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김근한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 선발 투수 소형준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에서 안정적인 투구로 17년 묵은 1차전 징크스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본선 C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체코를 11-4로 꺾었다. 한국이 WBC 첫 경기에서 승리한 건 2009년 3월 6일 도쿄돔 대만전 이후 무려 6209일, 약 17년 만이다.
이날 한국은 김도영(지명타자)~저마이 존스(좌익수)~이정후(중견수)~안현민(우익수)~문보경(1루수)~셰이 위트컴(3루수)~김혜성(2루수)~박동원(포수)~김주원(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고, 선발 마운드는 소형준이 맡았다.
한국은 1회말 문보경의 선제 만루 홈런과 3회말과 5회말 위트컴의 연타석 홈런, 그리고 8회말 존스의 솔로 홈런에 힘입어 대승을 거뒀다.
초반부터 득점 지원을 받은 소형준은 3이닝 42구 4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체코 타선을 잘 막았다. 특히 위기 속에서 두 차례 나온 병살타가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소형준은 "솔직히 경기 전에 많이 떨렸다. 노래를 들으면서 최대한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몸을 풀면서 경기에 들어가니까 긴장감이 줄어들고 설렘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1회초를 잘 막으면 1회말에 점수가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1회를 최대한 잘 막으려고 했던 게 좋은 흐름으로 이어진 듯싶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은 1회말 문보경의 만루 홈런으로 단숨에 4점을 뽑으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소형준 역시 타선의 지원 덕분에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1회말에 1~2점 정도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홈런 한 방으로 4점이 들어왔다. 그래서 더 편안한 마음으로 던질 수 있었다"면서도 "너무 편안하게 던졌는지 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무실점으로 잘 넘겼다"고 미소 지었다.
체코 타자들의 대응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소형준은 "생각보다 내 투심 패스트볼을 공 밑으로 잘 넣어서 타격하는 걸 보고 놀랐다"며 "그래도 상황에 맞게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고갤 끄덕였다.
이날 소형준은 구속보다는 제구에 집중한 투구를 펼쳤음에도 150km/h에 가까운 구속이 찍혔다. 그는 "100% 힘으로 던지기보다는 정확한 제구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긴장감이나 아드레날린 때문에 구속이 자연스럽게 잘 나온 느낌"이라고 돌아봤다.
투구수 관리 역시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형준은 "사실 던지면서 공 개수를 생각하진 않았다. 내가 나간 이닝에서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운 좋게 땅볼 유도가 잘 되면서 병살타로 이어졌다. 그 덕분에 투구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팀 타선의 폭발력도 높게 평가했다. 소형준은 "오늘은 결정적인 홈런을 친 문보경 형과 위트컴이 MVP가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이번 승리는 대표팀에도 의미가 컸다. 한국은 최근 세 차례 대회에서 모두 1차전 패배를 기록하며 1라운드 탈락의 출발점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첫 경기부터 좋은 흐름을 만들었다.
소형준도 "항상 첫 경기가 어렵게 가면서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좋은 흐름으로 시작해 기대가 된다"며 "나도 결과적으로 만족하는 투구를 했다. 남은 등판에서도 좋은 공을 계속 던지고 싶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날 50구 이내로 투구를 마친 소형준은 3일 휴식 뒤 오는 9일 호주전 등판이 가능해졌다. 소형준은 "3일 동안 회복을 잘해서 호주전 때 더 좋은 컨디션을 만들겠다"며 "호주 타자들도 힘이 좋고 한 방이 있기에 내가 잘하는 땅볼 유도 투구를 또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도쿄, 김한준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