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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⑤] '고등래퍼2'-'쇼미더머니777' 순해진 힙합 프로그램의 득과 실

기사입력 2018.12.31 11:50 / 기사수정 2018.12.31 08:38

이덕행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2018년에도 힙합 서바이벌의 강세는 여전했다. Mnet의 '고등래퍼2'와 '쇼미더머니777'은 상반기와 하반기 방송되며 화제를 모았다. 내년에도 '고등래퍼3', '킬빌' 등 많은 방송사에서 힙합을 주제로 한 경연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고등래퍼2'와 '쇼미더머니777'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는 자극적인 편집이 많이 줄고 참가자들 역시 '경쟁'보다는 '화합'에 초점을 맞추며 프로그램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분명히 득과 실이 존재했다. '순한맛'으로 돌아온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리해봤다.


▲ '힙찔이 SWAG'은 그만…캐릭터와 드라마로 승부

'고등래퍼2'와 '쇼미더머니777'이 자극적이지 않은 방송을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참가자들의 태도가 변화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실력에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며 허세 가득한 모습과 공격적인 태도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해는 참가자들의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승에 대한 과도한 욕심보다는 무대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등래퍼2'의 우승자 김하온이다. 김하온은 차분한 태도와 반전 있는 랩 실력으로 참가자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놀라게 했다. 제작진 역시 억지로 경쟁 구도를 끼워 넣기 보다는 이러한 참가자들의 캐릭터 성을 부각하는 편집으로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런 흐름은 '쇼미더머니777'까지 이어졌다. '쇼미더머니777'의 경우 기존에 많이 비판받던 마이크 선택 룰과 사이퍼 미션을 삭제하는 시스템 개편을 시도했다. 또한 베팅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룰을 도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그룹대항전 무대에서는 '쇼미더머니' 전 시즌을 통틀어서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참가자들은 경쟁보다는 무대 자체를 즐기는 모습으로 경연에 임했고 프로듀서들은 긴 논의 끝에 제작진에게 탈락자가 없는 무대를 제안한 것이다. 제작진 역시 이를 받아들이며 '쇼미더머니' 전 시즌을 통틀어 탈락자가 없는 드라마가 완성됐다. 

마이크 선택 룰 삭제도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었다. 좋은 무대를 준비하고도 둘 중 한 명은 떨어져야 하는 잔인한 룰이 없어지며 참가자들은 편안히 자기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고 EK, 쿠기, pH-1, 오르내림 등의 참가자들은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 심해진 인기투표 논란-아쉬운 예능성·음원성적

독한 맛을 빼며 여러 호응을 얻은 두 프로그램이지만 프로그램 내·외적으로 잃은 것도 많은 시즌이었다. 

가장 큰 논란은 관객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본선 무대에서 음악이 아닌 참가자의 인기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인기투표' 논란이었다.

'고등래퍼2'는 세미파이널에서 이러한 논란이 제기됐다. 예선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김하온, 이병재, 이로한, 윤진영 등이 반주 시작과 동시에 100표 이상을 얻으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반면 화제를 끌지 못한 박준호, 김근수는 냉정한 평가를 받으며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특히 박준호, 김근수의 경우 극도로 부족한 분량으로 캐릭터나 음악성을 보여줄 기회조차 부족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받았다.

'쇼미더머니777' 역시 인기투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가장 큰 의문을 제기한 부분은 본선 1차 예선 EK와 키드밀리의 대결이었다. 당시 방송분을 확인하며 'GOD GOD GOD'으로 1차 무대를 선보인 EK를 향해 많은 팬이 환호를 지르며 EK의 이름을 열창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키드밀리가 근소하게 EK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EK는 승복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오히려 키드밀리가 "화가 났다. 제 실력이 아니라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었던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등래퍼2'와 '쇼미더머니777'의 본질이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인기투표 시스템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두 프로그램 모두 자극적이지 않은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예능성과 음원성적은 아쉬웠다.

가장 큰 아쉬움은 강력한 우승 후보가 초반부터 등장하며 예능적으로 싱거움이 컸다는 것이다. '고등래퍼2'의 우승자 김하온은 독특한 관점과 랩 실력으로 프로그램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병재, 이로한 역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지만 김하온을 넘어서기는 힘들었다. '쇼미더머니777' 역시 참가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은 나플라가 독주체제를 굳히면서 '어우나(어차피 우승은 나플라)'라는 말을 몰고 다녔다. '쇼미더머니777'역시 별다른 이변 없이 나플라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고등래퍼1'이 최하민과 양홍원의 라이벌 구도로 끝까지 우승자를 알기 힘들었다는 점과 '쇼미더머니6'가 행주의 깜짝 우승이라는 반전 드라마를 통해 예능적인 부분에서 재미를 줬다면 후속 시즌에서는 그 긴장감과 예능감이 덜했다.


음원 성적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바코드', '붕붕', '탓', 'Good Day' 등이 차트에서 선전하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파급력을 갖춘 곡은 '바코드' 정도밖에 없다. 

이렇게 아쉬운 음원 성적은 '고등래퍼2'보다 '쇼미더머니777'에서 두드러진다. 몇몇 누리꾼들은 음원보다 참가자들의 예선·그룹대항전·디스 배틀 무대의 랩이 더 좋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원인은 '쇼미더머니777'의 살인적인 일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쇼미더머니777'을 비롯해 '쇼미더머니'를 출연했던 래퍼들은 '쇼미더머니'가 가진 긍정적인 부분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살인적인 스케줄에 혀를 내둘렀다. 참가자들은 본선 무대에 진출하면 1주일에 최소 1곡을 만들어야 한다. 결승전에 진출하면 두 곡을 써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아티스트와 참가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곡을 만들어내기란 사실상 어렵다. 실제로 이번 '쇼미더머니777' 결승전에서 나온 6개의 곡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 '고등래퍼3'로 이어질 힙합 열풍…새로운 변화 나올까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분명한 2018년을 뒤로하고 2019년에는 '고등래퍼3'가 힙합 서바이벌 열풍을 이어간다. '고등래퍼2'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고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지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쇼미더머니'의 경우 어느덧 첫방송이된지 7년이 넘었다. 8번째 시즌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들려오는 소문이 없는 가운데 팬들은 새롭게 변화되어 나타날 8번째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의 자극적인 맛을 빼고 순하게 돌아온 '고등래퍼2'와 '쇼미더머니777'은 분명한 성과를 거두며 자극적이지 않더라도 경연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다. 새롭게 나오는 '고등래퍼3'와 이후의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해 낼 수 있을까.

dh.lee@xportsnews.com / 사진 = Mnet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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