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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리 "연기할 때만큼은, 뇌가 풀가동하는 것 같아요" [낡은 노트북]

기사입력 2021.02.28 10:00 / 기사수정 2021.02.28 20:59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연기를 할 때만큼은, 제 능력치가 이만큼이라면 이걸 뛰어넘어야 할 때가 끊임없이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작품을 할 때는 뇌가 풀가동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죠.(웃음) 평소에는 휴대폰 번호도 다 못 외우는데, 긴 대사나 급하게 오는 쪽대본까지 다 외우게 되잖아요? 뭔가,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묘미가 있어요." (2015.10.27.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인터뷰 중)

1세대 아이돌 핑클에서 배우로, 성유리는 1998년 데뷔부터 현재까지 어느덧 연예계 생활 24년차를 맞은 베테랑이 됐습니다.

큰 눈망울이 유독 눈에 띄던 열여덟 여고생으로 대중과 처음 만났던 성유리는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한 동안 미모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수식하던 '요정'이라는 말을 지금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고 있죠.

2002년 SBS 드라마 '나쁜 여자들'을 시작으로 '천년지애'(2003), '황태자의 첫사랑'(2004), '어느 멋진 날'(2006), '눈의 여왕'(2006), '쾌도 홍길동'(2008), '태양을 삼켜라'(2009), '로맨스 타운'(2011), '신들의 만찬'(2012), '출생의 비밀'(2013), '몬스터'(2016)를 비롯해, 영화 '토끼와 리저드'(2009), '차형사'(2012)', '누나'(2013),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2015)까지 이제는 가수보다 배우로 활동한 시간이 훌쩍 더 길어진 지금입니다.


2015년,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로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성유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각양각색 사람들에게 찾아온 일상의 가장 빛나는 고백의 순간을 그린 영화로, 성유리는 김성균과 함께 '사랑해' 에피소드에 등장했죠.

마침 영화에서 성유리가 맡은 역할도 실제 직업과 같은, 완벽한 외모에 반비례하는 까칠한 성격을 가진 여배우 서정 역이었습니다. 성유리는 '까칠한 여배우를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의외로 착착 붙더라"고 웃으며 말했죠.

유독 크게 보이는 두 눈을 빛내며 조근 조근 이야기를 전하던 성유리는 차분한 말투 속에 묻어있는 유쾌함으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내 "제가 표현에 서투른 편이거든요. 서정이보다 더한 분노가 생길 때도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했다가는 지금 저는 이 자리에 없었겠죠?"라고 넉살을 부리며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2002년을 떠올렸습니다.

성유리는 "그 때는 어렸잖아요. 수학공식 풀듯이 그저 열심히만 했던 것이죠. 주관이나 생각 없이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연기력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하며 슬럼프를 겪던 시절과, 이를 극복하며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까지의 시간들을 돌아봤죠.



지금은 그룹 내 개인 활동과 연기하는 아이돌을 칭하는 '연기돌'이라는 표현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성유리가 연기를 시작했던 2002년 당시만 해도 가수 출신이 연기를 한다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계속될 때였습니다.

성유리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현장에 있던 사람이었다면 많이 불편했을 것이란 생각은 들어요. 저는 어쨌든 다른 활동을 또 같이 했어야 하잖아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밖에 안돼요' 이러고 가야 되는데, 그 시간 안에 다 끝낼 능력이 되면 괜찮겠지만 자꾸 NG도 내고 사람들도 제게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하니 시간도 두 배가 걸리고요. '현장 분들이 진짜 싫어할만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죠"라고 민망한 듯 웃음 지었습니다.

슬럼프의 시간을 거쳐 '쾌도 홍길동', '신들의 만찬' 등을 통해 대중의 호평을 얻었고, 연기를 향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죠.

성유리는 "일을 하면서도 '이 일이 내 길이 맞나' 고민도 많이 했었고,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도 있어요.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 기회를 다른 분들에게 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노력해서 될까?' 싶기도 했어요. 연기하는 것이 즐겁지가 않고 괴롭고 힘든데,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라며 잠시 침묵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이 이어질 때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들이 거짓말처럼 그의 눈앞에 계속 나타났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하고 싶은 작품이 생기는 것이에요. 계속 이 길을 가게끔 하는 운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연기를 시작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잖아요? 이렇게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저도 왜 이렇게 고민이 많을까 생각해봤었는데,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인 것 같아서 '다 지나가겠지' 생각하며 버텼던 것 같아요. 사실 정말 많은 분들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런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늘 감사하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자꾸 잊어버려서 문제지만….(웃음)"

실제의 자신은 평소에 말도 많은 편이 아니고, 감정 표현에도 서투르지만 연기를 할 때면 끊임없이 나와 다른 모습들을 표현하고 만들어가야 하기에 '나를 극복해가는 재미'를 연기를 통해 느낀다고 덧붙였죠.

"뭔가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성유리는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그래도 이만큼 성장했겠지', '다음 작품은 좀 더 쉬워지겠지' 싶다가도, 그 다음 작품을 하면 어렵고 또 어려워요. 선생님들에게 여쭤보면 '우리도 늘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그런 점들이 항상 저를 긴장하게 만들죠"라고 얘기했습니다.

"사실 제 일상은 굉장히 루즈하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제 능력치가 이만큼이라면 이걸 뛰어넘어야 할 때가 끊임없이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작품을 할 때는 뇌가 풀가동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죠.(웃음) 평소에는 휴대폰 번호도 다 못 외우는데, 긴 대사나 급하게 오는 쪽대본까지 다 외우게 되잖아요? 뭔가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재미와 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성유리는 오랜 시간 연예계에 머물러 오며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을 만날 때 세월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자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요즘에는 다들 어딜 가나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잖아요. 핑클을 아예 모르는 분들도 계시고, '옛날에 봤어요'라고 해서 몇 살 때 봤냐고 물어보면 '여섯 살 때 봤다' 이런 답을 하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재밌죠"라면서 신기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죠.

그렇게 성유리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핑클의 전성기를 함께 지나 온 팬들에게는 여전한 스타로, 그를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한 시대를 휩쓸었던 '걸그룹 원톱 미모'의 전직 아이돌이자 배우로 각인되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꾸준히 게시물을 업로드하며 일상을 공유 중인 그의 SNS 속 다양한 모습도 대중의 많은 관심을 얻고 있죠.

또 다른 도전도 계속되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코스메틱 브랜드를 론칭하며 CEO로 변신하기도 했죠. 가녀리고 수줍음 많았던 핑클의 막내에서 고단하기도 했던 시간들을 거치며,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기까지 성유리가 이 시간들을 참 잘 버텨왔다 싶습니다. 앞으로도 연기 활동을 포함한 어떤 모습으로든, 지금처럼 그가 꾸준히 대중의 곁에 친근하게 자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커집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영화 스틸컷, 성유리 인스타그램, 유리드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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