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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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한눈으로는 현재를 보고 한눈으로는 미래를 본다

기사입력 2020.08.18 12:56




지난 16일 '2020 우리은행 LCK 서머 스플릿'에서는 DRX와 설해원 프린스의 대결이 펼쳐졌다. 치열한 대결 끝에 DRX가 2대1 승리를 차지했다.

‘꾸역승도 승리’라고 어쨌든 이기긴 한 DRX. 하지만 승리 후 선수단 표정, 경기 끝나고 나서 팬들 반응 모두 마냥 좋지는 않았다. 경기 내용상 아쉬운 부분이 많았고, 어찌 저찌 이겨서 그렇지 거의 지기 직전 상황까지 갔기 때문. 3세트 후반 장로 스틸이 없었다면 DRX는 ‘이번 시즌 4강 중 업셋을 제일 잘 당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뻔했다.

DRX는 현 시점 기준 15승 2패 득실 +20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물론 담원게이밍이 남은 경기 전승을 할 경우에는 1위 자리를 내줘야 하지만, 최소 2등 위치는 확보해놨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다. 강팀 중에서는 약팀을 시원하게 못 잡는다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담원게이밍(득실 +25)을 제외하면 득실도 제일 좋다.

이러한 성적표의 더 긍정적인 점은 선수들이 베스트픽만 꾸준히 해서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소위 ‘롤알못’이 봐도 DRX는 밴픽 단계에서 실험을 제일 많이 하는 팀이다. 실제로 DRX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해설진이 ‘DRX의 실험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

물론 다른 팀들도 각자 나름대로 미래를 대비하면서 시즌을 치르고는 있지만, 유독 DRX가 ‘우리 지금 실험 중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경기들이 많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큰틀에서 보면 역시 미래를 대비한다는 게 제일 클 것이다. 라이엇게임즈의 패치 주기 특성상 지금 좋은 픽이 롤드컵에서도 좋으라는 법이 없기 때문. 가능하다면 많은 챔피언과 조합을 소화할 수 있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DRX는 롤드컵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4팀 중 한 팀. 롤드컵 우승을 노리려면 지금 당장 좋은 픽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이에 많은 경기에서 DRX는 현재도 잡고 미래도 잡으려는 욕심쟁이 플레이를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괜찮은 성적도 냈다.

문제는 제목에 적어둔 ‘한눈으로는 현재를 보고 한눈으로는 미래를 본다’는 게 마냥 칭찬일 수는 없을 때가 종종 있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예가 써머 1라운드 KT롤스터 전. 이때 KT는 주전 서포터인 투신 박종익 선수가 아파서 결장했다. 이에 주포지션이 탑인 스맵 송경호 선수가 서포터(A.K.A. 알콜장전)로 나왔는데, KT가 이기고 DRX가 졌다.

이때 DRX에서 꺼낸 카드 중 하나가 그 정글 쉬바나. 그리고 당시 DRX는 멋진 활약을 보여준 스맵 선수의 마오카이를 끝까지 밴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이겼으면 또 그 나름대로 재평가를 받았겠지만, 결국 졌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번 설해원전도 현재 DRX가 구사할 수 있는 베스트픽으로 나왔다고 할 수는 없었다. 가장 대표적인게 정글 릴리아. 이제 막 대회에서 쓸 수 있게 된 신챔피언이라 대회에서 좋은 픽인지 아닌지 제대로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DRX는 최근 이 챔피언을 적극적으로 기용 중이다.

물론 플레이를 통해 이 실험의 이유를 증명하면 될 일이기는 했으나, DRX팀 전체적으로 플레이면에서 아쉬움이 많았고, 실제로 거의 지기 직전 상황까지 갔기 때문에 승리와 별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본다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

좋게 갔을 때는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챙기는 결과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현재도 제대로 못보고 미래도 제대로 못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눈 모두 똑바로 현재를 바라보고 있는 상대에게 약할 가능성이 있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했던 선택들이 정작 그 미래에 제대로 못 써먹을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현재에 집중해야할 때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고.

이제 DRX의 두 눈은 현재로 모일 수밖에 없다. 남은 정규시즌 경기가 T1전 단 하나뿐인데, T1이 최근 경기력이 급상승한 상태라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T1전 이후에는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고,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바로 롤드컵에 가야 한다. 그동안 대비하고자 했던 미래가 이제는 현재가 된 것. LCK 플레이오프는 정말 코앞이고, 롤드컵도 이제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DRX가 써머 시즌에 보여준 행보는 결국 결과로 판단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 선택들을 바탕으로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다면 “최고의 명장 씨맥”, “어이어이 DRX 믿고 있었다구!”, “이럴려고 그동안 실험픽 했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게 아쉬웠다”, “저게 아쉬었다”, “이랬으면 안 됐다”, “저걸 했으면 됐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그간 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한 최종 성적표를 받을 시간이 머지않았다.

2020년도를 함께 할 선수단을 구성할 때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팀. 대체로 신인 위주로 구성된 경험치 부족한 팀.

그런 팀이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 된 것 역시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긴 하지만, DRX 본인들부터 ‘이정도 했으면 잘했다’고 만족하진 않을 것이다.

설해원 전 이후 많은 피드백이 있었을 DRX. 앞으로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D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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