" 키움의 스카우트 철학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10.15 13:00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들에게 가을은 설렘과 긴장의 연속이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 현장 지원 프런트까지 정신없이 이틀 같은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같은 팀이라고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건 아니다. 특히 스카우트팀은 비시즌에도 정규시즌에도 포스트시즌 기간에도 1군과 멀리 떨어져 있다. 소속팀의 승리를 응원하는 마음은 똑같지만 가을야구 기간에는 숨을 고르면서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본다. 

스카우트팀은 이미 지난달 15일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을야구만큼 치열한 자신들의 전쟁을 마쳤다.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키움의 이상원 스카우트팀장도 만족스러웠던 올해 드래프트를 돌아보면서 내년 1월 전까지 체력을 비축하는 중이다. 

■ 영웅군단 화수분의 비결? 장점에 주목하고 과감하게 지명한다

키움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스몰 마켓' 팀이다. 모기업이 따로 없어 대형 FA 영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육성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행히 거의 매년 새 얼굴이 등장해 팀 전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자연스레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를 선발하는 키움 스카우트진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도 높아졌다. 키움의 화수분 야구는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들을 1군에 적극 기용하는 코칭스태프의 배짱만큼 스카우트들의 눈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이 팀장은 이에 대해 "장점에 주목하는 스카우트팀의 방향과 과감한 지명을 지지해 주는 구단의 믿음이 결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키움은 아마추어 선수의 기록, 신체 조건보다 '툴'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춘다. 흔히 얘기하는 Five Tool 중 단 한 가지라도 특출난 부분이 있다면 승부수를 던진다. 

최근 이에 부합한 대표적인 선수가 지난해 2차 지명에서 4라운드 전체 32순위로 입단한 언더핸드 투수 노운현이다. 이 팀장은 "선발진이 구위로 압도하는 유형으로 구성된다면 불펜에서 무브먼트로 타자의 타이밍과 시선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할 거라고 봤고 노운현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직구 스피드가 빠르지 않고 성장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다 달라 갑론을박이 있기는 했지만 4라운드에서 지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운현의 올해 1군 성적은 5경기 4이닝 7실점(5자책)으로 고전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29경기 55⅓이닝 3승 4패 6홀드 평균자책점 3.25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U-23(23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 선택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가족을 겨냥한 악플은 무섭다

스카우트들을 향한 팬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결과론이지만 A라는 선수를 지명할 수 있었음에도 B선수를 지명했는데 A선수가 타 팀에서 크게 성장하고 B 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난의 화살은 스카우트팀 전체로 향한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 이 부분을 의식하면 결코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는 게 이 팀장의 철학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다른 팀이 지명한 선수들이 탐날 수는 있겠지만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고 걱정해서는 안 된다는 걸 항상 마음에 새긴다.

이 팀장은 "팀원들에게 우리가 뽑지 못한 어떤 선수가 다른 팀에서 잘 큰 다면 그 팀에 갔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라고 말한다"며 "이 부분에 얽매이면 대범함이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조금 더 다른 시각, 기준을 가지고 선수를 지켜보자고 항상 당부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 팀장은 실제로 지난해 2차 1라운드 지명권을 김휘집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사용하려 했다. 구단에도 드래프트 며칠 전 보고를 마치고 승낙을 받았다. 하지만 드래프트를 이틀 앞둔 가운데 김휘집으로 방향을 바꿨고 구단은 스카우트팀의 판단을 믿어줬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됐다.

이 팀장이 가장 두려운 건 따로 있다. 자신은 숙명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일부 팬들의 도를 넘는 악성 댓글은 가족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힌다. 

이 팀장은 "어떨 때는 저희 부모님 욕까지도 올라오는데 중학생 1학년인 첫째가 악플을 볼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읽고도 말을 안 하는 것 같다"며 "아빠가 욕먹는다고 정말 무능하고 못난 사람이라는 생각을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아빠를 응원해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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