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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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가 뛰는 야구도시 후쿠오카를 만나다

기사입력 2010.03.22 09:09 / 기사수정 2010.03.22 09:09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이범호의 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이하 소뱅)의 연고지 후쿠오카는 어떤 곳일까?

우리나라 부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왕래가 많은 도시였지만 스포츠에서는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범호의 진출로 인해 더 많은 교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야구에 미쳐있는 후쿠오카를 좀더 이해하기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서영원 기자가 직접 후쿠오카를 다녀와 그곳의 야구 열기를 직접 느껴봤다.

   

후쿠오카의 '절대적인 존재' 소프트뱅크

인구 142만, 후쿠오카 타워와 전통과자가 유명한 후쿠오카의 사람들은 야구가 유일한 낙이라고 말한다. 작은 도시에 관광 비율이 높아 외지인들에게 친절한 도시다.

한국으로 따지면 인천 정도의 입지가 있는 곳이 후쿠오카다. 항구 도시로서 무역과 관광이 주요 산업인 후쿠오카의 관광청장인 야마다 히사시는 지난달 27일, 부산-후쿠오카 아시아게이트웨이 교류전 선수단 환영연에서 소뱅은 후쿠오카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임을 각인시켰다.

야마다 청장은 "일본 최고의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씨와 후쿠오카 타워 못지않게 후쿠오카인들이 사랑하는 것이 소프트뱅크입니다"라며 소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마사키 아유미는 J-Pop의 밀리언 셀러로써 우타다 히카루, 아무로 나미에와 함께 일본의 3대 여가수로 뽑힌다. 후쿠오카 출신으로 바쁜 일정에도 고향을 방문하여 자신을 응원해주는 후쿠오카 시민들을 위해 감사인사를 하는 것은 연례행사이다.

아울러 언급한 후쿠오카 타워는 규슈지역의 인공 구조물 중 가장 높은 곳이며 시계거리가 좋은 날은 대마도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명소이다. 한국인들도 자주 찾는 이곳은 연인원 15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후쿠오카의 자랑이다.

이외에도 온천, 신사, 쇼핑몰, 해변 등 후쿠오카의 명소와 명물이 많음에도 야마다 청장이 소뱅을 지목한 이유는 시민들의 구단 참여율이기 때문. 142만의 시민 중 구단 연간회원, 소규모 점포 후원으로 구단과 관계를 맺고 있는 시민은 15만 명이다. 시민의 10% 이상이 구단과 직, 간접적인 연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오카 동네 시장부터 관광명소, 시내까지 구단용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55개나 있다. 번화가는 소뱅의 경기 열리는 날이면 선술집을 제외한 대부분 상점이 일찍 문을 닫는 진풍경을 볼 수도 있다. 후쿠오카 교육청에서 실시한 중, 고교생이 가장 '좋아하는 혹은 존경하는 인물'에 소뱅의 타자와 투수인 마츠나카 노부히코, 사이토 카즈미 그리고 하마사키 아유미가 뽑히며 연고지 내 일본 최고의 가수와 대등한 소뱅의 인기를 대변했다.

야구의 모든 것은 어린이로부터 나온다. '어린이 마케팅'

소뱅의 구단 운영 정책은 철저한 '어린이 위주' 주의다. 쿠로마다 마사유키 마케팅 팀장은 "우리는 지역민들의 지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구단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이지요 "라며 연고지 팬들의 중요성을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연고지 정책은 홈경기 팬들에 대한 단순 서비스를 넘어 그들 생활 속에 파고드는 것을 의미한다.

소뱅은 홈구장인 야후재팬돔과 인접성과 위치가 전혀 다른 곳까지 선수 자원봉사, 초등학교 배식봉사, 어린이 야구교실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팬들에 대한 서비스를 행하고 있다. 소뱅은 구단의 연고지 정책에 따라 전 선수가 '연고지 정착 플랜'에 따라야한다. 이는 전 선수가 시즌 중에도 전력에 지장을 주지 않을 선에서 참가해야 하고 자발적으로 시민들과 가족이 될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뱅의 내야수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진 마츠나카 노부히코는 초, 중, 고를 돌며 야구 강의를 비롯해 급식행사, 환경캠폐인까지 모두 참여하며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일본 메이저 언론에서 하는 시상과 지자체에서 주는 시상이 겹쳤음에도 마츠나카는 지자체 시상을 택해 후쿠오카의 큰 형님으로 추앙받고 있다. 마츠나카는 2007년 자랑스런 후쿠오카 시민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쿠로마다 팀장은 "우리는 성인보다 어린이 팬들에 더 신경을 씁니다"며 연달아 어린이를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 팬들을 사로잡으면 자연스레 부모도 따라올 수 있다며 어린이에게 다가가는 프로그램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동네 슈퍼에 나가서 사탕을 사먹을 수 있듯이 이곳 어린이들은 소뱅의 학용품, 인형, 장난감 등을 집 근처에 살 수 있다. 나이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녹아든다.

어린이들이 중고교 생이 되면 야후돔에서 자원봉사의 기회가 주어진다. 야후돔의 좌석안내부터, 매점 판매보조, 경기운영스텝 등 곳곳에 학생들이 배치되어 있다. 학업과 연계를 위해 후쿠오카시 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사회활동으로 인정받아 생활기록부에 기록되게 된다.

자원봉사에 참가한 마유미양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팀이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에 대해 뿌듯합니다"라며 자신의 활동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면 자체 인턴과 실습생들을 모집해 자기발전을 돕는다. 이 프로그램에 작년 한 해에만 511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러한 형식의 구단 운영 참가는 올해 다이에 호크스에서 인수한 지 7년차가 되는 소뱅의 관중 수가 급강하는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쿠로마다 팀장은 "항상 고민을 하고 앞을 내다보려고 합니다. 그 가운데 어린이들이 잘 자라 준다면 구단과 시민이 상부상조하는 사이로 점점 발전돼 갈 것으로 보입니다"며 깊은 사명감을 내비쳤다.

소뱅의 어린이 마케팅 정책 속에는 선수들도 피해갈 수가 없다. 소뱅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경기 당일 필드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직접 지켜볼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국 롯데와 경기가 있는 28일 이 날도 많은 어린이 수가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해 있었다.

어린이들의 많은 싸인 요청에 왕정치 사장, 고쿠보히로키, 가와사키 무네노리 등 대다수 선수가 수십 명의 어린이에게 싸인을 모두 해주고 모습이었다. 구단 직원도 이들을 말리지 않고 모두 참고 기다려 주었다. 기자가 "한국과 같은 경우 다음 일정을 위해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왕정치 사장은 나이도 고령이라 힘들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구단 직원에게 하자 오히려 한국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 "싸인은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증거이다. 그걸 거부하는 것은 관례가 아니다"라며 추가로 일본의 싸인 문화에 대해 밝혔다.

기대주의 탄생에 어린이에게 희망을 걸듯이 소뱅은 구단의 운영 자체를 어린이에게 걸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자 소뱅은 일본 프로 스포츠 관중 동원 4위(1위 요미우리, 2위 한신, 3위 우라와레드)를 기록하고 있다.

이범호로 인해 한국화 바람이 분다

한국 마케팅을 점진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소뱅 구단뿐만 아니라. 후쿠오카 곳곳에서 이범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연 15만 명의 한국인이 찾는 후쿠오카지만 이범호를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 후쿠오카는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상 한국인들이 주말, 짧은 연휴를 이용해 자주찾는 지역이라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범호가 온 뒤 후쿠오카에 한글메뉴판, 한글간판을 도입하는 곳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소뱅 구단은 아예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후쿠오카공항과 하카다항에 시즌 전 개시한다는 목표로 한글 홍보물을 제작 중에 있다. 후쿠오카 관광청 직원은 "관광청에 한국어 서비스 등록을 문의하는 점포들이 늘었습니다. 아마 이범호 선수가 온 덕이 아닐까요?"라며 이범호 효과를 체감하고 있음을 말했다.

기자가 숙소에서 야후재팬돔으로 이동할 때 택시를 이용하였는데 택시기사의 한국어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한국 관광객들과 형식적 대화 밖에 하지 못했지만 이젠 야구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무척이나 한국사람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관광 안내센터의 직원들도 "관광지 추천을 할 때 이범호 출전경기를 추가하기로 결정하였다"며 이범호가 하나의 상품으로 그리고 후쿠오카 '한국화'의 주역으로 떠올랐음을 암시했다.

소뱅구단도 26일 이범호가 출전한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오픈전 경기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이용해 티켓을 구매한 인원이 300여 명이 된다며 이범호 효과에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후쿠오카에서 숙박업에 종사하는 한국 교민은 "이범호 선수로 인해 한국어 능통자를 찾는 점포와 서비스업체가 늘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후쿠오카 그리고 소뱅이 보여준 야구의 매력

일본은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이 모든 것을 야구와 접목한 모습 그리고 생활 속에서 야구가 숨 쉬는 것을 지켜보면서 야구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정말 야구를 좋아한다면 큰 맘먹고 일본야구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와 차이점을 느껴보고 야구 팬으로써 우리 야구 발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이 참여하고 만들어 나가는 팀 분위기는 분명 우리도 본받아야 할 점이다. 지불한 만큼의 대가를 주는 것이 일본인들의 특성이라고 한다. 일본의 팬들은 생활 속에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었다. 우리 구단들은 막연히 고정 팬들을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케팅이 아무리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경기장 안에서의 일일 뿐이다. 역시 팬들의 목마름을 채우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이범호의 일본 진출, 그리고 만난 후쿠오카와 야구는 앞으로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색다른 신선함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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