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5-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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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대사만 읊던 게임 NPC, 학습하고 대화한다 [엑's 이슈]

기사입력 2026.05.20 15:00

유희은 기자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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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게임 속 캐릭터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있다면, 늘 정해진 대사를 반복하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이용자가 100번을 찾아가도 같은 인사, 같은 퀘스트 안내, 같은 표정. 지난 수십 년간 게임 NPC(Non-Player Character)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게임사들이 AI 기술을 NPC와 보스 몬스터, 동료 캐릭터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게임 안에서 만나는 존재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기 시작했다. 다음 달 열리는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6'에서도 AI는 가장 큰 화두로 잡혀 있다.

인조이 인게임 스크린샷
인조이 인게임 스크린샷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가 한 사례다. 2025년 3월 28일 스팀 얼리 액세스로 글로벌 출시된 이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은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량 100만 장을 넘기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인조이의 NPC '스마트 조이(Smart Zoi)'는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CPC(Co-Playable Character) 기술이 적용돼,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을 결정한다. 배고픈 NPC를 보면 음식을 사다 주고, 성격과 욕구·기억에 따라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 같은 게임을 두 번 실행해도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다.

인조이는 현재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정기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며, 2026년 내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강욱 크래프톤 AI 본부장이 PUBG 앨라이의 특징을 발표하고 있다.
이강욱 크래프톤 AI 본부장이 PUBG 앨라이의 특징을 발표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이 기술을 배틀그라운드에도 적용한다. 2025년 10월 30일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PUBG 앨라이(PUBG Ally)'는 같은 CPC 기술을 활용한 AI 협력 캐릭터로, 올해 상반기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 모드를 통해 이용자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 

크래프톤은 올여름 베타 서비스를 목표로 막바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용자와 음성으로 대화하며 전략을 논의하고, 게임 내 용어와 맵·아이템을 이해해 상황에 맞춰 함께 싸운다. 한국어·영어·중국어 3개 언어를 지원하며, 온디바이스로 작동해 지연 시간을 줄였다.

세계 최초 AI 보스
세계 최초 AI 보스


위메이드도 AI를 보스 몬스터에 적용해 왔다.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넥스트가 개발해 온 PC MMORPG '미르5'의 AI 보스 '아스테리온'은 2024년 6월부터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결과물이다. 

머신 러닝과 소형 언어 모델(SLM)을 파인튜닝해 만들어진 이 보스는 이용자의 캐릭터·아이템·스킬 정보를 분석해 공략 대상을 결정하고, 과거 전투 경험을 학습해 같은 전략이 두 번 통하지 않게 행동한다. 고정된 패턴에서 벗어난 보스전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엔씨도 AI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고 있다. 2023년 자체 언어 모델 '바르코(VARCO) LLM'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19일 출시한 MMORPG '아이온2'에 자체 AI 기술을 적용했다. 앞서 '리니지'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간 시도가 이뤄졌다. 

기간제 콘텐츠 '거울전쟁'에서 강화학습 기반 AI가 일반 유저와 같은 캐릭터에 스킬을 사용하며 사냥터를 통제하는 PVP형 콘텐츠로 등장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다른 사람과 싸우는 듯한 경험 속에서 AI 군단과 대결을 펼쳤다. 엔씨는 자회사 NC AI를 통해 게임에 적용할 AI 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넥슨은 2017년 설립한 자회사 인텔리전스랩스를 중심으로 AI NPC 고도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스마일게이트 AI센터도 게임 내 NPC와 메타휴먼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게임사들의 이런 행보는 다음 달 NDC 2026에서 더 구체적으로 공유될 예정이다.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리는 NDC 2026은 총 51개 세션 가운데 AI 관련 강연을 대폭 확대했다.

강덕원 넥슨 그룹장·임경영 크래프톤 부사장(VP)이 함께 진행하는 '넥슨과 크래프톤의 AX 여정' 세션, 글로벌 흥행작 '아크 레이더스'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AI·머신러닝·데이터·아트 분야 3개 세션 등이 예고됐다. NC AI와 구글 딥마인드, 스노우플레이크, 로블록스 소속 임직원도 연사로 나선다.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AI 동료가 결국 사람과 함께하는 재미를 온전히 채울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매칭이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를 AI로 메우는 것이 편리하긴 하지만, 게임사들이 AI 동료에 무게를 둘수록 정작 사람끼리의 협력 경험을 찾을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NPC 시나리오·성우·기획 등 창작자 일자리에 미칠 영향, 음성 대화 데이터 수집을 둘러싼 개인정보 문제, AI의 부적절한 발언 가능성 같은 과제도 함께 따라온다. 

게임 안의 AI는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떤 모습으로 안착할지는 기술과 이용자 경험의 균형에 달려 있다.

사진 = 크래프톤, 위메이드넥스트, 넥슨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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