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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토크(27)] 브라질 축구의 오해와 편견

기사입력 2010.05.22 09:42 / 기사수정 2010.05.22 09:42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전통적으로 브라질은 뛰어난 공격력을 주 무기로 삼았다.

브라질이 보유한 강력한 한 방은 월드컵을 제패하는데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들의 상징으로 불렸다. 또한, 펠레와 호나우두, 호마리우 같은 뛰어난 공격수를 배출했으며 이들의 막강한 공격력과 함께 세계 축구를 지배했었다.

그럼에도, 1970년대 압박 축구의 태동과 함께 중시된 공격과 수비의 균형, 중원에서의 압박은 브라질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강대국을 변화하게 했다. 기존의 축구 공식이 강력한 공격진이 만드는 득점이라면 최근까지 이어진 추세는 공수의 올바른 균형이라 볼 수 있다. 즉 적게 실점하며 많은 득점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적게 득점하면서 더 적게 실점하면 승리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더욱 수비적인 전술을 토대로 월드컵에 나섰으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카를루스 파헤이라가 이끈 1994 미국 월드컵과 펠리페 스콜라리의 2002 한일 월드컵 우승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수비적인 축구라는 비아냥을 이겨내며 세계 최강의 타이틀을 회복시켰다. 반면 공격 축구를 지향한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수비적인 파헤이라의 브라질, 우승을 차지하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에 성공했다.

물론 지쿠와 소크라테스, 팔카오, 에데르, 세레소 등이 존재했던 1980년대 대표팀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한 만큼 그들의 왕정복고는 미국에서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1994년 카를루스 파헤이라가 이끄는 브라질은 어떻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파헤이라는 브라질 축구의 기존 패러다임인 4-2-4전술과 4-2-2-2전술을 모두 배제한 채 대회에 임했다. 즉 호마리우와 베베투를 공격수로 두는 기존의 투 톱 전술은 유지하되, 미드필더의 재배치를 통해 팀을 가다듬은 것이다.

파헤이라의 브라질은 미드필더 지역에서 공격적 성향의 지뉴와 마지뉴를 각각 좌우에 배치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지뉴에게 수비적인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4명의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것은 브라질 축구의 전통이지만, 이 대회에서 파헤이라가 선보인 전술은 기존과는 다르다.

단적인 예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또 다시 브라질을 맡은 파헤이라는 호나우지뉴와 카카를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측면에 배치했으며 중앙에 제 호베르투와 이메르송을 내세웠다. 현대 축구가 균형을 주시한다는 점에서 파헤이라의 전술은 퇴보 적이었다.

현실성은 적지만, 게임을 예시로 들겠다. 우리는 위닝 일레븐이나 피파 시리즈에서 LAM, LM이란 포지션을 자주 접하게 된다. LAM이 단순히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은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LM은 수비가담도 해야 되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이다. 아쉽게도 파헤이라는 카카와 호나우지뉴에게 AM의 임무를 부여하면서 이들에게 수비 가담을 지시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프랭크 리베리, 플로랑 말루다라는 활동적인 측면 미드필더와 함께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프랑스와 대조된다.

본론으로 돌아와 1994년 당시 파헤이라는 왼쪽 미드필더로 지뉴를 두면서 마지뉴를 오른쪽에 투입했다. 중앙에는 마우로 시우바와 카를루스 둥가로 대표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집어넣었다. 지극히 수비적인 브라질은 대회 내내 무패 행진을 달리며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1994 브라질은 수비적인 팀이었다. 당연히 기존 브라질 축구의 이미지와는 상반된다. 역대 월드컵 역사에서 그들을 대표한 인물이 모두 공격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회 내내 브라질이 보여준 짠물 축구는 거부감을 들게 했다.

파헤이라의 철학을 계승한 둥가의 브라질

월드컵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브라질 축구의 화두는 둥가의 알 수 없는 명단 발표일 것이다.

12일 새벽 필자는 평소 친분 관계를 유지한 브라질 축구 팬과 함께 둥가의 명단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발표 직전까지 여러 기자는 호나우지뉴의 발탁 여부를 논하고 있었다.

특히 몇몇 기자는 산투스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준 파울루 엔리케보다는 호나우지뉴가 낫다며 그의 대표팀 발탁을 당연하듯이 말했다. 필자 역시 대표팀 명단에 호나우지뉴를 미리 넣어 버리는 설레발까지 보여주며 그의 발탁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호나우지뉴는 예비 명단에 뽑힌 게 전부였으며, 사실상 월드컵 본선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브라질과 같이 축구 강대국에서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도움 부문 1위에 오른 선수가 대표팀에서 제외된 점은 별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훌륭한 인재가 많아서 그런 선수 한 명 없다고 팀이 흔들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선수가 월드컵 우승은 물론이고 가장 인지도 있는 선수라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분명히 호나우지뉴는 이번 시즌 AC 밀란 최고의 선수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밀란 선수들이 호나우지뉴의 천재성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그러나 둥가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지키고자 호나우지뉴를 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호나우지뉴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서 수비 가담에 소극적이다. 현재 브라질은 카카를 제외한 모든 선수에게 수비 가담을 주문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인 루이스 파비아누와 그의 파트너 호비뉴도 예외는 아니다.

공격수가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면 공의 배급은 더욱 느려질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압박은 빠른 공수전환과 수비 위치 재정비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내로라하는 팀들은 전방에서의 압박을 강조하는데 브라질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나우지뉴의 합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록 호나우지뉴의 대표팀 입지를 고려했을 때 주전보다는 교체 멤버로 경기에 나서겠지만, 덜 움직이고 번뜩이는 패스만 하는 호나우지뉴는 둥가에게 무용지물일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누리꾼은 물론이고, 여러 언론사에서 이구동성으로 브라질 축구는 한물갔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우승 후보는 맞지만, 2% 부족하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브라질은 수비력이 강한 대회에서 선전했다. 1982년과 2006년 대회처럼 공격적인 선수를 대거 투입해 8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겪는 게 낫겠는가? 1994년과 2002년 대회처럼 덜 재밌어도 공수 균형을 맞춰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얻는 게 낫겠는가? 적어도 우승을 하고 욕을 먹는 것이, 그렇지도 못하고 욕을 먹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이런 점에서 브라질 축구의 강점은 공격력뿐이라는 생각은 자국 언론의 극성에서 비롯된 오해와 우리의 편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 파헤이라의 브라질과 둥가의 브라질 포메이션

 

[사진= 카를루스 둥가 ⓒ FIFA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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