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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에 성공한 제주 이끄는 힘은? '화수분 축구'

기사입력 2020.06.09 15:19 / 기사수정 2020.06.09 15:20

임부근 기자


[엑스포츠뉴스 임부근 기자] 제주유나이티드가 화수분 축구에 웃고 있다.

제주는 올 시즌 개막 이후 3라운드까지 1무 2패로 부진했다. 부상 및 퇴장 등 시즌 초반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며 K리그2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이기지 못했다.

지난 5월 23일 대전하나시티즌과 맞대결에서는 먼저 공민현과 주민규의 연속골로 승기를 잡았지만 페널티킥 허용과 주장 이창민의 퇴장으로 내리 실점을 내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제주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다. 지난달 26일 부천FC1995와 사상 첫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제주는 이 경기에서 발렌티노스, 아길라르(이상 부상), 이창민(퇴장 징계)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결장했다.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남기일 감독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이규혁을 기용했다. U-20월드컵 준우승 멤버이자, 동국대 출신 프로 2년차 이규혁의 리그 데뷔전이었다. 이규혁은 원래 오버래핑과 공간 돌파에 능하며 크로스 전개도 날카로운 왼쪽 풀백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남기일 감독의 제안 아래 공격포지션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규혁의 강점은 강력하고 정교한 왼발 킥이다. 세트피스 상황이나 공격 찬스에서 공격포인트를 생산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제주의 두터운 풀백 뎁스에서 쉽사리 자리를 잡지 못하자 남기일 감독은 그의 공격 본능을 깨우고자 했다. 이규혁은 이날 경기(1-0 승)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5월 31일 안산 원정(2-1 승)에서도 선발 출전해 남기일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안산전에서는 이규혁뿐만 아니라 또 다른 신인도 빛났다. 올해 입단한 박민수가 부상을 당한 김영욱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민수는 갑작스러운 프로 데뷔전에도 위축되지 않고 강윤성과 함께 중원을 장악했다. 지난해 경희대 주장이었던 박민수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중거리 슈팅과 지구력이 좋아 공간 장악에도 강점을 보이며 주목을 받았던 제주의 중원 유망주다.

지난 6일 생활축구 최상위인 K5리그 송월FC와 FA컵 32강전(4-0 승)에선 제주의 화수분 축구가 빛났다. 신인 김현우, 유연수가 선발로, 교체로 정상규, 백승우가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넷 다 모두 대학 출신 신인이다. 중앙대 출신 김현우는 지난해 U리그에서 9년 만에 20골 이상(총 23골) 터트린 공격 유망주다. 이날 전반 39분 김지운의 도움을 받아 제주 데뷔골까지 작렬시키며 남다른 재능을 증명했다.


지난해 2019 태백국제축구대회 대학 대표로 선발되며 대학 무대 정상급 골키퍼임을 증명했던 호남대 출신 유연수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남기일 감독은 4번째 골이 터지며 승기를 잡자 신인 정상규와 백승우도 차례로 투입했다. 윙어 정상규는 터프한 돌파로, 유스 출신 백승우는 안정적인 볼 간수 능력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남기일 감독의 유망주 사랑은 개막전부터 시작됐다. 발렌티노스가 부상을 당하자 지난해 제주에 입단한 차세대 중앙 수비수 임덕근을 U-22 출전카드로 파격 기용했다.

임덕근은 지난 2018년 2월 제39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천안제일고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 선수상을 차지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하지만 동계훈련을 거치며 실력이 일취월장한 임덕근은 5월 9일 서울이랜드와 개막전(1-1 무)에서 프로데뷔전을 치렀고, 5월 23일 대전전(2-3 패)에서도 선발 출전했다. 고교 무대에서 지능적인 수비수로 평가를 받았던 임덕근은 권한진, 발렌티노스, 임동혁, 백동규, 김재봉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위축되지 않으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남기일 감독이 신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기일 감독은 1부리그 승격이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선수 개개인의 성장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선수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팀이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승격으로 향하는 시간이 단축된다. 자연스레 선수와 신뢰도 두터워졌다. 이제 제주의 스쿼드엔 누가 새로 등장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감독으로서 모험일 수 있다"라고 운을 뗀 남기일 감독은 "K리그엔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하면서 하나의 팀이란 생각을 갖게 하고 싶다. 나이와 관계없이 선수가 준비되면 언제든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 앞으로도 신예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면서 팀을 끌고갈 생각"이라고 강한 믿음을 보였다. 

around0408@xportsnews.com/ 사진=제주 제공(왼쪽 상단부터 임덕근, 이규혁, 박민수, 정상규, 김현우, 유연수, 백승우), 한국프로축구연맹



임부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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