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정통 멜로 원해...항상 짜증이 나 있는 편" [인터뷰 종합]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장르만 로맨스' 김희원이 작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12일 오전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김희원과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다.

이날 김희원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맨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께 '프랑스 예술영화냐'고 물어봤다. 코미디라지만 제가 볼 땐 코미디같지 않고 무거웠는데, 그러면서도 위트가 있는 거 같았다. 독특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조은지 감독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로) 멜로가 완성됐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쑥쓰럽게 웃으면서도 "멜로의 완성이라기 보다는 오나라씨가 워낙 사랑스럽고 캐릭터도 사랑스럽다보니까 거기에 맞게 연기했을 뿐이다. 순모라는 캐릭터가 어찌보면 오나라씨와 바뀐 캐릭터 같다. 순모가 더 여리여리하고 오나라씨가 연기한 미애가 더 씩씩하고 남성같지 않나"고 말했다.

멜로에 대한 갈망도 있는 게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물론 멜로 때문에 선택한 것도 있지만, 저는 정통 멜로가 하고 싶다"며 웃었다.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 멜로 영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너는 내 운명'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원래 다큐멘터리로 나왔던 이야기를 영화화 한 거 아닌가. 영화보다 영화같다고 생각했는데 영화화되어서 정말 좋았다"면서 "그렇다고 새드무비가 꼭 정통 멜로라고는 할 수는 없다. 액션이 들어가도 멜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 출신인 조은지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기존의 감독들보다) 오히려 편했다. 서로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뭐가 문제다', '어떤 면을 하면 좋다'는 생각은 같은데 감독으로서 원하는 모습, 제가 배우로서 원하는 모습이 달라서 의견충돌은 있었지만, 서로 합의를 보면서 작업했다. 좋으면 웃기도 하고, 재밌었다"고 답했다.

영화 '아저씨'를 통해 악역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던 김희원은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연히 '아저씨'의 나쁜 놈 모습은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바퀴 달린 집'도 사실 제 100%의 본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전 항상 짜증이 나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짜증을 많이 내는 사람이다. 살면서 별로 즐거운 것도 없다. 그냥 다 귀찮아 하는 편이다. 귀찮고 짜증나는게 저의 모습의 90%인 것 같다"며 "소탈한 것도 잘 모르겠다. '바퀴 달린 집'에서 편집을 잘 해주셔서 제가 소탈하게 보이는 것 같다. 제가 짜증내는 모습은 다 편집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중 순모는 절친한 친구의 전 아내와 사랑에 빠져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다. 김희원은 사랑과 우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사실 얼마전에 제 친한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을 다른 친구와 함께 가면서, 속된 말로 '너는 뒤지지 마라'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 이야기나 다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 친구가 죽으면 내 삶이 너무 심심할 것 같다. 사랑하는 여자도 그런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그런 여자가 한명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냥 사랑과 우정, 어느 게 더 중요한지는 선택하기 힘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그냥 친구와 여자 둘 다에게 솔직하게 말했을 것 같다. 친구가 괜찮다고 하면 만나고, 안 된다고 하면 못 만날 것 같다. 둘다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숨기고 만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다 들키면 둘 다 잃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류승룡에 대해서 그는 "류승룡 씨가 정말 사람이 깊이가 있다. 늘 차를 마시고, 웃긴 얘기라고 하는데 좀 아재 개그를 한다. 아재 개그를 잘 섞으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연기를 한 30년 정도 하신 분인데, 깨달음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리고 굉장히 가정적이시다. '이렇게 사는게 좋은 것이다' 하는 나름의 확고한 가치기도 있다. 마음이 넓기도 하고 여리기도 한다. 그걸 대화 속에서 많이 느낀다. 이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오나라 씨도 그렇고 류승룡 씨도 그렇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따뜻하니까 영화가 더 따뜻하게 나온 것 같다. 조은지 감독도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혹시나 자기 말에 상처받을까봐 오히려 눈치를 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영화도 그런 톤으로 나온 것 같다. 정말 모가 안난 사람들"이라며 웃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단계에 접어드는 단계에서 포문을 여는 영화가 된 '장르만 로맨스'에 대해서 김희원은 "얼마 전에 일반 관객분들과 시사회로 영화를 봤다. 2차 접종까지 마치신 분들과 봤는데, 느낌이 남다르더라.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나. 이제 치료제까지 개발된 상태니까 각자 조심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위드 코로나 시대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서 300만명, 500만명 정도의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셨는데,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면 극장이 안전하다는 이미지의 시작이 될 것 같다. 코로나에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침체된 한국영화 시장이 활성화되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17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NEW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