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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안도와 아사다, 여전히 김연아의 도전자인 이유

기사입력 2011.02.21 09:5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수년간 김연아(21, 고려대)의 도전자들이었던 2명의 일본 스케이터는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1,2위에 올랐다. 이들이 근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었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낸 점도 사실이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부분에서 안도 미키(24, 일본)가 정상에 등극했고 아사다 마오(21, 일본)가 그 뒤를 이었다.

당초, 일본과 미국 스케이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대회에서 1,2위는 모두 일본 선수들이 휩쓸었다. 안도 미키는 지난 2007 도쿄세계선수권대회 이후, 가장 기복이 없는 시즌을 보냈다.

그랑프리 2개 대회(Cup of China, Cup of Russia)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도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실수로 인해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 열린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이 대회 5번째 우승을 노린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안도 미키는 시니어 데뷔 이래 가장 안정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출전한 5개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랑프리파이널에서만 5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꾸준한 성적이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안도가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이유였다.

지난 시즌에 이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아사다는 4대륙선수권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났다. 올 시즌 아사다가 보이는 행보는 지난 시즌과 비슷하다. 2009-2010 시즌에서 아사다는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고 전주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즌 막판 살아나는 '슬로 스타터' 기질은 올 시즌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두 선수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다. 올림픽 시즌이 끝난 뒤, 올 시즌을 소홀하게 준비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수행했다기 보다는 빙판에 넘어지지 않은 것이 이들의 큰 수확이다.

안도 미키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롱에지(e로 표기 잘못된 스케이트 에지로 도약하는 점프)와 다운그레이드가 단 하나도 없었다. 올 시즌 완화된 점프에 대한 규정이 안도의 기술에 힘을 실어주었다.

안도는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대신 트리플 + 더블 점프와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했다. 2008-2009 시즌부터 '모험'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둔 안도의 연기는 올 시즌에 접어들면서 빛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아사다는 트리플 러츠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았고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트리플 악셀이 회전수 부족으로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 더블 룹 + 더블 룹 점프가 다운 그레이드를 받았다. 역시 후속 점프의 회전 부족이 이유였다.

이번 대회는 오는 3월 21일에 열리는 2011 세계선수권대회의 전초전이었다. 안도와 아사다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아사다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과는 2등이었지만 내 연기는 100점"이라며 자신의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나타난 트리플 악셀은 올 시즌, 아사다가 시도한 트리플 악셀 중 가장 뛰어났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두발로 착지하는 '투풋 랜딩'이 많았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첫 과제인 트리플 악셀 이외의 점프 중, 회전 수가 부족한 점프가 여전히 많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사다는 점프의 회전 수와 질은 여전히 떨어지지만 이 점프를 넘어지지 않고 랜딩하는 성공률이 높아졌다.

부상 이후, 한동안 자신감이 결여돼 있었던 안도는 올 시즌을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하지만, 안무 소화 능력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 드러났다. 점프의 자신감은 예전보다 살아있었지만 여전히 사뿐하게 도약하는 점프의 스케일은 개선되지 않았다.

안도와 아사다는 공통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일본피겨의 메카인 나고야 출신이라는 점과 '얼음 폭풍 프로젝트'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성장한 인재라는 점이다. 일본이 20년 동안 피겨에 투자한 장기적인 계획은 아라카와 시즈카의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과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국제대회에 지속적으로 출전하며 국제심판들에 눈 도장을 찍은 이들은 오랜 세월동안 국제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이들이 지닌 실력도 나름대로 빛을 발휘했지만 스케이터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한 일본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아사다와 안도는 여러 곳의 스폰을 받으며 오랜 기간 동안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안도 미키는 지난 2008년 12월에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08-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대회에서 6위에 머물렀다.

그 때만해도 일본 언론들은 안도를 '지는 해'로 여기며 전성기가 끝난 것이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환경 속에서 안도는 다시 살아났고 올림픽 이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곽민정(17, 수리고)이 8위에 오른 점은 한국 피겨에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현재 중요한 문제는 아사다 마오가 부활했다는 점이 아니라 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의 가능성이 얼마나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느냐는 점이다. 일본이 막대한 투자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을 양성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스스로 열악환 환경을 극복하고 유망주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제 모든 이들의 시선은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되고 있다. 김연아는 해외언론을 통해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의 열쇠는 김연아가 쥐고 있다. 김연아가 큰 실수 없이 연기를 펼칠 때, 여전히 최강자라는 점이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났다.

점프의 정확성과 스케일, 그리고 프로그램 소화능력과 안무력 등에서 김연아에 근접한 스케이터는 여전히 등장하지 못했다. 1년 이라는 공백을 극복하고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보여줄 때, 김연아가 승리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적지인 일본에서 대회가 열리지만 안도와 아사다는 여전히 도전자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진 = 김연아, 안도 미키, 아사다 마오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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