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어떻게 내가 너를 보내줄 수 있을까…"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미워했다. 애증 그 자체의 서사로 시청자를 매료시킨 '은중과 상연'.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12일,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이 전편 공개됐다. 총 15회차로 구성되어 있으며, 1시간의 긴 러닝타임으로 이야기가 꽉꽉 채워졌다. 마치 실화같은 구체적인 사건과 섬세한 감정. 10대부터 40대까지 30년 우정이 담긴 서사는 몰입을 도왔다.
김고은, 박지현 주연의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10대의 미숙한 표현부터 20대의 치열한 성장, 30대의 현실적 갈등, 그리고 40대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는 깊은 우정의 의미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한 추억담을 넘어, 인생을 관통하는 감정의 궤적을 보여준다. 질투와 동경, 사랑과 미움이 뒤엉키며 때로는 상처를 남기지만, 그 모든 감정의 결은 결국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15회에서 터져 나온 감정의 폭발은 피로감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마주했을 관계의 복잡함을 그대로 비추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그들의 우정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다.
여러 사건이 발생, 너무나도 구체적인 일화들이 나열돼 원작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졌지만 '은중과 상연'은 원작없이 기획된 오리지널 작품이다.
10년만 마주한 은중(김고은 분)에게 조력사망을 앞둔 자신과 스위스를 함께 가자며 여행 동행을 부탁하는 상연(박지현).
앞서 김고은은 제작발표회에서 극에 과몰입해 눈물을 흘려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고은은 '조력사망' 설정에 대해 "눈물 버튼인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눈물을 보이더니 "그래서 소중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상연을) 보내줄 수 있을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한 박지현은 김고은에게 "고은 언니가 은중으로 실재해줬기 때문에 몰입해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총 15회를 모두 보면, 이들의 말이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시청자들은 올해의 명작이라며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잠 안자고 내리 달려 마지막회까지 보고 나서 아련하고 먹먹함에 잠 못 이룰 것 같다", "올해의 드라마", "13회까지 보다가 밤새우고 출근함. 인생 드라마 될 듯", "연기 맛집", "40대까지 씹어 먹은 박지현" 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선공개 영상은 이미 100만 회를 넘어섰고, 넷플릭스 순위는 긴 회차로 구성됐음에도 벌써 3위로 우뚝 올라섰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여배우가 주연으로 나서 30년에 걸친 우정을 그려냈기에 일각에선 퀴어물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김상학(김건우)을 두고 펼쳐지는 삼각관계가 보여주듯, 이 작품은 결국 두 친구의 복잡하고도 뜨거운 관계를 다룬 워맨스 서사에 가깝다.
무엇보다 박지현과 김고은은 이번 작품에서 전작을 완전히 잊게 만들 정도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두 배우의 감정선은 극의 흐름과 완벽하게 맞물려, 캐릭터 그 자체로 살아 숨 쉬었다.
오해와 질투로 뒤섞였지만 상연이 이사를 가면서 10대 우정은 끝이 나고, 대학교에서 재회하며 이들의 20대 우정이 이어진다. 동거까지 할 만큼, 가족같은 사이로 우정이 이어지지만 상연의 친오빠 문제가 은중의 남자친구와 뒤엉키면서 또다시 오해를 낳는다.
상연의 친오빠, 은중의 남자친구에 대한 나름의 반전도 이어지면서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렇게 "앞으로 다신 보지 말자"라며 손절한 두 사람. 30대 직장생활하며 또다시 마주한다.
여기에 은중의 전 남자친구까지 함께 일을 하게 되며 그야말로 '대환장' 서사가 이어지며 도파민을 폭발시킨다.
20대까지는 상연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30대의 상연은 10대와 20대의 열등감과 질투를 극도로 드러내며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은중과 두 번째 손절을 하게 되고,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뻔뻔한 태도로 성공을 거머쥐어 부자가 된다. 너무나도 친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상처를 주는 말을 서슴없이 쏟아냈고, “끝내 누가 널 받아주겠니”라는 은중의 한마디는 상연의 30대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
그렇게 손절을 했지만, 제작사 대표가 된 상연은 10년만에 돌연 시상식에서 은중의 이름을 부른다.
뿐만 아니라 은중에게 연락해 암 투병 사실을 알리며 자신의 죽음을 위해 스위스로 동행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때 깊은 상처를 남겼던 친구에게 조력사망의 동행을 요청한다는 건 잔혹한 부탁이었고, 은중도 처음엔 화를내며 거절한다.
은중의 동료 또한 6년전 자신의 아버지의 산소호흡기를 뗀 결정이 현재까지도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며 '너같은 애'는 절대 감당 못한다고 했지만, 끈질겼던 30년간의 우정은 은중을 스위스로 떠나게 했다. 상연이 잘못을 고백하고 서로의 오해가 풀리면서 상연의 마지막을 함께 하게 된다.
상연의 '나쁜 X' 행보는, 이 애증의 서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다음엔 꼭 좋은 친구가 되어줄게."
상연과의 이별은, 90년대부터 함께해 온 1회차의 기억까지 되살리며 마치 30년 우정을 곁에서 지켜본 듯한 상실감을 안겨준다. 촘촘히 쌓인 서사 덕분에 시청자는 단순한 장면을 넘어 진짜 이별을 함께 겪는 듯한 감정에 휩싸여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감정이 뒤엉켰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우정이 있었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 역시 복잡한 여운에 잠기게 된다. 실제로 몸이 아파 부었으나 살이 빠진 듯한 박지현의 비주얼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제작발표회에서 김고은이 “그 장면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눈물버튼’이었다”고 말한 이유는, 끝까지 극을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울림이었다.
상연과 은중의 이야기는 단순한 갈등과 화해의 반복이 아니라, 30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며 우정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깊은 감정인지를 보여준 서사였다. 질투와 열등감, 미움과 사랑, 그리고 이해와 용서까지. 그 모든 감정들이 한데 얽혀 있었기에, 이별의 순간은 더욱 아프고도 진실되게 다가왔다.
시청자들은 "연기나 연출이 정말 섬세하다", "깊은 우정이야말로 고차원적인 감정인 듯", "한편의 소설을 읽은 듯", "불쾌할 정도로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면의 정곡을 찔러서 나타냄", "김고은, 대배우가 되어가는 듯한 필모 선구안", "박지현 배우 진짜 다시 보임. 연기 너무 잘함" 등의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넷플릭스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