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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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박정자 "60년간 다양한 역할, 같은 모습은 직무유기" (해롤드와 모드)[엑's 현장]

기사입력 2021.03.22 17:50 / 기사수정 2021.03.22 16:2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데뷔 60년을 앞둔 배우 박정자가 연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윤석화가 연출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가 5월 1일부터 23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선보인다. 자살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유쾌한 80세 노인 모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과 두 사람 사이의 우정, 사랑을 다룬 블랙 코미디이자 컬트 연극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사랑을 통해 역설한다. 콜린 히긴스 작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1971)로 먼저 알려졌고 1973년 히긴스에 의해 연극으로 탄생됐다.

한국에서는 1987년 김혜자, 김주승 주연으로 초연했다. 한국 연극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배우 박정자는 작품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박정자의 연극 ‘해롤드와 모드(19그리고 80)’는 2003년부터 18년간 5번의 연극 (2003, 2004, 2006, 2012, 2015)과 1번의 뮤지컬(2008)로 관객과 만났다. 해롤드 역할에 김영민, 이종혁, 강하늘 등을 배출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쾌한 할머니 모드 역을 맡은 박정자는 극 중 모드처럼 실제로 80세를 맞았다.

2015년 공연 당시 박정자는 "80세까지 계속 이 작품을 하고 싶다. 80이라는 나이는 인생에 있어 충만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더도 들도 아닌 모든 것이 꽉찬 나이, 예쁜 나이다. 80살까지 건강하다면 이 연극을 계속 하고 싶다"라고 바란 바 있다.

바람, 그리고 약속을 이룬 박정자는 22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진행된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 기자간담회에서 "80세를 기다렸는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오늘 여러분들과 같이 만나게 됐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면서, 그리고 이 장소로 오면서 '참 감사하다', 모든 시간에,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게까지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해롤드와 모드'를 7번째 만난다. 2003년에는 한 회로 공연을 끝낼 줄 알았다. 관객과 만날 때 나보다 관객이 더 좋아하더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공연을 80세까지 해야 한다고 스스로 약속했고 주위에 많은 분들, 관객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얘기했다. 속으로는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 19 그리고 80'이었다. 한 배우가 이 나이까지 하는 게 기네스북 같은 곳에 안 오르려나 이런 생각을 했다. 80세라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처음 연극을 시작한 그 마음으로 이번에도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과 무대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라고 다짐했다.

박정자는 "어떤 사람은 '90세까지 하지'라고 얘기한다. 이제 더 욕심은 없다. 가벼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아주 사뿐하게, 가뿐하게 '해롤드와 모드'를 이쯤에서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더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 이 자리에서 내가 제일 당연히 나이가 많겠지만, 가볍고 싶다. 다음에는 윤석화 씨가 모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객석에서 즐겁게 모드를 바라볼 거다. 누군가는 이제부터는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면 어떠냐고 하는데 내가 이 나이 먹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다시 거꾸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이를 먹어 참 편해지고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 많이 생겼다. 아마 이 나이가 되면 느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정자는 "(과거 공연과) 다를 것 같았는데 다르지 않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내가 원한다고 먹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안 먹는 게 아닌 것처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어느덧 이 자리에 와 있다. 내가 성숙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미성숙인 채로 나이를 먹는다. 이번 무대가 여섯 번 해온 무대보다 더 나으리라는 자신은 못 한다. 그렇지만 너무 감사하니 최선을 다할 거다. 관객과 어떻게 만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무대는 관객이 우선순위여서 0순위 자체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것처럼 끔찍한 게 없다. 연극은 아날로그인 채로, 연극이 디지털이 될 수는 없다. 내가 성숙하지 못한 것도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정자는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예민하다. 특히 초대권이 아닌 표를 사서 스스로 극장에 온 관객들은 연극을 만드는 우리보다 몇 발자국 앞서 간다고 생각해 더 조심스럽다. 내가 모드라는 80세의 할머니를 볼 때 정말 무공해다. 가진 게 하나도 없다. 물론 극중에 마지막 부분에는 그야말로 80세의 생일에 스스로 삶을 택한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도전이고 용기가 부럽다. 특히 여성 관객이라면 인생에서 내 롤모델이 바로 모드다. 모드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면 환경을 걱정할 것도 없고 네 것 내 것 싸우거나 욕심을 부릴 일도 없다. 연극 배우 박정자가 모드를 롤모델로 삼듯 많은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듯 나도 80세의 모드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그는 "내년이면 데뷔 60년이 된다. 그 또한 감사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감사하고 계단을 오를 때, 버스를 탈 때, 지하철을 탈 때 감사하다. 그 모든 순간이 정말로 감사하다. 코로나19에도 무대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200% 감사하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맡은 역할이 굉장히 다양하다. 연출자에게 이런 배역 없냐, 저런 배역 없냐, 내가 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가 같은 이미지를 갖고 주저앉아 있는 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무대 위에 나타날 때 관객도 기쁘지 않나 한다"라고 덧붙였다.

'해롤드와 모드'에서 죽음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 역에는 임준혁, 오승훈이 캐스팅됐다. 이 외에도 홍지영, 오세준, 최명경, 이경미가 함께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신시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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